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임대 중인 주택을 매입하는 무주택자 '실거주 의무 유예 제도'를 오는 2027년 12월31일까지 추가 조정한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임대 중인 주택을 매입하는 무주택자의 실거주 의무 유예 제도를 추가 조정한다. 지난 5월 세입자가 있는 주택 전체로 실거주 유예 대상을 확대한 데 이어 약 4개월 만에 신청기한을 1년 연장하고, 기존 임대차계약뿐만 아니라 갱신계약 기간까지 유예 대상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임대 중인 주택에 대한 실거주 유예 신청기한을 기존 2026년 12월31일에서 2027년 12월31일까지 연장한다. 기존 임대차계약 잔여기간에 더해 갱신계약 1회, 최대 2년까지 실거주 유예기간으로 인정한다. 관련 시행령 개정안은 18일 입법예고를 거쳐 오는 10월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 5월 세입자가 있는 주택 전체로 실거주 유예 대상을 확대한 바 있다. 당시에는 2026년 말까지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한 무주택자 대상으로 기존 임대차계약이 끝날 때까지 입주를 미룰 수 있도록 했다. 이번에는 신청기한을 1년 늘리는 동시에 임차인이 계약을 갱신하는 경우 1차례에 한해 최대 2년을 추가로 인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요건을 충족할 경우 매수자 입주 시점은 최장 2029년까지 늦춰질 수 있다. 다만 매수자가 지난 5월12일부터 '계속 무주택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과 실제 입주 이후 2년간 거주해야 하는 의무는 그대로 유지된다.
김이탁 국토교통부 1차관은 이번 조치가 토지거래허가제의 실거주 원칙을 유지하면서 임대 중인 주택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을 보완하고, 임차인 주거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더불어 무주택 실수요자 요건과 2년 거주의무를 유지해 투기적 수요를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세제개편 이후 매도를 검토하는 집주인 매물을 실제 거래로 연결하는 데 일정 부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이번 조치에 대해 "세입자가 거주 중인 주택이 많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매물 '거래 가능성'을 높이는 제도적 보완으로 볼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양 전문위원은 "세제개편안이 '팔 이유'를 만들었다면 이번 조치는 '팔 수 있는 여건'을 넓힌 것"이라며 "세입자가 있다는 이유로 거래가 어려운 주택까지 매매 대상에 포함되면서 세제개편에 따른 매물 출회가 실제 거래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무주택 실수요자 요건과 입주 후 2년 실거주 의무가 유지된다는 점에서는 투자 수요를 폭넓게 허용하는 조치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바라봤다. 특히 임차인 매물이 많은 지역 중심으로 거래 가능한 물건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을 제시했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세제개편에 따라 시장에 나올 수 있는 매물이 토지거래허가제의 실거주 요건에 막히는 부분을 완화하려는 조치로 해석했다. 갱신계약을 인정함으로써 매매 이후에도 일정 기간 임대차가 유지될 수 있다는 점도 이번 제도 특징으로 꼽았다.
다만 입주 시점이 수년 뒤까지 늦춰질 수 있어 실거주 목적 거래 전제의 토지거래허가제 취지와 이번 예외 조치 사이 정합성은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꺼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기존 임차인 계약기간을 유지하면서 무주택자가 세입자가 거주 중인 주택을 매입할 수 있어 거래 가능한 매물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라며 "특히 향후 세제개편에 따라 매도 물량이 증가할 경우 이번 조치가 거래 과정 제약을 줄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전·월세시장에 대해서는 효과 범위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함 랩장은 "기존 임차인 계약갱신이 인정되는 만큼 매매와 임대차 사이 충돌을 줄이는 효과는 있을 수 있다"라며 "다만 전세 물량 자체를 큰 폭으로 늘리는 정책으로 보기는 어렵다"라고 평가했다. 유예기간이 끝난 뒤에는 매수자가 실제 입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기간 거래량 증가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실거주 목적 매수자가 1년 이상 뒤 입주 시점과 잔금 지급 일정을 전제로 매매계약을 맺어야 하는 부담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기존 주택 처분이나 전세보증금 반환 시점을 향후 입주 일정과 맞춰야 하는 문제도 남아 유예기간 확대가 즉각적 거래량 증가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라고 바라봤다.
임차인 측에서는 갱신계약까지 유예 대상으로 포함되면서 주택이 매매되더라도 기존 임대차를 일정 기간 이어갈 수 있는 선택지가 넓어진다. 다만 유예기간이 끝나 새로운 집주인이 실거주할 경우 기존 임차인이 다시 주택을 구해야 한다는 점에서 장기적 전·월세 수급 효과에 대해서는 전문가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결국 이번 조치 효과는 세입자가 거주 중이어서 거래가 제한된 주택이 실제 매물과 거래로 얼마나 이어지는지에 따라 확인될 전망이다. 실거주 유예 범위는 넓어졌지만 무주택 요건과 입주 후 2년 거주의무가 유지되는 만큼 향후 토허구역 내 매물 증가와 거래량 변화, 임대차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주요 관찰 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