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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하나금융의 지나친 좌고우면(?)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8.07 16:58:23
[프라임경제] 하나금융지주처럼 빠르게 성장, 한국금융사에 족적을 남긴 금융기업도 다시 찾기 어려울 것이다.

다른 빌딩의 한켠에서 투자회사로 시작한지 불과 오래지 않아 4대 금융지주로 성장했으니 말이다. 더욱이 선진금융기관의 기법인 매트릭스 체제를 앞장서 도입하는 등 선견지명도 남다르다. 하나공익재단을 설립하는 데도 다른 금융지주보다 더 열정적이었던 일도 기억하고 싶다. 이런 창조적이고 모험을 즐기는 하나금융의 성격은 키코 손실 등으로 이어지기도 했으나 대체로는 긍정적으로 작용하여 오늘에 이르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하나금융의 체질도 변하는 것일까? 최근 하나금융과 관련, 평소답지 않게 좌고우면한 듯한 징후, 좌고우면을 지나쳐 전전긍긍이 된 사례인 듯한 일 두 가지가 눈에 띈다.

우선 첫번째 사례는 하나금융의 하나금융연구소가 홈페이지를 가동하지 않는 후진적 관행으로 퇴보를 선택한 것이다.

하나금융연구소는 하나금융지주가 설립한 연구기관이다. 우리 금융시장에서 내노라하는 은행마다 첨단금융기법과 금융트렌드, 비금융 사업 노하우 등을 연구하지 않는 예가 오히려 드물다. 하나금융지주는 이런 트렌드에 안주하기 보다는 오히려 독립법인으로 만들어 더욱 역할모델을 강조했다. 신한FSB연구소 등은 은행 산하로 돼 있고 KB금융은 아직 KB국민은행연구소를 고집하고 있어 지주사 전환 이후의 신선한 변신은 떨어지는 맛이 없지 않음과 비교하면 상당히 이색적이고 도발적이다. 매트릭스 체제, 자본시장통합법 시대로의 본격 진입 이후까지도 대비, 제 역할을 하라는 주문으로 읽힌다.

하지만 이같은 하나금융연구소는 과거 홈페이지를 오히려 폐쇄하는 등 자체 생산한 정보를 스스로의 품 안에만 가두고 이용하려는 듯한, 이상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 KDI 등의 자료실에서 하나금융의 보고서로 건 링크 등도 모두 '해당 페이지 없음'으로 나오는 이상한 일이 목격되기도 한다.

정보를 내부적으로만 돌려 보겠다는 것인지, 오히려 자료를 공유하고 창조적으로 일하는 게 하나금융의 색채에 맞을 터인데 싶은 대목이다. 오랜 판단과 고민 끝에 내린 결단이라 해도, 이런 고민을 한 자체가 도전적이던 과거와 벽을 쌓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두번째 의구심은 하나금융연수원에서 5일과 6일간 열린 '하나어린이 골프교실'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데 홍보 계통이 소극적으로 대응한 데 따른 것이다. 소극적인 것은 차치하고라도 언론과 사회일반 대중들에게 이를 알려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혼란을 느낀 우왕좌왕하는 심사가 그대로 노출된 일면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우선 이 대회는 하나금융의 연수원에서 열린 점과 하나금융이 후원하는 김인경 프로와 문현경 프로 등이 참석한 자리였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래의 고객인 어린이들에게 골프를 알리고 하나금융의 살가운 이미지를 심는 좋은 기회라는 점도 분명하다.

통상적으로, 이런 행사는 기자들의 취재를 독려하고, 용인이라는 거리가 부담스러울 기자들을 위해 어떻게든 보도자료를 만들어 배포한다.

하지만 하나금융은 그러지 않았다. 그러지 않았다는 것으로 끝났다면 오히려 모양새가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6일 오후 늦게야 연합뉴스와 뉴시스망을 타고, 그것도 '<<하나금융 사진자료 제공>> 이라는 꼬리를 단 형태로' 사진자료가 포털 등에 게시됐다.

아마도, 보도자료를 전체적으로 제공하기에는 뭔가 이상하고, 그렇다고 홍보를 과감히 포기하기도 어려워 '통신사 두 곳만' 제공을 한 고육책을 낸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굳이 추측을 하자면, 5일경 터진 '고위공직자 골프 접대 파문' 등으로 인해 골프라는 소재를 다루는 게 무척이나 난감하지 않았을까 싶은 부분이 있고, 그게 사실이라면 어린이 골프 대회를 하필 그때 연 게 불운이었다고 밖에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차라리 고객들을 위한 행사를 치르는 데 만족하고 홍보를 전면적으로 접었으면 모를까, 통신사 두 곳만(?)이라는 행보를 보인 것은 안 하느니만 못한 것으로 느껴진다. 통신사를 통하면, 기사전재계약이 된 수많은 언론사들이 '받아서 쓸'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 오히려 보도자료를 '어그레시브하게' 써서 돌리는 게 맞다고 본다. 이러한 정면 돌파 대신 '통신을 타고 확산되면 되는 것이고, 아니면 말고'라는 식으로 생각을 했다면-이는 무척 외람된 추측이지만-이는 '장고 끝 악수'가 아닐까. 참고로 통신사를 타고 이 기사가 송출된 시간이 모호했기 때문에 다음날이 되는 7일자 매일경제(17판)나 한국경제(45판), 파이낸셜뉴스(5판), 머니투데이(10판 기준) 등 주요 종이 신문은 이를 무시해 버렸다. 인터넷 경제 매체들도 대부분 이를 무시했다는 점도 상기시킬 필요가 없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럴 바에는 통신사 두 곳인들 자료를 제공할 필요가 없었던 셈이 됐다.

이런 사례들이 실제로 하나금융이 과거와는 판이하게 좌고우면을 하는 사안이 맞다면, 그리고 좌고우면이 신중함을 넘어서서 우유부단함으로 귀결된다면 이는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금융부문에서 하나금융이 걸어온 길과 쌓은 업적도 대단하지만 그보다는 아직 앞으로 하나금융이 갈 길이 더 멀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같은 깊은 '생각에 꼬리를 이은 생각'이 지나친 폐쇄성이나 정보 독점 욕구, 정보 통제 욕망 등으로

   
   
연결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지금의 하나금융은 갑자기 손에 든 것이 늘어나자 이들을 주체하지 못해 고민이 깊은 사람으로 보인다. 원숙함을 빨리 갖거나 그게 어려우면 차라리 실수할 때 하더라도 진취적이고 열린 마인드를 보이던 하나금융의 기존 태도를 되찾는 게 낫다고 보인다.

임혜현 기자/프라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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