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경제인들은 주목했고, 주주들은 열광했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근래에 활발한 인수합병 행보를 보이며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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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임혜현 기자> | ||
이러한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행보를 평가한 언론들의 평가는 'M&A 공룡'. 육상운송인 버스회사 금호고속으로 시작한 그룹이 항공운송은 물론, 육상물류에 생소한 분야인 건설까지 집어삼킨 눈부신 성장사는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는 바닷속 괴물 '리바이어던'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금호아시아나 그룹이 최근 각종 루머에 시달리고 있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최근 유동성 부족설로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신세가 됐다. '소화불량'이 아니냐는 소리다. 급기야 그룹의 얼굴격인 아시아나를 판다는 루머까지 등장했던 모양이다. 이에 따라 금호아시아나 그룹에서는 7월말 그룹 차원에서 대대적인 IR에 나선다는 소식이다. 그룹 관계자들이 대거 등장, 애널리스트 등 전문가들에게 그룹의 실적과 유동성 상황을 설명하는 자리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등장할 방안에 대해서 애널리스트들은 대우건설 풋백옵션의 연기, 자사주 매입 등을 언급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갖고 있는 '실탄'도 충분하다고 열심히 해명하기에 이르렀다. 유동성을 나타내는 각종 지표 역시 동급의 여타 그룹에 비해 나쁘지 않다는 우호적인 분석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IR도 있고 유가도 안정추세고......여러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으니 기다려 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어느 애널리스트의 말에는 시장의 기대감이 반영돼 있다. 주가의 하락으로 손해를 보느냐 안 보느냐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대표 기업 중 하나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장래에 대한 소박한 믿음이 깔려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다림' 속에는 우려 역시 녹아 있다. 다른 애널리스트는 "풋백옵션의 연기 여부를 금호 그룹 혼자 결정하는 건 아니잖느냐"는 원론적인 말을 들려줬다. 기다려 보겠고, 기대는 하지만, 아무래도 그 대책이 의외로 눈에 차지 않거나 약효가 약할 때 후폭풍은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한 침묵의 카르텔이 형성돼 있다고 해석하면 지나친 억측일까.
이런 우려는 이미 금호아시아나 지난 2000년 유동성 부족으로 사옥까지 팔아치울 정도였던 위기를 겪은 데 기인한다. 이후 유동성 위기를 넘어선 후 M&A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 경탄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또 유동성 위기를 겪는 자체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 경제가 IMF 관리로 들어간 외환위기의 악몽과도, 유감스럽지만, 닮아 있다. 1997년 당시 동남아시아의 연쇄적 외환위기 속에 대한민국 정부의 외환관리정책의 미숙과 실패가 IMF 환란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데 이견이 없을 줄 믿는다. 당시 우리 경제가 그렇게 약골이었다거나 한심한 지경이었다고 생각한 사람은 드물었다.
그러나 정상적 경제활동을 위한 국가의 외환보유고를 유지 관리하고 책임을 지는 행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마치 기업의 부도와 마찬가지로 외환보유고가 하락하고 환율에 문제가 생기는 등 연쇄적으로 국제적 경제활동이 마비되는, 유동성 관리 실패의 연쇄 파동이 너무도 크고 깊었던 것이다. 당시 기업들의 과도한 해외 단기 차입금과 당시 김영삼 정부의 틀린 경제정책은 대한민국 경제의 펀더먼털 자체에도 불구, 대형 사고를 빚고 말았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유동성 위기에 우려할 수 밖에 없는 점은 여기서 출발한다. 그룹 관계자의 설명대로 현금성 자산만 5조원이나 끌어안고 있다면, 대체 왜 유동성 위기 주장이 나온다는 것인가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금호아시아나 자체의 체력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을지 몰라도, 위기 관리 능력의 부재는 이미 그 튼 튼한 체력이 감당할 수 없는 휘청거림을 가져올 정도일지 모른다.
아무리 큰 배라도 롤링과 피칭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면 엎어지게 마련이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아마 이런 문제를 너무 간과해 오지 않았나 우려된다.
만약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M&A 후폭풍을 제어하지 못하고 제 2 도약의 문턱에서 좌절한다면, 그것은 해당 그룹의 임직원, 주주들뿐만 아니라 수많은 일반 국민들에게도 큰 시름이 될 것이다. 물론 기자는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31일 IR에서 좋은 성과가 쏟아져 나와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상승하리라 믿지만, 그럴 수록 금호아시아나가 지난 번 겪은 2000년 유동성 곤란에서 배운 바를 너무도 빨리 잊은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겹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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