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금융당국이 가계부채를 억제하기 위해 유형별·월별로 촘촘한 '총량 규제'를 펼치고 있음에도 국내 주요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신용대출(기타대출) 부문에서 당초 세운 관리 목표를 맞추는 데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시장 흐름과 맞물려 신용대출 공급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올해 하반기 급격히 대출 문을 닫아버리는 '대출 절벽' 현상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인터넷전문은행(인뱅) 3사(카카오뱅크·토스뱅크·케이뱅크)의 지난 5월 기준 가계대출 이행 현황을 분석한 결과 기타대출의 관리 지표 곳곳에서 경고등이 켜졌다.
올해 금융당국이 5대 시중은행에 부여한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는 0.59%에서 0.71% 수준이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이 0.71%로 가장 높았고 신한·하나·NH농협은행이 0.70%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 목표치 초과로 총량 페널티를 받은 KB국민은행이 0.59%로 가장 낮게 책정됐다.
문제는 올해 처음 도입된 '월별·유형별 목표 관리'에서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 부문이 일제히 통제 범위를 벗어났다는 점이다.
◆ 5대 시중은행 신용대출 증가세 지속…하반기 관리 부담 가중
가장 낮은 증가율을 부여받은 KB국민은행은 올해 늘릴 수 있는 기타대출 한도인 1조3264억원 중 절반에 가까운 6287억원을 5개월 만에 소진했다. 반면 주택담보대출은 잔액 기준 4172억원을 오히려 줄여야 하는 강한 압박을 받고 있는 상태다.
신한은행은 지난 5월까지 기타대출 잔액을 242억원 줄여야 했지만 실제 1696억원 증가, 하나은행 역시 364억원 감액을 목표로 잡았지만 오히려 1725억원이 불어났다.
우리은행은 증가 목표액인 1216억원을 초과한 5632억원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NH농협은행의 경우 지난 5월까지 6243억원 감축을 협의했지만 실제 감축액은 3757억원에 그쳐 관리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에서는 최근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증가세에 대한 금융당국의 문제의식을 깊이 인지하고 자율 관리방안을 마련 중"이라면서도 현장의 구조적 한계를 짚었다.
이어 "이번 증가세는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개인투자자의 매수 자금 수요가 확대되면서 마이너스통장 등 한도성 여신이 대거 활용된 측면이 크다"며 "이미 약정된 한도성 여신은 차주의 기한의 이익 등이 있어 사후적으로 일괄 제한하기 어려운 만큼, 향후 신규 취급분과 한도 제한 등 관리 가능한 영역을 중심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인뱅도 대출 조절 고심…자산시장 수요 유입 영향
인뱅 3사 역시 기타대출 관리 양상이 엇갈리는 가운데 하반기 운용 부담이 커진 모양새다. 주식시장 흐름 등과 맞물려 신용대출 공급 제어가 정교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 전액을 기타대출로 설정한 카카오뱅크(323410)의 경우, 아직 목표치를 넘어서진 않았지만 지난 5월 기준 목표액(4136억원) 중 81.8%에 달하는 3384억원을 이미 집행해 하반기 공급 조절이 불가피한 상태다.
케이뱅크(279570)는 지난 5월까지 기타대출을 2016억원 늘릴 계획이었지만 실제 증가폭은 2777억원에 달해 당초 목표치를 37.7%나 초과, 가장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토스뱅크는 기타대출을 758억원 줄이겠다는 계획과 달리 422억원 감소에 그쳐, 목표로 했던 감액 분을 다 채우지 못하고 55.7% 수준을 이행하는 데 머물렀다.
한 인뱅 관계자는 "최근 마이너스통장대출 한도를 줄이고 일별 접수 건수 제한을 적용하는 등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위해 대출 정책을 변경하기도 했다"며 "향후 철저한 가계대출 관리 기조를 유지하는 한편, 중·저신용자와 실수요자 대상의 자금 공급은 지속하기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그간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를 줄이는 동안 신용대출이 새로운 리스크로 부각됐다. 특히 마이너스통장은 계약상 차주가 언제든 꺼내 쓸 수 있어 당국의 경직된 총량 규제 방식으로는 사후 관리가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다.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기계적 규제가 풍선효과만 자극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양수 의원은 "정부가 획일적인 총량 규제로 대출을 억누르다 보니 신용대출 소진율이 빨라져 하반기 '대출 절벽' 우려가 커졌다"며 "특히 신용대출 급증은 시장 과열을 자극할 수 있으므로 실수요자 피해를 막기 위한 금융당국의 정교한 관리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