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창업 지원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은 예산만이 아니다. 참가자가 맡긴 아이디어와 정부를 향한 신뢰도 사업의 핵심 자산이다.
중소벤처기업부의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정보 유출 사고가 사업 관리 책임 문제로 번지고 있다. 누구나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지만, 참가자의 아이디어와 정보를 지키는 장치는 허술했다.
사고는 지난 6월15일 1기 선정자 5000명의 프로필이 공개된 뒤 불거졌다. 일부 이용자가 비공개 이메일로 사업 참여 업체의 홍보 메일을 받으면서 정보 유출 가능성이 제기됐다.
유출된 것으로 파악된 정보는 이메일 주소와 아이디어 요약, 심사평 등이다. 실명과 휴대전화, 상세 신청서 유출은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예비창업자에게 아이디어 요약과 심사평은 단순한 부가 정보가 아니다. 아직 시장에 내놓지 않은 사업 구상이자 경쟁력의 단서다.
비정상적인 API 호출을 통해 비공개 정보에 접근했다는 정황도 나왔다. 다만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유출 주체와 실제 확보한 정보 범위는 단정할 단계가 아니다. 지목된 업체는 공개된 이메일만 활용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이번 사고를 한 업체의 일탈로만 볼 수는 없다. 정부 플랫폼이 민간 참여 업체에 어떤 권한을 줬고, 이를 어떻게 감시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협력사를 선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접근 권한과 이용 행위까지 관리했어야 한다.
사전 경고가 있었다는 점도 가볍지 않다. 지난 5월 비공개 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는 취지의 제보가 있었지만, 개발사의 자체 조치 이후 중기부와 창업진흥원에 제대로 보고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위험 신호가 있었는데도 사업 전반을 점검하지 않았다면 단순 실수가 아니라 관리 부실이다.
지난 2020년 방영된 드라마 스타트업에는 "아무리 갈증이 나도 바닷물을 마시면 안 된다"는 대사가 나온다. 창업자는 늘 자금과 기회에 목마르다. 그래서 정부 지원 사업은 믿고 마실 수 있는 물이어야 한다.
중기부는 뒤늦게 모두의 창업 태스크포스를 차관급으로 격상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선정자 5000명에게 영업비밀 원본증명 등록과 기술임치, 법률 상담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당초 7월로 예정됐던 2기 모집도 보안 점검을 이유로 연기했다.
후속 조치의 방향은 맞다. 그러나 이번 사고의 본질은 지원책의 숫자에 있지 않다. 누가 어떤 방식으로 정보에 접근했고, 실제 확보한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밝혀야 한다. 민간 참여 업체 관리와 내부 보고 체계의 허점도 공개해야 한다.
원본증명과 기술임치는 피해 우려를 줄이는 장치일 뿐 관리 책임을 대신할 수 없다.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를 밝히지 않은 채 보호 대책만 내놓는다면 창업자에게 스스로 피해를 대비하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스타트업은 실패와 경쟁,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견디며 성장한다. 그러나 정부 플랫폼에서 발생한 정보 유출까지 창업자가 감내해야 할 위험일 수는 없다.
정부가 예비창업자의 아이디어를 모았다면 이를 지킬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 플랫폼은 기능으로 만들 수 있지만 신뢰는 운영으로 증명해야 한다. 모두에게 열린 플랫폼이 모두에게 안전하지 않다면 '모두의 창업'은 '모두의 유출'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