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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비용까지 BPO 몫?…컨택센터 '운영·시스템 통합발주'가 돌파구

인력운영 넘어 AICC 구축까지…BPO 'OEM→ODM' 전환 가속

김상준 기자 | sisan@newsprime.co.kr | 2026.09.29 14:03:51
[프라임경제]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컨택센터에 빠르게 스며들면서 BPO 시장의 경쟁 공식이 바뀌고 있다. 상담 인력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느냐가 핵심이었던 시장에서 이제는 AI와 데이터, 사람을 결합해 얼마나 높은 고객경험(CX)을 만들어내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다.

낮은 가격으로 사업을 수주한 뒤 효율적인 인력운영을 통해 수익을 만들어내는 방식만으로는 한계에 봉착했다. = 프라임경제


문제는 비용이다. 고객사는 AI를 활용한 생산성 향상과 상담 품질 개선을 요구하면서도 업체 선정에서는 여전히 '가격'을 주요 기준으로 삼고 있다. BPO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와 채용비가 오르는 상황에서 AI 시스템 투자비까지 부담해야 하는 이중고에 직면한 셈이다.

특히 최근 BPO기업들이 자체 AICC 플랫폼과 생성형 AI 기반 상담 지원 솔루션을 갖추기 시작하면서 ‘AI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 하반기 입찰 본격화…BPO 부담은 오히려 증가

9월 들어 컨택센터 BPO 시장의 입찰도 본격화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라이나생명, 노란우산, 신협, 모빈스, 카카오페이, 한국가스공사, KB신용정보, SK매직, 쏘카, KG이니시스, IBK기업은행 등의 입찰이 진행됐다.

하반기에도 하나카드, 카카오뱅크, 신한카드, 신한은행, 하이텔레서비스(LG전자), 애터미, 한국지역정보개발원, 한국교육학술정보원, NH농협손해보험, 예다함 등 주요 금융·공공·민간기업의 사업이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BPO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은 녹록지 않다. 최저임금 상승을 비롯해 상담사 구인난과 채용비 증가, 신규 상담사의 조기 이탈을 막기 위한 정착지원금 확대 등 인력 운영 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AI 도입 비용과 노동환경 변화, 공공부문의 직영화 움직임, 운영과 시스템 구축의 분리발주까지 맞물리면서 수익성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상담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입사 후 일정 기간 정착지원금을 지급할 정도로 인력 확보 경쟁도 치열해졌다.

과거처럼 낮은 가격으로 사업을 수주한 뒤 효율적인 인력운영을 통해 수익을 만들어내는 방식만으로는 한계에 봉착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고민이다.

◆ AI 요구하면서 구축 비용은 BPO가?…통합발주 필요

업계가 주목하는 돌파구는 '운영과 시스템의 통합'이다. 생성형 AI가 컨택센터에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운영과 시스템을 별개의 영역으로 구분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AI를 활용해 상담 생산성을 높이려면 단순히 시스템만 구축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어떤 상담을 AI가 처리하고 어떤 업무를 사람이 담당할 것인지부터 상담 프로세스와 인력 배치, 교육, 품질관리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

현장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BPO기업이 시스템 설계 단계부터 참여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현재 상당수 사업에서는 상담센터 운영과 시스템 구축을 각각 발주한다. 이 경우 운영사는 고객사가 요구하는 생산성과 품질을 달성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보유한 AI 솔루션이나 시스템을 추가로 제공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결국 BPO기업이 운영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기술과 시스템을 사실상 부가서비스처럼 제공하는 구조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AI 시대에는 시스템에도 적정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운영과 구축을 하나의 사업으로 묶으면 BPO기업은 고객사의 업무 특성과 상담 데이터를 분석해 필요한 AI 기술을 직접 제안할 수 있다. 고객사 역시 운영성과와 시스템 성과를 하나의 체계에서 관리할 수 있다.

현재 통합발주는 전체 시장에서 아직 제한적인 수준이지만 이커머스와 유통 등 시장 변화가 빠르고 50석 안팎의 중소형 센터를 중심으로 운영과 시스템을 함께 제안하는 ‘토탈 아웃소싱’ 모델이 점차 나타나고 있다.

◆BPO도 'OEM→ODM'…직접 AI 설계한다.

BPO기업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고객사가 정해준 인력과 업무를 그대로 운영하는 'OEM형 BPO'에서 고객사의 업무를 분석해 인력과 프로세스, AI 시스템까지 직접 설계·제안하는 'ODM형 BPO'로 전환하는 모습이다.

이미 주요 BPO기업들은 10여 년 전부터 자체 기술 확보에 나서왔다. AICC 플랫폼을 직접 개발하거나 자회사·IT 조직을 통해 기술을 내재화한 기업이 있는가 하면 전문 IT 기업과 협업해 자체 서비스 체계를 구축한 곳도 있다.

이들이 확보한 기술도 △STT(음성인식) △TTS(음성합성) △TA(상담분석) △AI KMS(지식관리시스템) △생성형 AI △AI QA △AI Tutor △AI Assist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 도입 이후 기술 활용 범위가 상담 전·중·후 전 과정으로 확대되고 있다. 상담 전에는 챗봇과 보이스봇이 단순·반복 문의를 처리한다. 상담 중에는 AI Assist와 KMS가 상담사에게 고객 문의에 필요한 정보와 답변을 실시간으로 제시한다. 상담 종료 후에는 상담내용을 자동으로 요약·분류하고 AI QA가 상담품질을 분석한다.

◆AI KMS·Assist·Tutor…상담사 근무환경까지 바꾼다.

AI의 효과는 단순한 상담 자동화에 그치지 않는다. BPO기업들이 특히 주목하는 분야는 상담사의 교육과 업무부담 감소다.

AI KMS는 방대한 상담지식과 업무 매뉴얼을 체계화해 상담사가 필요한 정보를 신속하게 찾도록 지원한다. 신규 상담사의 교육기간을 줄이고 업무 숙련도를 높이는 데도 활용된다.

AI Assist는 상담 중 고객 문의를 분석해 적절한 답변을 추천하고 통화가 종료되면 상담내용을 자동 분류·요약한다. 상담사가 통화 후 별도로 처리해야 했던 후처리 업무를 줄여 상담 생산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AI Tutor는 신입 상담사가 실제 상담과 유사한 환경에서 다양한 유형의 가상 고객을 반복적으로 응대할 수 있도록 한다. 기존 선임 상담사와 일대일로 진행하던 OJT의 부담을 줄이면서 신입 상담사의 업무 적응과 정착을 지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결국 AI가 상담사를 밀어내는 구조가 아니라 반복·단순 업무는 AI가 맡고 사람은 민원 해결과 전문상담, 고객 공감 등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역할이 재편되는 셈이다.

◆컨택센터 인력 10만6725명…2년 새 6.05% 감소

이같은 변화는 산업의 인력구조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프라임경제 기업부설연구소가 발간한 '2026 컨택센터 산업총람'에 따르면 사용기업 조사대상 고객사 1235개 기업의 컨택센터 종사자는 10만6725명으로 집계됐다. 2024년 11만3595명과 비교하면 6.05% 감소했다.

운영형태는 민간기업의 경우 직영 37.7%, 아웃소싱 62.3%로 나타났으며 공공기관 역시 직영 40.0%, 아웃소싱 60.0%로 조사됐다. 직영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민간과 공공 모두 아웃소싱 비중이 여전히 절반을 웃돌고 있는 셈이다.

BPO 운영 전문기업의 전체 매출은 8조2382억원, 종사자는 14만5508명으로 조사됐다. 2015년 컨택센터 운영기업 매출 3조8964억원과 비교하면 약 10년 만에 시장 외형이 두 배 이상 성장했다.

하지만 앞으로의 10년은 과거와 같은 '인력 규모의 성장'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AI가 단순상담을 흡수하면서 상담인력의 양적 확대보다 전문 상담인력의 역량과 AI 활용 능력, 데이터 분석, 시스템 구축 역량이 BPO기업의 새로운 경쟁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 "공짜 AI는 없다"…운영·기술 함께 평가해야

결국 AI 시대 컨택센터 BPO 시장의 핵심 과제는 기술 투자에 대한 적정한 가치 인정이다.

고객사가 BPO기업에 AI를 통한 생산성 향상과 고객경험 개선을 요구한다면 이를 구현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과 운영에도 적정한 비용이 반영돼야 한다.

BPO기업 역시 단순히 상담인력을 제공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고객사의 업무를 분석하고 필요한 AI와 인력, 운영 프로세스를 함께 설계하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운영과 구축을 통합해 발주하고 BPO기업이 상담현장에서 축적한 데이터와 도메인 지식을 기반으로 최적의 시스템을 제안할 수 있다면 고객사는 생산성과 CX를 높이고 BPO기업은 기술투자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확보할 수 있다.

AI와 휴먼상담사의 협업이 컨택센터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발주 방식 역시 달라져야 한다.

'사람을 몇 명 투입할 것인가'를 놓고 가격을 경쟁하던 BPO에서 '어떤 AI와 사람을 결합해 어떤 성과를 만들어낼 것인가'를 경쟁하는 BPO로의 전환. 운영과 시스템을 하나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통합발주가 그 출발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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