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 조선업계가 올해 수주 목표량을 조기에 달성하는 등 호황을 맞았지만, 정작 2분기 실적은 암울할 전망이다.
업계 특성상 수주 실적이 곧장 매출로 이어지지 않는데다, 최근 원가 부담도 가중되고 있어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실적발표를 앞둔 국내 대표 조선 3사(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가 어닝쇼크를 피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엔가이드가 예상한 한국조선해양(009540)의 2분기 시장전망치(컨센서스)는 매출 3조7821억원, 영업손실 1913억이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3.65%p 감소하고, 적자전환한 수준이다.
삼성중공업(010140)은 매출 1조7042억원, 영업손실 1377억원을 예상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0.75%p 소폭 상승했지만 영업손실을 이어간 그림이다.
대우조선해양(042660)도 상황은 좋지 않다. 매출은 28.43%p 감소한 1조4069억원으로, 영업손실은 583억원으로 적자전환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이달 21일 2분기 실적을 공개하고,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다음달 발표 예정이다.
◆올해 수주목표 조기 달성했는데…왜?
조선 3사의 예상 실적은 저조하지만 업황만 보면 축제 분위기다.
최근 조선 3사는 대규모 수주 소식을 잇따라 전하며 올해 수주 목표를 조기 달성 중이다. 한국조선해양은 6개월여 만에 올해 수주 목표 102%를 채우며 조기 달성에 성공했고,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수주달성률도 각각 71%, 80%에 달한다.
실적과 온도차가 발생한 배경엔 조선업계의 수주 방식이 자리한다.
통상 조선사들은 수주 계약을 맺을 때 선수금을 적게 받는 대신 건조한 선박을 인도할 때 대금을 많이 받는 '헤비테일' 형태로 체결한다. 따라서 수주가 실적에 반영되기까진 1~2년이 소요된다. 올해 2분기 실적 역시 예전 수주 성적에 따른 결과물이라는 의미다.
2분기 실적에 반영되는 2019~2020년 당시 조선 업계는 수주 불황기를 걷고 있었다. 여기에 선박 건조에 쓰이는 후판(선박에 쓰이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 가격이 인상되면서 수익성을 크게 악화시켰다는 분석이다.
조선업계와 철강업계는 매년 상·하반기 두 번에 걸쳐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하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톤당 10만원을 인상했다. 후판 가격은 선박 건조 비용의 15~20%를 차지해 조선 업계 실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철강사들이 하반기 후판 가격을 또 한번 인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조선업계의 주름이 깊어지는 상황. 하반기 협상 테이블에서 포스코(005490)는 조선 3사에 후판 공급가를 톤당 115만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반기 가격 인상으로 후판 공급가가 70만원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번에 40만원 넘게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포스코가 후판 가격을 인상하면 현대제철(004020)이나 동국제강(001230) 등 다른 철강사들도 가격을 줄줄이 올릴 가능성이 높다.
증권가는 후판 가격 인상 시 조선 3사에 미치는 영향이 1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철강사들은 최근 철광석 가격 인상폭이 크다보니 후판 가격에 반영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철광석 가격은 올해 2월5일 톤당 154.91달러에서 지난 5월14일 226.46달러까지 치솟았다. 지난 16일 기준 219.7달러를 기록하며 꾸준히 200달러대를 유지 중이다.
철강사 관계자는 "철광석 가격이 전보다는 안정됐지만 아직도 상향세고 유통구조에 있어 제품 가격 인상이 쉽지 않은 경향이 있기 때문에 철강사 입장도 생각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