[프라임경제] 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올해 초 부임한 이래 조직에 '고르디우스 매듭 처리하듯' 속도감을 불어넣고 있다. 자살자가 나오는 등 최악의 대결 사태를 빚었던 KTX 여승무원 고용형태 논란을 오 사장은 전격 고용 단행 결정으로 풀어냈다. 용산 개발 문제 등 역세권 이슈에서도 국방부-육군과의 분쟁을 빨리 접고 육군호텔을 건립할 수 있도록 합의처리하는 등 여러 문제를 발빠르게 처리하고 있다는 것.
이런 가운데, SR(수서고속철도 SRT의 운영사)과 코레일간 통합 여부에서도 오 사장이 일정한 역할론을 해낼지 주목된다.
오 사장은 정치권 출신 인사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는 초등학교 선후배지간(오 사장은 서울 태생으로 전북에 내려가 조부모와 살았기 때문에 학창 시절 일부를 지방에서 보냄)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입문 경로를 볼 때 또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각별히 아꼈다는 점 등에서 김 장관과 오 사장 모두 다 'DJ 키즈'로 분류할 수 있다는 공통분모를 가진다.
◆'컷오프 탈락' 아픔 딛고 돌아온 文의 남자

육군 호텔 조감도. 군과 코레일은 용산 부지 논쟁으로 개발 진통을 겪었으나 코레일이 재판 진행 중 전향적으로 합의 선택을 해 길이 열린 것으로 알려진다. ⓒ 육군
하지만 금년 초 친노 계열로 분류가 가능한 오 사장이 야인 생활(20대 총선 준비 과정에서 경쟁력이 없다는 여론조사 이유로 컷오프 당함)을 접고 코레일 사장직에 오르면서 코레일 나름의 목소리를 부처에 전달하는 '방패 역할'도 일정 부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문재인 정권과도 '대선 캠프 조직1본부장'으로 당선에 기여했다는 인연이 있다. 실세 장관과 실세 사장의 의견 조율 등 방정식 해결 과정에 관심이 모아진 것이다.
이제 SR의 탄생과 경영형태가 애초 왜 논란의 씨앗으로 여겨지고 있는지 살펴볼 차례다. SRT 노선을 당초 코레일이 직접 운영할 것이라는 설이 유력했으나, 자회사 형식으로 경영을 맡기는 분리 조직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런 상황에서 코레일은 가격을 낮게 책정하는 등 의욕적으로 시장논리를 펴는 SR 측과의 경쟁으로 손실을 크게 보는 것으로 분석된다. SR은 코레일이 41%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나머지는 사학연금 31.5%, 중소기업은행 15%, 산업은행 12.5% 등 지분을 갖고 있음) SR이 벌어들이는 수익금으로 가만히 앉아 배를 불릴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
또한 표면적으로 코레일과 협력 관계에 있는 SR은 별다른 투자 없이 기존 코레일의 시스템에 무임승차하는 구조도 갖고 있다는 비판이 코레일 내부에서 나온다. 알짜배기 노선만 운영하는 얌체 같은 존재라는 비판인 셈인데, 표면적 협력 가족 실상은 이상한 경쟁 구도라는 불만인 셈이다.
그러나 양자가 지금 일부 문제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통합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회의론도 없지 않다. 우선, SR이 길지 않은 역사 와중에 지적받은 가장 큰 문제점을 캐보면 그 뿌리는 코레일이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SR 채용비리의 주체가 대부분 코레일 출신 전·현직 간부들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코레일의 힘을 도리어 키워주는 정책으로 가닥을 잡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
◆홍순만 '메기 효과' 존재, '잘못된 경영자' 평 이면엔?
철도산업구조 평가의 연구 용역이 하반기에 나올 예정으로 알려져 있으나 그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이 연구결과에 따라서 그동안 고객들의 불편한 상황이 해소 가닥을 잡게 되는데(SR와 코레일 사이의 통합 여부 포함), 평가 공정성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철도 운영 경쟁체제를 철회하고 코레일 독점체제를 주장했던 김태승 인하대 물류전문대학원장이 용역을 맡으면서 공정성 시비가 붙었는데, 오 사장도 통합론자로 분류되는 사정에서 오비이락 시비가 있었다. 다만 당국에서는 이를 일축했다.
SR이 독자적인 회사 형식으로 운영하도록 가닥을 잡고 또 경쟁력 강화를 위해 날렵한 기병처럼 기동하게 한 인물 중 하나로 전임 코레일 사장인 홍순만씨 역할이 있었다는 점도 곱씹어볼 대목이다.

오영식 코레일 사장.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코레일이 공익적 관점에서 철도 구상을 펼쳐야 할 일이 많을 텐데 아직 그런 점에서 그가 충분한 인사이트를 갖췄는지에 이견이 존재한다. ⓒ 뉴스1
교통 분야라는 고인 물 속의 미꾸라지들을 움직이게 한 메기처럼 'SR 효과'가 일어난 것인데, 이에 한몫 거든 인물인 홍 전 사장 등 인사들은 공교롭게도 철도노조에 의해 지정된 '철도적폐 12인'과 대거 겹친다.
홍 전 사장의 치적 중에는 인천공항과 전국 각 거점을 잇는 공항행 KTX 구상도 있었다. 이를 새롭게 오 시장이 부임하고 곧 폐지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광주 출발~공항행 등 일부 노선은 차치하고 동대구~인천공항 등 이용자 규모와 수익성이 보장되는 쪽을 저울질해 선별적으로 살렸으면 될 을을 전면 폐지로 몰아붙였다는 반발이 지방에서 일고 있다.
아울러 공익적 관점에서도, 국가 항공 및 철도 정책 전반의 그림상 이상한 선택을 오 사장이 결단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현재 동남권신공항 입지 관련 논쟁이 있으나 '김해신공항 안건 폐지, 가덕도신공항 재추진' 등으로 새 답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나라 관문공항은 인천 하나라고 봐야 한다.
즉 김해신공항을 계속 추진할 경우라는 미래 관점에서나, 현재 김해공항을 이용하는 데 만족하는 상황에서나 중장거리 해외 노선 탑승을 위해선 인천으로 동남권 지역민들이 움직여야 한다는 것.
'관문공항을 허락받지 못한' 2등 국민들로 머물고 있는 지역 주민들의 사정을 해소해 주는 방법론 측면에서도(수익성 등 논란은 이미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음) 홍 전 사장 치적 전체 지우기에 급급해 오 사장이 성급한 '전부삭제 딜리트' 키를 누른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홍순만식 논리는 싫고, 공익적 철도 운영감각도 없고?
이런 사고관을 가진 오 사장이 계속 경영 행보를 펼친다면, 향후 (SR을 통합한다는 가정에서) 코레일이 전체적 공익 관점에서 SR 운영 패턴을 짤 것도 요원해진다는 가능성이 떠오른다. 전체 물류 이슈에서는 부수적이지만, 문재인 정권이 '지방분권 개헌 추진' 등 지역 발전과 균형적 서울-지방 관계 그림의 레토릭을 남발하는 상황에서 '양두구육' 논란을 낳을 수 있으므로 관심을 모은다는 것.
SRT 운행 3년 사정에서 그간 혜택 한정돼 소외받는 전라선 이용객들의 요청은 상당했다. 하지만 SR에서는 시장성 등을 이유로 단호하게 이를 관리했다. 하지만 이제 오 사장이 새로 등장한 상황에서도 이런 지역 민원을 선뜻 들어줄 것으로 볼 여지는, 위의 여러 이슈에서 볼 때 작은 것 같다. '촛불 정권'이 인선한 새 인물이 새 정책 구도를 잡아 차별화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건 또 그것대로 문제다.
결국 오 사장은 단순히 SR과 코레일 통합이 정부의 공약이었으니 이를 집행한다는 역할에 머물 수 있으나 이런 역할 이상으로 스스로 발전해야 할 필요를 주문받는다. 공무원 사회에서는 상부나 정권에서 기획하는 사업이나 상사가 그려주는 구도를 충실히 소화하는데 그 이상 못하는 인물이나 하부부서를 '지게꾼'으로 표현한다.
전체적으로 철도와 물류 정책이 어떻게 방향을 그려가야 할지 큰 그림에서 보는 인물이라는 점을 교통 분야 내외에 각인시켜야 할 숙제를 지게 된다. 오히려 통합 여부는 작은 문제라는 것.
지게꾼 기능을 넘어서서, 전문가로 오 사장은 임기 중에 퀀텀점프 마리매김을 해낼 수 있을까? 한반도 평화 기류가 성공한다면, 남과 북은 교류를 활성화하게 되고, 코레일 수장이 철도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끊어진 남북의 철길 연결을 해내고 철마를 달리게 할 공익 집행자의 후보가 바로 오 사장이기에, 공항 KTX 폐지 구상 등 그의 지금 몇몇 행보는 그래서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