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기자(언론)와 홍보담당자(기업) 관계는 ‘협조 관계’로 압축된다. 홍보담당자, 이른바 홍보맨은 소속 기업을 대표해 홍보를 전담한다. 좋은 점을 널리 잘 알리거나 잘못 알려진 부분을 바로잡는 일이 주요 과제다. 기업윤리에 어긋난 행동에 대해서는 보도자료 등을 통해 사과하기도 한다.
홍보맨들에게 기자는 양면적 존재다. 기업이 홍보해야 할 바를 알리는 ‘동지’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때때로 기업의 잘못을 들춰내 아프게 비판하는 야속한 ‘적’이 되기도 한다. 때문에 홍보맨들에게 기자란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아닌 그런 존재다.
홍보맨은 기자들과 인간적으로든 어떤 식으로든 좋은 관계를 맺길 원한다. 하지만 서로 맡고 있는 업무 특성상 좋은 관계만을 지속하기가 쉽지 않다. 기업은 늘 좋은 성과만 거둘 수 없고 자랑스러운 일만 만끽할 수도 없다.
홍보맨은 기업 이미지가 추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기자는 기업의 잘못과 실수를 있는 그대로, 팩트(fact)에 따라 냉철하게 객관화해 알린다.
기자와 홍보맨은 앙숙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서로의 임무와 역할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비판하는 기사를 썼다고 해서 해당 기자를 적대시한다든가 관계를 단절하는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악어와 악어새' 마냥 공존하는 관계라서 그렇다.
하지만 기자가 간혹 홍보맨으로부터 관계를 단절 당하는 일도 있다. 소위 ‘매우 아픈 기사’를 내보낼 때 그렇다. 필자는 최근 한 기업체와의 관계에서 이런 일을 겪었다. 언론과 기업, 기자와 홍보맨 사이의 1차적 소통 도구인 '보도자료'가 어느 순간부터 끊겨버린 것이다.
필자는 유명 그룹의 대표적 계열사 중 하나인 A사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몇 차례 게재한 바 있다. 지난 1월 1일부터 최근까지 필자가 쓴 A사 관련 기사는 모두 35건. 이 가운데 비판적인 기사는 5개였다. 30건은 A사의 활동상에 대한 소개 기사였고, 나머지 5건은 A사가 저지른 심각한 안전상 실수와 A사 최고 경영자가 말을 바꿔 신사업에 도전한 점, 그리고 A사에서 반복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안전상의 문제, A사 내에서 벌어진 알려지지 않았던 사건 등을 주제로 한 기사였다. 비판적 기사는 대부분 승객의 안전상 문제와 관련된 것이었다.
A사 홍보맨들은 자신들에 대한 과거 실수를 다시금 꼬집는 기사가 나갈 시점부터 보도자료를 줄이기 시작했고 안전상의 문제가 반복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기사가 나간 후 한동안 보도자료를 완전히 끊어버렸다. A사 출입기자인 필자로선 그 이유를 당연히 알만했지만, 이를 받아들이기란 지금도 쉽지 않다.
어느 기업이든 칭찬받을 때도 있고 잘못을 지적당할 때도 있다. 특히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사업을 하는 기업체의 경우 안전불감증은 중차대한 지적 대상이다. 개선이 담보된다면 ‘아픈’ 기사를 통해 열번 백번 지적하는 것도 지나치지 않다는 게 필자의 확신이다.
몇차례 비판적 기사를 썼다 해서 기자와의 1차적 소통 도구인 보도자료를 끊는 행위는 언론과 기업, 기자와 홍보맨의 관계를 기형적으로 몰아가는 행위라는 판단이다.
하루에도 수천에서 수만 가지의 기사들이 쏟아진다. 기자는 팩트를 바탕으로 기사를 쓰고 기사 내용의 옳고 그름은 독자들이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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