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이상직 무소속 의원(전북 전주을)이 27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555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 무소속 의원이 결국 구속됐다.
전주지법 김승곤 영장전담판사는 28일 이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판사는 "수사 과정에서 나타난 피의자의 행태를 참작할 때 증거 변조나 진술 회유의 가능성이 있다"며 "피의자는 관련자들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 증거인멸의 우려도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또 "주식의 시가나 채권 가치에 대한 평가 등 일부 쟁점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보이지만, 구속영장 심사 단계에서 요구되는 혐의 사실에 대한 소명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영장 발부로 이 의원은 체포 기간을 포함해 최장 20일간 구속돼 수사를 받는다. 이 기간 기소가 이뤄지면 재판 또한 구속 상태에서 받게 된다.
검찰은 조만간 이 의원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기소할 전망이다. 이 의원이 재판에 넘겨지면 이 의원 조카이자 이스타항공 재무팀장 이모씨와 함께 재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모씨는 이 의원과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상태다.

이상직 무소속 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본인의 체포동의안에 대해 신상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검찰에 따르면 이 의원과 일가의 횡령·배임 피해 금액은 555억원에 달한다. 검찰은 자녀들이 대주주로 있는 계열사에 이스타항공 주식을 이전하는 수법으로 이 의원이 이스타항공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해 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의원이 이스타항공 재무팀장이자 조카인 이모씨와 공모해 2015년 11월부터 12월까지 540억원 상당의 이스타항공 주식 520만주를 자녀들이 주주로 있는 이스타홀딩스에 저가 매도, 이스타항공에 재산상 손해를 끼쳤다는 것. 이로 인해 이 의원의 딸 이수지씨가 대표로 있는 이스타홀딩스가 112억여원의 이득을 얻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러한 과정에 이 의원이 적극적으로 개입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이번 수사의 핵심이다.
횡령 혐의 중엔 회사 자금 1억1062만원을 들여 딸에게 포르쉐 마칸 GTS 자동차를 리스해준 내역도 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과거 교통사고를 당한 딸을 위한 것이었으며 회사 업무용 차량으로 썼다"고 해명했지만, 자동차 업계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애초 포르쉐는 '스포츠카'의 대명사라고 불리는 독일의 고급 자동차 제조업체다.
또한 프라임경제 취재 결과, 회삿돈으로 빌린 포르쉐 마칸 GTS는 지난해 이 의원이 이스타항공 대량해고 책임 논란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다음날 바로 해당 차량의 리스 계약을 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은 정당한 절차에 따라 업무용 차량으로 쓴 것뿐이라고 했으나, 계약을 중도 해지하면서 제 발 저린 게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 회삿돈은 이 의원 딸이 개인적으로 사용할 서울 여의도 소재 오피스텔 임차료(9247만원)에도 들어갔다. 2017년 7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이 의원이 딸과 조카인 이스타항공 재무팀장 이모씨와 공모해 횡령한 이스타홀딩스 자금은 총 2억309만원에 달한다.
이 의원은 자신과 딸 등이 주거지로 사용할 서울 성북동의 45억원짜리 고급 빌라의 가계약금(5000만원)을 관계사인 비디인터내셔널 자금으로 지불하기도 했다. 비디인터내셔널 이경일 대표는 이 의원의 친형이다.
앞서 임일수 전주지검 검사는 이 의원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며 "횡령·배임 피해금액이 약 555억원에 이르고 범행으로 인한 이익은 온전히 이 의원과 그 일가에게 귀속됐다"며 "(이 의원은) 대부분의 범행을 부인하고 구체적인 실행은 실무자들이 담당했다며 책임을 전가하거나 회피하는 진술로 일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범행을 공모했거나 실무를 담당한 전·현직 회사 관계자들의 진술, 주식이동 일지, 문자메세지·이메일 등 범행 과정이 기재된 객관적 증거, 회계 분석 및 계좌추척 결과 등 다수의 증거들에 의해 범죄사실이 명백히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결과로 이 의원은 현직 전북 국회의원을 포함해 역대 전북 국회의원 중 구속영장이 발부된 첫 국회의원이라는 오명을 안게 됐다. 21대 국회의원 중에서는 지난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정정순 민주당 의원에 이어 두 번째다.
더불어민주당에 몸담았던 이 의원은 지난해 9월24일 이스타항공 대량해고 책임 논란이 거세지자 탈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