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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효성, 부실 계열사 지원 '논란 자초'

'재도약' 태광산업, 8조원 투자 계획…"진정성 의문"

전대현 기자 | jdh3@newsprime.co.kr | 2023.01.09 15:15:10
[프라임경제] 기업들의 부실 계열사 지원으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업 연관성, 지분 관계와 상관없이 유동성 해소를 위한 자금 지원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주주들은 회사 자금이 일부 대주주의 사익 편취를 위한 수단으로 유용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부실 계열사 지원은 배임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태광산업이 쏘아올린 공

이같은 문제의식은 태광산업이 흥국생명 지원을 위해 유상증자를 통한 전환우선주 매입을 발표하면서 더욱 불거졌다. 당시 주주들은 흥국생명 지분을 전혀 보유하지 않은 태광산업이 고가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행위는 부당지원이라고 비판했다.

주주들의 반발이 극심하자 결국 태광산업은 기존 투자계획을 철회했다. 그 대신 흥국생명 자회사인 흥국화재 지분 19.5%를 492억원에 인수하면서 지원에 나섰다. 그러나 이마저도 우회 지원 논란에 휩싸이면서 냉담한 시선을 받고 있다.

태광산업이 흥국화재 지분 19.5%를 492억원에 인수했다. ⓒ 연합뉴스


이와 관련 태광산업은 "최근 주식시장 하락으로 흥국화재 주식이 저평가됐다"며 "자금 지원적 성격의 증권 매입, 공정거래법상 부당 지원 등에 대해서도 법률적 검토를 통해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입장을 내놨다.

그럼에도 논란은 쉽게 불식되지 않는 모습이다. 주주들은 이같은 경영행보가 태광산업이 내세운 윤리규정을 정면으로 위배한다고 꼬집는다. 기업 가치를 증대시켜 주주 및 투자자의 이익증대에 최선을 다한다는 제2항과 달리 이번 투자결정 역시 자금 지원 성격이 짙어 자칫 그룹 내 계열사 지원에 몰두하는 모습으로만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태광산업은 1조원대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10년 이상 신규투자를 진행하지 않아 주주들의 불만이 큰 상황이다. 이로 인해 태광산업의 시가총액은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에도 못 미칠 만큼 기업가치 하락이 심각하다.

지적이 잇따르자 태광산업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10년간 12조원 투자 금액 중 향후 5년간 태광산업에 8조원을 집중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정체됐던 그룹 재도약은 물론 관련 경제 발전으로 이어지는 투자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주주들은 이같은 투자발표가 주주 달래기식 미봉책에 불과할 수 있다는 의구심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이미 2021년 5월과 2022년 5월에도 비슷한 투자계획이 발표됐으나 실질적인 투자는 제한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태광산업의 발행주식 중 5.8%를 보유한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이 발표한 투자계획이 심사숙고해 수립한 실질적인 계획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며 "중대한 발표임에도 불구하고 △재원조달 계획 △시행시점 및 투자방식 △기대효과 등에 대한 설명이 없는 점 등을 들어 금번 투자계획의 진정성에 대한 의문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흥국생명 본사 전경. ⓒ 태광그룹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지난해 12월29일까지 공시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쳐 투자자 대상 설명회 가부 여부를 공개하고, 오는 1월19일까지 개최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태광산업 측으로부터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받았을 뿐 구체적인 시기는 여전히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실 계열사 지원을 비롯해 소액 주주에 대한 권리 보장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자 주주들은 상법개정안 통과가 시급하다고 호소한다. 개정안은 기존 '회사'를 위해 그 직무룰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는 상법 제382조의 3의 주체를 '주주의 비례적 이익과 회사'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해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트러스톤자산운용 관계자는 "부실 계열사 지원으로 인한 주주 피해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며 "더 적극적인 주주활동, 이사가 주주의 비례적 이익에 대해 충실하도록 하는 상법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효성그룹 부당지원 꼬리표

효성그룹은 계열사 부당지원 꼬리표를 끊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22일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를 인정받아 2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2018년 조현준 회장이 사실상 개인 회사인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GE)가 경영난과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자 효성그룹 차원에서 효성투자개발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고 봤다. GE는 대규모 손실로 한때 부채비율이 1829%에 달했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22일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를 인정받아 2심에서 2억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 효성그룹


이에 그룹 내 계열사 효성투자개발이 GE가 발행하는 2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인수하는 페이퍼컴퍼니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체결해 사실상 무상 지급 보증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검찰은 조현준 회장에게 징역 2년형을 구형했고, 조현준 회장은 2심 판결 전 부당지원 혐의를 인정하고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재판부는 사건 당심에서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지만, 원심을 변경할 사유로 삼기엔 부족하다고 본다면서 피고인과 검사 측의 항소 모두를 기각하고 조 회장에게 2억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번 재판결과로 조 회장은 가까스로 징역형을 면했다. 하지만 총수 일가의 개인회사를 위해 계열사를 이용하는 행위는 경영 투명성 저해와 채권자 이익 침해 등 경제 전반적으로 악영향을 끼쳐 코리아디스카운트(국내 기업의 지배구조 및 회계의 불투명성 탓에 외국기업의 주가에 비해 낮게 형성되는 현상) 문제를 더욱 심화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부실 계열사 지원에 대한 판단은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투자를 결정한 회사가 혜택을 얻기 어려운 경우는 문제 소지가 있다"며 "지배 대주주나 지분 구조가 다른 회사의 경우 기업 가치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부실 계열사 자금지원으로 인한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대주주가 적극적으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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