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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책사'의 추락…정책 동력까지 '빨간불'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 불명예 퇴진…갭투자 논란에 휘청이는 국토부 신뢰

박선린 기자 | psr@newsprime.co.kr | 2025.10.27 09:25:08

'정부 정책을 통해 시장이 안정되면 그때 집을 사면 된다'는 취지로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던 이상경 전 국토교통부 1차관이 지난 24일 사의를 표명했다. © 연햡뉴스


[프라임경제] 이 대통령의 '부동산 책사'로 불렸던 이상경 전 국토교통부 1차관이 불명예스럽게 물러났다. 그의 사퇴로 국토부 정책의 신뢰도는 물론, 향후 주택공급 계획 추진에도 부담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국토부에 따르면 이 차관은 지난 24일 사의를 표명했고, 대통령은 다음 날 면직안을 재가했다. 

그는 정부가 갭투자(전세를 낀 매매)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한 직후 한 유튜브 방송에서 "집값이 떨어지면 그때 사라"는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후 배우자가 33억원대 분당 아파트를 전세를 끼고 매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비판이 거세졌다. 부동산 정책의 핵심 인사가 스스로 갭투자 논란에 휘말리자 '내로남불'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당시 이 차관은 19일부터 21일까지 베트남 출장을 다녀왔지만, 현지 체류 중 국내 여론이 악화되자 일정을 단축하고 조기 귀국했다. 귀국 후 그는 외부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내부 보고에만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논란이 확산되자 23일 긴급히 대국민 사과 방송이 열렸지만, 생중계는 2분 남짓으로 짧게 끝났다. 그는 "배우자가 실거주를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했다"고 해명했으나, 국민 눈높이와 동떨어진 변명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질의응답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된 사과는 '책임 회피'라는 부정적 여론만 키웠다.

결국 사퇴는 시간문제였다. 국토교통부는 국민 여론을 고려해 별도의 이임식은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문제는 정부가 핵심 부동산 정책의 후속 조치를 추진 중인 가운데, 차관직 공석이 장기화될 경우 정책 추진 동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는 점이다. 시장 반응도 싸늘하다. 투기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명분으로 내세운 정책이 오히려 무주택자들의 불만만 키웠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게다가 새 정부 출범 이후 규제책이 잇따라 발표됐음에도 서울 아파트값은 오히려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지수는 105.56(10월20일 기준)으로, 문재인 정부 시절 최고치였던 104.63(2022년 1월17일)을 넘어섰다.

이 차관의 사퇴로 국토부 내 혼선과 리더십 공백이 길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부처 내부에서는 "지금은 내부 출신 인사가 조직을 안정시키고 정책 일관성을 회복할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수요 억제책만으로는 시장 안정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 필요한 것은 당국자의 사과나 사퇴가 아니라, 전월세로 살더라도 언젠가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는 정책"이라며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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