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잔금 대출 남았는데, A 은행에서 디딤돌이 막혔답니다. B 은행에선 보금자리론도 중단됐습니다."
지난 16일 아파트입주예정자들로 구성된 커뮤니티에는 은행에서 주택도시기금대출 취급을 제한한다는 내용이 알려지자, 혼란이 빚어졌다.
그간 실수요자를 보호하겠다던 정부가 기존 입장을 뒤집어서다. 이 결정은 박상우 국토부 장관이 "정책대출의 목표를 건드리는 일은 가급적 하지 않겠다"고 말한지 한 달여 만의 일이다.
정부는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가 빠른 속도로 상승하기 시작하자, 금융권을 압박해 이를 억제하려고 했다. 금융당국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만 해도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올렸다.
통화정책 전환 예상에 시장금리가 하락세를 거듭했지만, 5대 은행이 지난 8월 이후 대출금리를 인상한 횟수만 수십번에 달한다. 문제는 정작 정부 내에서도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며 시장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같은 헛발질에 은행권도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높아진 대출금리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대출 금리 상승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 개입을 더 세게 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감독당국 수장의 재채기가 들리자, 은행들은 이번에 금리 인상 외에 수도권 대출 최장만기 축소와 1주택자 주담대·전세대출 제한 등 강력한 조치를 부랴부랴 쏟아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국의 방향은 또 선회했다. 이번에는 실수요자가 문제였다.
이 원장은 금융권에 "가계부채 관리 속도가 늦어지더라도 실수요자들에게 부담을 줘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나아가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은행에 책임을 전가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은행별로 자율적으로 현장의 수요를 반영해서 움직이는 것이 실수요자에게 더 나은 길"이라고 관리 책임을 전가했다.
그간 부동산 시장은 정책 실패로 인해 가격이 급등한 경우가 많았다. 높아져 버린 가격에 실수요자들은 어쩔 수 없이 대출을 받아 내집 마련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가계부채도 다시 급증하는 악순환이 반복돼 왔다. 이번 정부에 일관된 정책이 요구되는 이유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부처 간 손발도 맞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6일 국내 주요 은행에 디딤돌대출과 보금자리론 등 주택도시기금으로 운영되는 대출의 제한을 요청했다.
이 결정이 그간의 정부 방향과 다른 부분은 실수요자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정책대출을 건드렸다는 점이다.
엄청난 반발이 쏟아지자 금융당국에 이어 국토부도 곧바로 시행을 유예하겠다며 입장을 뒤집었다. 현재는 수도권에만 축소 시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 역시 오락가락 행보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24일 국정감사에 출석해 "통일된 지침이 없었다"며 "맞춤형 개선 방안을 이른 시일 내에 발표하겠다"고 실수를 인정했다.
이미 정부 정책은 국민 신뢰를 얻기 힘들어졌다. 일관성 없고 고민조차 느껴지지 않는 정책에 마지막 동아줄마저 끊어져 버릴 뻔한 실수요자들의 분노가 거센 상태다. 섣부른 정책보다 책임 있는 태도가 정부에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