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 공공주택 업체 선정·계약 업무가 조달청으로 이관된 이후 부실벌점 입찰 제재 효과가 크게 낮아졌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 공사·감리 과정에서 부실·안전관리 문제로 벌점을 받은 업체들이 이후에도 공공주택 사업을 잇달아 수주하면서 벌점제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허영 의원실(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따르면 부실벌점 누적 상위 5개 건설사업관리(CM) 업체 가운데 4곳은 2024년부터 올 6월 말까지 벌점 적용 상태에서도 조달청이 심사한 공공주택 CM용역 53개 사업을 수주했다. 이들 업체가 확보한 계약금액은 지분 반영 기준 2247억3297만원이다.
논란 핵심은 공공주택 사업 입찰 과정에서 벌점이 차지하는 실질적 영향력이다.
LH는 앞서 "부실벌점 업체가 공공주택 사업을 반복적으로 수주한다"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벌점 반영 범위와 감점 기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종합심사낙찰제 평가기준을 손질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후 부실벌점 상위 CM업체 수주가 제한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지난 2024년 4월 공공주택 설계·시공·감리업체 선정과 계약 업무가 조달청으로 이관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조달청은 벌점 감점을 적용한 기술적이행능력평가 점수를 다음 평가 단계에서 10점으로 환산해 최종 점수에 반영한다. 이 과정에서 벌점에 따른 실질 감점 폭은 0.01~0.5점으로 줄어든다.
기존 LH 자체 심사에서 적용한 벌점 감점과 비교하면 평가 영향력이 1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진다는 게 허영 의원 분석이다. 같은 벌점 보유 업체라도 발주·계약기관 평가 방식에 따라 실제 입찰에서 받는 불이익에 상당한 차이가 발생하는 구조인 셈이다.
벌점 영향력이 낮아진 가운데 실제 수주도 이어지기도 했다.
허영 의원에 따르면, 벌점 상위 업체 가운데 A업체는 조달청 이관 이후 계약 23건에 참여해 지분 기준 약 1159억8800만원을 수주했다. 이외에도 △B업체 14건 584억8100만원 △C업체 11건 296억9500만원 △D업체 8건 205억6800만원을 수주했다.
동일 사업에 여러 업체가 공동 참여한 경우가 포함돼 업체별 계약 건수를 합산하면 56건이며, 실제 사업 수는 53개다. 지분을 반영한 계약금액은 약 2247억3300만원에 달한다.
부실벌점은 과거 공사와 감리 과정에서 발생한 부실 및 안전관리 이력을 향후 공공사업자 선정 과정에 반영하기 위한 장치다.
다만 계약기관에 따라 동일한 벌점 평가 영향력이 크게 달라질 경우 제재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공공주택 사업은 국민 주거와 직접 연결되는 만큼 부실·안전관리 업체 이력이 입찰 과정에서 어느 수준까지 반영돼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의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벌점제도 실효성이 떨어질 경우 부실관리 이력 업체를 선정 단계에서 가려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공공주택 품질 저하나 안전 문제, 추가 보수비용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허영 의원 측 지적이다.
허영 의원은 "2023년 LH 계약업무를 조달청으로 이관한 취지는 존중지만, 그 과정에서 공공주택 부실과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강화한 벌점평가까지 약해져선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국토부가 벌점제재 관련 평가 사각지대를 점검하고, 부실·안전관리 이력이 공공주택 사업자 선정에 합당하게 반영되도록 기준을 정비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