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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내 숨은 만고강산' GS리테일? 루머의 허와 실

 

임혜현·윤인하 기자 | tea@·yih@newsprime.co.kr | 2021.05.06 08:52:05

[프라임경제] GS리테일(007070)의 일명 '남성혐오 논란'을 둘러싸고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GS리테일의 대응을 놓고 뭔가 이상하다는 의문의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GS리테일이 이번에 도마에 오르게 된 계기인 캠핑 관련 포스터에 일명 남혐 이미지를 넣었느냐 문제 말고도 다양하고 오래 이런 숨겨놓기 조롱이 이어져 왔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본지에서는 이미 지난 3일 '[여의도25시] '역사 깊은' GS25 '남혐' 홍보물, 새 논란'을 통해 이를 밝힌 바 있다.

◆이 종목은 개인이 공매도 못 한다 등 '각종 썰' 난무

이 와중에 기념주화 논란까지 덧씌워지고 있다. 그렇게 홍역을 치렀음에도, GS리테일 50주년 기념주화 발매의 소개 포스터에조차 남성을 혐오하고 놀리는 손동작이 숨겨져 있다는 주장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돌아다닌 것. 해당 기업에서는 "허위사실로 업주 등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 책임을 묻겠다"며 형사 처벌 추진으로까지 나간다는 강경 대응을 했다. 이로써 오히려 여론 악화의 악순환 고리를 끊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편의점 점주들의 집단소송에 총대를 매고 나서기로 했던 점주 A씨가 소송 추진을 중단하겠다고 나서면서 불만을 누그러뜨리고, 이 업체의 최고수뇌부에서 사과를 하는 등 노력이 큰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네티즌과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GS25 편의점 매출 하락이 얼마나 어느 정도 크기로 지속될지는 차치하고, 합병 이슈 자체가 무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공매도 등으로 매수청구권 행사 예정 가격인 3만4125원선까지 미끄럼을 탈 수 있다는 예측이나 희망사항(?)이 나돈다.

특히 일부 투자자들은 개인은 이 종목에 공매도를 못 할 것이라는 주장도 내놓는다. '이미 풀로 찼기 때문에'이라는 설이다. 기관이나 외국인이 약간 띄웠다 본격적으로 공매도를 하는 등 먹잇감으로 점찍은 터라 개인이 공매도로 돈을 벌어보려고 낄 자리는 없다는 것. 그냥 몸조심하라는 소리인 셈이다.

이에 관해 금융권 관계자는 "아까부터 계속 소설 같은 이야기"라고 회의적인 시각을 내놓는다. 다만, 대응 태도가 주가와 연결될 수 있는데, 굳이 지금 같은 이상한 대응 관점에 따라서는 무대응인 이유는 궁금하다는 의견은 적지 않다. 

GS리테일 상황을 놓고 각종 분석과 의견이 난무하고 있다. ⓒ 네이버 증권

이와 관련해 한 투자자는 "GS리테일 내부에 홍보조직이 셋으로 나뉘는데, 그 중 한 팀이 전부 여성"이라면서 "40대 남성 디자이너가 실수로 (캠핑 관련 용품 포스터에) 해당 이미지를 넣었다는 것은 회사 내부적으로도 안 믿는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기업 문화가 GS리테일 등에 치중돼 있기 때문에 GS리테일은 일종의 찬밥 대우라는 풀이도 있다. 이 투자자는 "(기름 불매로까지 번져서)GS칼텍스 주가가 떨어지는 경우에나 (그룹 상층부에서는) 무슨 일인가 할 것"이라고 그룹 오너 일가의 느린 대처나 무대응 가능성을 제시했다. 

비중이 작아서 그룹 내에서 GS리테일에 대해 신경을 쓰는 분위기가 아니어서, 일종의 '주인없는 기업'처럼 기류가 형성돼 있다는 풀이다. 이런 상황을 일부 페미니즘에 경도된 이들이 회사에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닌, 자기 소신을 관철하는 놀이터로 회사를 쓰고 있다는 저격인 셈이다.

다만, 이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GS리테일의 근래 매출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GS25가 CU편의점(BGF)쪽에 경쟁력이 밀린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특히 오프라인 판매업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GS리테일의 상황을 GS홈쇼핑과 비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GS홈쇼핑은 전통적인 TV 시청자 중심의 판매 시스템으로는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는 문제의식 속에 온라인은 물론 모바일 판매 전문기업으로의 변신을 이미 시도한 생활경제계의 기린아이다.

GS리테일의 홍보 조직 내부에 근원적 문제가 있다는 글. 이 의견은 아울러 그룹 문화상 별다른 대응이 없을 것이라는 암담한 예측도 덧붙이고 있다. ⓒ 네이버 증권

GS리테일의 2020년 매출 규모가 8조5600억원선인데, 영업이익은 2597억원가량이라는 점은 GS홈쇼핑이 불과 1조2067억원 매출에서 약 157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에 비해 외화내빈 소리를 듣기 좋다. 

그러나 전반적 상황에서 GS리테일의 성적표(2020년 기준)를 저평가할 것만은 아니라는 반박도 나온다. 이 회사는 GS그룹의 30억 이상 매출 계열사 리스트에서도 GS칼텍스와 GS건설 뒤를 이어 등장하는 상징적 존재다. 영업이익이 좀 초라하지만, 업의 특성상 그야말로 '좁쌀 줍는 일개미처럼 벌어들이는' 방식이 불가피하다는 동정론도 대두된다. 

전년도 대비 영업이익 증감률을 볼 때 GS칼텍스가 적자전환을 받아들었을 때, GS건설은 0.3%였고 GS리테일은 44.0%를 기록했다. 참고로 GS홈쇼핑은 31.5% 증가였다.

문제가 생겨도 확실히 복구하는 '기저효과' 내비 '믿을 맨' 소리를 들기엔 자격이 충분하다는 시각이 그래서 유효하다.

◆'믿을 맨'을 일개 페미 팀에게 맡겨 둔다고?

4세 경영 승계의 국면에서도 GS그룹 오너 일가들이 특정사를 내팽겨쳐 두기 어렵다는 점에서 저와 같은 주장들은 '지나치게 부풀려진 문제 제기'라는 점도 간과하기 어려운 구석이 있다.

고 허만정 창업주는 금성(현 LG그룹)과 일을 같이 한 경우가 아니다. 그는 삼성을 함께 일군 이로, 한국 1세대 기업인 중에서도 가장 유능한 케이스로 꼽힌다. 이후 럭키와 금성의 쌍두마차 시절에 허씨 집안은 주로 나서지 않고 구씨 일가를 돕는 데 주력했다. LG 구씨와 GS 허씨로 갈라선 과정도 상당히 매끄럽고 온화했던 데에는 "동업은 오래 가기 힘들다"는 속설을 깬 허씨 일가의 슬기가 상당 부분 작동했다는 후문.

이런 허씨 일가는 집단지도체제라고 부르기엔 좀 모호하지만, 집안 경영이라고 부르기 충분한 기법으로 큰 규모의 재벌그룹을 구조를 굴리고 있다. 지주사인 GS 지분 구도에서 볼 때 두자릿수 보유자가 튀지 않고 특수관계인이 엄청나게 많은, 한자릿수 지분의 '수많은 허씨들의 난무' 구도인 것.

GS리테일의 합병 추진 문제는 특히 아들 없이 딸만 있는 측(GS홈쇼핑을 일군)에서 다른 쪽에 협력해 주는 상황으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나돌았었다. 고 허만정 창업주의 아들 중 하나인 허신수씨에서 다시 허연수씨로 이어지는 쪽으로 힘을 실어주는 선택을 한 게 바로 '리테일+홈쇼핑 결단'이었는데 지금 주가 폭락 구도가 본격화되면 자칫 이것이 흔들릴 수 있는 것이다.

주가 폭락을 일으킨 메갈 논란은 우연의 일치였다 치더라도, 이를 진화하지 않고 계열사 일개 팀 취향대로 내버려 두거나 혹은 전혀 소가 닭 보듯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 4세대 사람들의 경영 참여가 대체로 우수한 성적표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는 다소 냉정한 세간의 인식 하에서, 어떻게 특정인을 띄우는 것도 아니고 GS 특유의 시스템을 유지하려면 계열사 한둘을 버릴 생각은 GS그룹이 재벌임에도 사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GS그룹의 특수성도 겹쳐 읽어야 한다는 당부를 하는 이도 있다. 건설의 경우, 사실 지주에서 지분이 한 톨도 없고 다만 오너 일가가 장악하고 있어서 그룹 가족으로 보는 상황이다. 특히 근래 경영 일선에서 한 발 뺐다는 평을 듣는 형제도 존재하는 등, 4세 경영 본격화로 가는 상황에서 누가 좀 더 두드러지고 누가 상대적으로 뒤에서 안분자족할지 등 수가 다양하다. 여러모로 내부에서는 복잡한 암중모색이 음으로 양으로 오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경영권 승계가 아니라 (지분 보유는 서로 협력해서 안분하되) 경영을 각자 하는 의미의 경영 승계 구도로 볼 때 그리고 실적 규모나 효율성 면에서 등 여러 면에서 종합적으로 볼 때 GS리테일을 주인이 없는 듯 방치할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는 것. 

이는 바꾸어 말하면, 평범한 붉은 피를 가진 일개 직원이 개인적 소신으로 무슨 일을 벌여도 '피가 파란' 재벌 집안 오너의 매서운 질책이 층층시하로 내려올 일이 없다는 '숨어있는 만고강산'이라는 회사는 결코 있을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와도 맞닿는다. 

왜 저 편의점에서는 '내리갈굼'이 진작에 작동해서 지속적으로 문제를 벌이거나 이를 못 알아채고 방치한 중간관리자 등을 내버려 두는가? 그 세밀한 속사정은 확실치 않아도, 그룹 전반의 문제로 볼 건 아니라는 이야기는 대단히 흥미롭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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