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백사마을을 서울의 새로운 주거 명소이자 품격 있는 공동체의 본보기로 만들겠습니다."

1일 서울시가 백사마을 주택 재개발 사업 기공식을 열고 단지 조성 사업을 공식화했다. = 김주환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1일 서울 노원구 중계본동 일원(노원구 중계본동 30-3번지 일대)에서 열린 백사마을 주택재개발 기공식에 참가해 이같이 말했다.
서울시는 이날 기공식을 열고 최고 35층 26개동 총 3178가구 규모 자연친화형 공동주택 단지 조성 사업을 공식화했다. 2009년 정비구역 지정 이후 장기간 표류했던 서울 마지막 달동네가 본격적인 재정비에 들어가는 셈이다.
이날 행사에는 오 시장을 비롯해 △우원식 국회의장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 △오승록 노원구청장 △황상하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사장 △허윤홍 GS건설 대표 △황진숙 주민대표회의 위원장 등 주요 인사가 참석했다.
오 시장은 축사에서 "용도지역 상향과 사업성 보정계수 적용 등 현실에 맞는 규제 혁신을 추진해 정체됐던 사업이 앞으로 나아갈 기반을 마련했다"라며 "임대와 분양을 나누지 않는 통합 개발, 자연친화 설계를 갖춘 새로운 사회 통합의 상징 공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서울 동북권 재정비의 핵심 프로젝트이자 강북 대개조의 중요한 축"이라고 덧붙였다.
우 의장은 "연탄을 지고 언덕을 오르던 시절부터 함께해 온 동네"라며 "오랜 갈등과 난관 끝에 재개발이 시작된 만큼 강북 발전을 이끄는 상징적인 사업이 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백사마을 재개발 사업의 상징성과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 김주환 기자
백사마을 재개발은 2009년 '중계본동 제1종지구단위계획 및 주택재개발정비구역' 지정으로 첫발을 뗐다. 하지만 분양·임대 획지 구분에 따른 위화감 조성, 기존 지형과 골목길을 유지하려는 설계로 인한 사생활 침해 가능성, 저층주거지 보존 규제로 사업성이 떨어지는 등 문제들이 누적되며 사업은 10년 넘게 지지부진했다.
또 산림청 소유지 편입 문제까지 더해지며 행정 절차도 여러 차례 중단됐다. 여기에 서로 다른 이해관계까지 얽히면서 조율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우 의장은 "주민 간 갈등, 사업시행자 변경, 주거지보전지 논란, 경제성 재평가, 산림청 부지 문제까지 단계마다 새로운 장애물이 나타났다"라며 "정말 긴 과정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정비구역은 총 18만8000㎡, 대지면적은 15만1000㎡ 규모다. 여기에 건폐율 48%, 용적률 220%가 적용된다.
당초 2758가구 규모로 추진됐던 계획은 여러 논란 끝에 전면 재검토를 거쳐 3178가구로 늘어났다. 이 가운데 565가구는 임대주택으로 공급된다.
SH공사 도시정비본부 관계자는 "전체 5개 철거 구역 중 4개 구역이 이미 철거를 완료해 공정률은 83%다"라며 "연내 철거를 마무리하고 내년 4월 본격 착공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보행환경·소방 성능·비용 문제 등으로 주거지보존 용지의 사업성이 떨어졌고, 이에 따라 주민 요청대로 공동주택 용지와 통합해 개발하는 방향으로 변경했다"라고 첨언했다.
서울시는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주민·전문가와 150회 이상 의견을 나누며 통합정비계획을 수립했다. 지난해 3월 열린 토지등소유자 전체회의에서는 참석자 95% 이상이 통합안에 찬성하며 사실상 사업 정상화를 결정지었다.

현장에는 포크레인이 흙을 퍼올리며 ‘마지막 달동네’의 변화를 알렸다. = 김주환 기자
주민들도 오랜 표류 끝에 맞이한 '첫 삽'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20년 넘게 백사마을에 거주한 주민 B씨는 "낡은 집에서 불편하게 살았지만, 재개발이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라며 "기공식 현장을 직접 보니 이제는 정말 새 집이 지어지겠구나 싶다"라고 말했다.
새 정비계획에 따라 백사마을은 기존 '주거지보존 용지'를 '공동주택 용지'로 전환하고 분양·임대 구분 없는 통합 개발 방식으로 조성된다. 다양한 계층이 함께 거주하는 '소셜믹스' 단지로 설계되며, 불암산과 어우러지는 자연친화형 도시경관을 구현한다는 목표다.
서울시는 올해 철거를 마무리한 뒤 내년 상반기 착공해 2029년 입주까지 일정을 압축하겠다는 방침이다. 백사마을이 완공되면 동북권에서 대규모 신규 주거 공급이 본격화되는 동시에, 오랫동안 정체돼 있던 강북권 도시 구조를 재정비하는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이번 사업을 통해 낙후된 저층주거지가 대규모 단지로 전환되면서 지역 내 생활권 재편과 균형발전 전략도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