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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물류결산] CJ대한통운② 쓰러지는 기사들…택배 호황의 명암

코로나19 영향 택배물량 증가에 회사는 웃고·기사들은 과로사…재발 방지 촉구↑

이수영 기자 | lsy2@newsprime.co.kr | 2020.12.18 17:01:32
[프라임경제] 2020년 CJ대한통운(000120)은 코로나19로 울고 웃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가 증가하면서 실적 상승에 영향을 줬지만, 택배기사들은 쏟아지는 업무량을 버티지 못하고 쓰러져 나갔기 때문이다.

올해 CJ대한통운 등 택배업계에서는 15명의 택배기사들이 과로사 등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 때문에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를 비롯한 시민단체, 정치권에서 택배기사들의 과로사를 막기 위해 택배사에 관련 대책을 촉구하기도 했다.

CJ대한통운 배송 차량이 주차돼 있는 모습. =이수영 기자


◆성수기 하루 근무시간 14시간 이상…밥도 못 먹고 '일·일·일'

"밥 먹을 시간이라도 줘야 했던 것 아니냐." 

지난 10월8일 과로로 사망한 CJ대한통운 기사의 아버지는 아들을 떠나보내며, 이 같이 울부짖었다. 

택배기사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밥 먹을 시간조차 없을 만큼 업무가 과도해지자 이를 소화하기 위해 새벽부터 나와 분류 작업을 진행하고, 오후 늦게까지 배송을 해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잇단 과로사의 시발점이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1~13일 CJ대한통운 등 주요 택배사 4곳의 택배기사 1862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택배기사의 점심식사 등 하루 휴게시간은 30분 미만(88.8%)이라는 응답이 대부분이었다.

이러다 보니 업무 중 점심식사 횟수는 주 1일 이하(41.2%)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2~3일(28.1%)이 뒤를 이었다. 점심식사 장소는 업무용 차량(39.5%)과 편의점(23.3%)이 각각 1, 2위에 오르며 전체 절반을 넘어섰다. 택배기사 10명 중 6명은 끼니를 해결할 시간도 부족해 근무 도중이나 이동하며 때운다는 의미다.

성수기 택배기사의 하루 근무시간은 14시간 이상이라는 응답이 41.6%로 가장 많았다. 특히 택배기사들은 택배 분류작업에 성수기(62.6%), 비성수기(44.3%) 할 거 없이 하루 5시간 이상 소요했다. 택배 분류작업은 터미널에 모인 택배를 배송 권역별로 나누는 작업으로, 택배기사 과로의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택배 분류작업을 하는 별도 인력이 있는 경우는 22.0%에 그쳤고 이 경우도 비용은 택배기사 본인 부담(44.6%)이었다. 잠을 줄여가며 일했지만 깎인 수입을 받아든 셈이다.

택배기사들은 하루 배송물량이 성수기에는 350~400개(20.5%), 비성수기에는 250~300개(24.2%) 수준이라고 답했다. 성수기 배송물량이 급증할 경우 야간근무 등을 통해 본인이 모두 배송한다는 응답(77.7%)이 대부분이었고, 대체 인력 고용은 19.4%에 불과했다.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가 지난 10월 22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택배 노동자 사망 사건 관련 사과문을 발표하기 앞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열악한 노동 현실 드러나…택배기사 위한 법 사각지대 놓여

택배기사들은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돼 개인사업자 형태로 도급계약을 맺는다. 법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보니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한계로 내몰렸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택배업계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CJ대한통운은 지난 10월 기자회견을 열고 자사 택배기사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내용의 대책안을 발표했다.

대책 안에는 △분류 지원 인력 4000명을 단계적으로 투입 △분류작업 자동화 전환 속도 △초과물량 공유제 도입 △산업재해 보험 의무화 △상생협력자금 100억원 조성 등이 담겼다.

당시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는 "최근 택배업무로 고생하시다 유명을 달리하신 택배기사님들의 명복을 빈다"며 "우선 유가족들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몇 마디 말로 책임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코로나로 물량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현장상황을 세밀하게 챙기지 못했던 부분은 없었는지 되묻고 살펴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CJ대한통운 대표가 머리를 숙이며 사고 방지를 약속하면서, 논란이 일단락 될 것으로 보였으나 정작 택배기사들 사이에서는 불만 어린 목소리가 높아져만 갔다. 택배기사 과로의 원인으로 지목된 배송 전 분류작업과 관련해 CJ대한통운이 추가인력 투입을 약속했으나 실제로는 그 비용을 택배기사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택배과로사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CJ대한통운 본사는 지역별 대리점에 '본사가 추가비용 50%를 지원할 테니 나머지 50%는 대리점 내에서 협의해 진행하라'고 통보했다는 것이다.

또 회사로부터 50%를 받아든 대리점 중 택배기사와 비용을 3대 2로 나누거나 아예 전부 떠넘기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노조에 가입한 택배기사가 적거나 없는 대리점일수록 비용 떠넘기기 상황은 심각했다.

이에 대해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들에게 인력 비용 부담이 돌아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분류지원 인력 비용은 집배점(대리점)과 절반을 전제로 전국 집배점 각각의 규모와 수익에 따라 다양한 비율로 부담하는 것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대리점에서 택배기사에게 비용이 부담되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에서도 분류작업과 관련한 비용을 택배기사들에게 부담시키지 않겠다는 입장문을 냈다. 그러면서 국회에는 택배 종사자들의 업무 범위와 책임, 역할 등을 명확히 규정하는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이하 생활물류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

배송 작업 중인 CJ대한통운 택배기사. =이수영 기자


◆택배 여론 들끓자 팔 걷은 정부…기사 처우 개선에 속도

택배기사들이 근무 중 사망하는 사고가 잇따르자, 사회적으로도 택배 인력 처우 개선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는 추세다. 정부도 열악한 택배기사들의 상황을 인지하고 지난 7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를 구성,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출범식 인사말에서 "택배 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과 여건에서 고생하는데 사회적 대응이 늦었다"고 돌아보며, "택배 수요가 이미 폭증하던 차에 코로나 사태로 수요가 더 늘어 합당한 보완 대책이 따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합의기구는 생활물류법안을 전면 개정·처리해 과로사 같은 사고에 노출된 택배 기사들을 보호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택배 분류 업무를 명확히 하고 주 5일제 등 근무 여건 개선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며, 내년 설 연휴 이전에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앞서 고용부 설문조사에서 택배 기사들이 가장 바라는 점은 '배송 수수료를 인상해달라(31.4%)'였다. 지난해 기준 택배 기사의 배송 수수료는 건당 800원 수준으로, 지난 2002년(1200원)보다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배송 수수료를 올릴 경우 소비자가 부담하는 택배 요금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으나, 택배 기사들의 근무 환경이 수면 위로 오른 이후 국민 여론은 긍정적인 편이다. 실제로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택배 종사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서라면 택배 요금 인상을 감내할 수 있다'고 응답한 국민은 73.9%에 달했다.

이외에도 택배 기사들은 '분류작업 전문인력 투입(25.6%)', '택배 주5일제 도입(22.4%)', '지연배송 허용(7.4%)' 등의 개선책을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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