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정부의 전방위 가계대출 관리 여파로 금융 현장 실수요자들은 대출 한도 축소와 자금난에 직면해 있다. 그런데 이를 비웃듯 시중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진행하는 곳이 있다. 게다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반영하지 않는다. 통화당국인 한국은행이다. 임직원 대상으로 이같은 사내대출을 시행하고 있어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일반 국민은 물론 시중은행 행원들까지 촘촘한 DSR 규제에 갇힌 상황에서 가계부채 관리와 통화정책을 주도하는 중앙은행이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잔금대출' 막힌 실수요자…한은 직원 주택구입 대출은 '2020년 이후 최대'
12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한은 주택자금대출을 이용 중인 임직원은 총 150명이다. 대출 잔액은 59억6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자금 용도별로는 주택 구입자금 대출이 122명(48억원)으로 전체 이용자의 81%를 차지했다. 한은 내부에서 주택구입자금 대출을 이용한 직원 수는 지난 2024년 97명으로 저점을 찍은 뒤 지난해 102명, 올해 상반기 122명으로 2년 연속 증가해 2020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주택 임차자금(전세자금) 대출 이용자는 28명(11억5000만원)이었다.
정부가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DSR 강화, 전세퇴거자금대출 제한, 가계대출 총량 관리까지 쏟아내며 실수요자의 신축 아파트 잔금대출길마저 좁아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은 사내대출이 형평성 논란에 휩싸인 핵심 요인은 시장 금리와의 격차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한은 사내 주택자금대출에 적용된 금리는 연 3.5%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공시된 예금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연 4.3%) 대비 0.8%포인트(p) 낮다.
또한 한은 사내대출 정보는 개인신용평가회사(CB)에 공유되지 않는다. 한은 직원이 사내대출을 받은 뒤 시중은행을 찾아 추가 주담대나 신용대출을 받더라도 DSR 산정 시 사내대출 원리금은 전액 누락된다. 차주의 실제 부채 상환 부담이 금융권 신용평가에 반영되지 않은 채 추가 대출을 일으킬 수 있는 구조다.
◆ "은행원도 일반 대출 규제 받는데"…민간 금융권과 형평성 지적
시중은행·국책은행 현장과 비교하더라도 한은의 제도는 제도적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반 금융권 임직원의 경우 과거 존재했던 복지성 주택 대출 혜택이 당국의 규제 강화, 감사원 지적 등으로 사실상 사라지거나 축소됐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경우 은행법상 복지성·일반 신용대출 한도가 2000만원 수준으로 엄격히 제한돼 있고 별도의 저금리 주택 사내대출 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주담대 등은 일반 고객과 동일하게 DSR과 LTV 규제를 적용받아 신청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 역시 "규정상 사내 대출 상품이 남아있더라도 금리나 한도 면에서 일반 대출과 별다른 차이가 없어 실제 활용하는 직원은 드물다"며 "은행 직원들도 주택자금이 필요할 때는 일반 국민과 똑같이 규제를 적용받아 타 은행이나 자행의 일반 대출 상품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최근 민간 기업과 공공기관에도 DSR 수준의 자율적 관리와 원리금 분할상환 등 사내대출 관리 강화를 당부하고 있는 만큼 통화정책을 관장하는 한은 역시 사내대출 제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