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정부가 2022년 '반지하 침수 참사' 계기로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공공임대주택 '우선공급 확대'를 추진했지만, 매입임대주택의 실제 공급 실적은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임대 우선공급이 확대된 것과 다르게 매입임대는 공급 물량과 비중 모두 감소하면서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주거안전망 강화 정책 실효성이 도마에 올랐다.
허영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일반유형 매입임대주택의 주거취약계층 우선공급 물량은 1071호로 집계됐다. 2022년(1959호)과 비교하면 45.3%(888호) 감소한 규모다. 같은 기간 전체 공급 물량에서 취약계층이 차지하는 비중도 18%에서 12%로 6%p 낮아졌다.
정부가 취약계층 주거상향을 위해 우선공급 확대 방침을 내놓았지만, 정작 매입임대 분야에서는 정책 시행 이전보다 실적이 악화된 셈이다.
정부는 지난 2022년 8월 집중호우로 서울 관악구 반지하 주택에서 일가족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이듬해 2월 '기후변화에 따른 도시·주택 재해대응력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쪽방·반지하 등 비정상거처에 거주하는 취약계층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매입·전세임대 우선공급 비중을 30%(기존 15%)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후 공급 실적은 임대 유형에 따라 뚜렷하게 엇갈렸다.
전국 전세임대 우선공급 물량은 2022년 4826호에서 지난해 1만481호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우선공급률 역시 13%에서 32%로 19%p 상승했다.
반면 매입임대는 우선공급 물량이 1959호에서 1071호로 감소했으며, 우선공급률도 18%에서 12%로 떨어졌다. 지난해 기준 두 유형 우선공급률 격차는 20%p까지 벌어졌다.
이런 차이는 주택 공급 방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전세임대는 지원 대상자가 직접 민간 임대주택을 물색하면 공공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해 재임대하는 방식이다. 매입임대의 경우 공공이 기존 주택을 매입한 후 입주자에게 공급하는 구조다.

공급절차 진행 중인 가구의 단계별 현황. Ⓒ 허영 의원실
업계 관계자는 "매입임대는 주택 확보 과정에서 매입가격과 입지, 주택 상태 등 영향을 받아 공급 여건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라며 "물론 이런 구조적 차이만으로 우선공급 실적 감소를 설명할 수 있는지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서울에서는 전체 매입임대 공급량이 계획을 웃돌았음에도 주거취약계층 우선공급 비중은 오히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서울의 일반유형 매입임대 공급 실적은 645호로 당초 계획(630호)를 넘어섰다. 하지만 이중 주거취약계층 우선공급(50호)은 전체 8%에 불과했다.
올해 들어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까지 서울에서 공급된 일반유형 매입임대는 916호로, 연간 계획 물량(760호)을 이미 초과했다. 하지만 취약계층 우선공급(59호)은 전체 공급량 6% 수준에 머물렀다. 공급 실적이 계획을 초과했음에도 불구, 취약계층 우선공급률은 지난해보다 2%p 낮아진 것이다.
경기도 역시 지난해 일반유형 매입임대 2113호를 공급해 계획 물량(1620호)을 웃돌았지만, 취약계층 우선공급(195호)은 9%에 그치고 있다. 올해 8월까지의 우선공급률도 9%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전체 공급 물량 확대가 반드시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공급 확대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라는 점을 나타낸다"라며 "특히 정부가 '주거상향 지원 강화' 방침을 제시한 만큼 공급량뿐 아니라 실제 대상자에게 배정됐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주거취약계층의 주거안정을 위해서는 공급 물량과 함께 실제 입주까지 이어지는 과정도 개선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국토교통부 제출자료에 따르면, 공급 대상자로 최종 선정된 뒤 공급을 기다리는 예비자는 △매입임대 1만8325가구 △전세임대 6만448가구 총 7만8773가구에 달했다. 계약을 체결하고도 입주하지 못한 가구 역시 △매입임대 4570가구 △전세임대 3만3720가구 총 3만8290가구다. 두 단계를 합산하면 11만7063가구가 공급 또는 입주 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다.
전세임대는 입주자가 직접 주택을 찾아야 하며, 주택 물색 기간(9개월)이 지나면 지원 대상 자격이 종료되는 구조다. 매입임대 역시 공공이 확보한 주택 일정 등에 따라 실제 입주까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결국 주거취약계층 지원 정책 성과를 공급 물량·대상자 선정 실적만으로 판단할 수 없으며, 실제 안전한 주거공간으로의 이전이 얼마나 이뤄졌는지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허영 의원은 "반지하 참사 뒤 우선공급을 확대한 취지는 열악한 거처에 사는 국민을 더 빨리 안전한 집으로 옮기는 데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전세임대 방식을 적극 활용하되, 매입임대가 필요한 계층과 입주 대기 가구까지 놓치지 않도록 실제 주거상향 성과를 기준으로 공급체계를 보완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반지하 참사 이후 주거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공급 확대 방침을 내놓은 지 3년여가 지났지만, 매입임대 우선공급 실적은 여전히 정책 취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공급 규모 확대와 함께 취약계층에 대한 실질 배정과 입주까지 연결하는 정책 보완이 요구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