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 바이오산업을 대표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노사 갈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분파업과 첫 전면파업 이후 한 달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협상 타결보다는 상호 고소·고발 소식이 이어지며 긴장감만 높아지는 분위기다. 문제는 이번 갈등이 단순한 임금 협상을 넘어 국내 첨단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점이다.
지금 글로벌 산업은 '속도'로 움직인다. AI와 반도체, 바이오산업은 더 이상 개별 기업의 성장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략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바이오 CDMO 산업은 생산 단가보다 공급 안정성과 증설 속도, 품질 유지 능력이 경쟁력을 결정한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파트너사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도 결국 "위기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가"다.
바이오 공정은 일반 제조업과 결이 다르다. 살아있는 세포를 다루는 만큼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 복구에 긴 시간이 필요하고, 품질 신뢰가 흔들리면 거래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글로벌 고객사 입장에서는 단 한 번의 생산 리스크도 공급망 불안 요소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 사이 경쟁국들의 움직임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는 점이다.
중국 CDMO 기업들은 미국 규제 압박 속에서도 공격적인 증설과 글로벌 수주 확대를 이어가고 있고, 일본과 유럽 기업들 역시 생산시설 확대 경쟁에 뛰어들었다. 미국 또한 바이오 공급망 자립 전략을 강화하며 자국 내 생산기지 확보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바이오산업이 이제는 단순 제조업이 아니라 '안보 산업'에 가까워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환경에서 기업과 노동의 관계 역시 과거 제조업 시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재편될 수밖에 없다. 첨단 산업에서는 숙련 인력 자체가 핵심 경쟁력이다.
생산·품질·공정 인력의 경험과 노하우는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렵고, 결국 인재 확보와 유지가 곧 기업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글로벌 빅테크와 바이오 기업들이 성과보상, 장기 인센티브, 스톡옵션 확대에 적극 나서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반대로 기업 역시 끊임없는 선행 투자를 감당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바이오산업 특성상 수조원 규모의 생산시설을 먼저 구축한 뒤 고객을 확보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시장 변화 속도가 빨라질수록 투자 부담은 커지고, 생산능력 확보 경쟁은 더 치열해진다.
결국 노동과 자본 모두 서로를 소모적으로 견제하는 방식만으로는 글로벌 경쟁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운 시대가 된 셈이다.
한국 산업계가 주목해야 할 부분도 여기에 있다. 지금 청년 세대는 안정적인 일자리 자체를 찾기 어려워하는 반면, 글로벌 첨단 산업은 핵심 인재 확보 전쟁에 돌입했다.
국내 기업들이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보상 체계 역시 글로벌 기준에 맞춰갈 수밖에 없다. 동시에 노사 모두 기업의 지속 성장이라는 방향성을 공유하지 못한다면 시장 신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의 승리가 아니다. 세계 시장 변화에 얼마나 빠르게 대응하느냐다. 경쟁 무대는 이미 국내를 넘어 글로벌로 이동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소모적인 힘겨루기가 아니라, 세계가 움직이는 속도에 맞춰 기업과 노동 모두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