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이거 오빠가 어지럽혔는데 왜 내가 치워요?"
4남매와 복닥거리는 기자의 일상. 그 중 맨 위, 맨 아래 치고. 중간 라인인 초등 2학년 둘째(남)와 1학년 셋째(여)가 가장 시끄럽다. 연배가 비슷하면서 동선이 겹치고, 무엇보다 개그코드가 일치하니까. 어디까지나 귀엽게 봐줄 수 있는 남매 다툼이다.
하지만 성인이 된 자본시장은 그런 정서를 봐주지 않는다. 혈연도, 집안 분위기도, 가족사도 숫자 앞에서는 힘을 잃는다. 최근 신세계그룹 남매 경영이 보여주는 풍경이 딱 그렇다.
정유경 회장이 이끄는 신세계백화점(신세계·004170)은 실적으로 존재감을 증명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신세계는 연결 기준 매출 3조2144억원, 영업이익 197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11.7%, 49.5% 증가한 수치다. 역대 1분기 기준 최대 실적이다. 백화점 사업 영업이익만 1410억원에 달했다.
1조8000억원 규모의 공간 혁신 투자도 숫자로 결과를 냈다. 본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장기간 추진해온 전략이 시장에서 일정 부분 성과를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적어도 실적만 놓고 보면 정유경 회장은 '설명보다 결과'를 보여주는 경영자에 가깝다.

신세계그룹 정용진, 정유경 회장의 각 부문별 성적표 요약. =프라임경제
반면 정용진 회장이 이끄는 이마트(139480) 부문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2022년 약 3000억원을 투입해 인수한 미국 와이너리 사업은 지난해 말 392억원 규모의 영업권 손상차손이 반영되며 투자 실패 논란에 휩싸였다. 본업 수익성 둔화와 시장 우려가 겹치며 이마트 주가 역시 장기간 부진 흐름을 이어갔다. 결국 그룹은 비상경영 체제까지 언급해야 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최근 스타벅스의 이른바 ‘탱크데이’ 논란은 그룹 전체 브랜드 리스크로 번졌다. 광주·전남 지역을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확산됐고 일부 지역에서는 불매 움직임과 1인 시위까지 이어졌다.
공교로운 건 남매가 이미 지난해 사실상 계열 분리를 마친 상태라는 점이다. 각자 경영 영역도 갈랐고 지분 구조도 정리했다. 그런데도 소비자들은 신세계를 여전히 하나의 이름으로 인식한다. 법적으로는 나뉘었어도 브랜드 이미지는 연결돼 있다는 뜻이다.
결국 정유경 회장이 광주에서 추진 중인 대형 개발 사업까지 예상치 못한 부담을 떠안게 됐다. 사업 자체의 경쟁력과는 별개로, 그룹 전반에 대한 지역 민심 악화가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여기서 자본시장의 냉정함이 드러난다. 성과는 각자 책임지라고 하면서, 리스크는 그룹 전체가 함께 떠안는다.
특히 오너 경영 체제에서는 총수 개인의 언행과 판단 하나가 계열사 전체 가치에 연쇄 충격을 준다. 소비자는 지배구조를 세세히 구분하지 않는다. 그냥 '신세계'로 기억한다.
그래서 지금 시장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실적으로 증명하는 경영과 논란으로 흔들리는 경영 사이에서 과연 시장은 언제까지 같은 간판 아래 두 사람을 함께 평가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