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대웅제약(069620)과 메디톡스(086900), LG화학(051910)과 SK이노베이션(096770) 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이 각각 두 차례 연기되면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ITC의 연기에 대해 "꽤 흔한 일"이라면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아닌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최종 결정이 내려질 것"이란 의견도 들린다. ITC가 바이든 행정부에서 결정을 미룬다면 올해 12월이 아닌 내년 1월에 최종판결이 내려질 수 있다. 3차 연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9일(미국 현지시간) ITC가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균주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최종판결을 또다시 연기했다. 최종판결에 따라 패소한 측은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으로, 12월 ITC의 최종판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회사는 이른바 '보톡스'로 불리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원료인 보툴리눔 균주 출처를 두고 갈등을 벌이고 있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보툴리눔 톡신 제제 '메디톡신'과 '나보타'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단순 일정 연기?…"3차 연기 가능성 배제할 수 없어"
메디톡스는 2006년 최초 국산 보툴리눔 톡신 제제 '메디톡신을 출시했고, 대웅제약은 2014년 나보타를 내놨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2017년부터 국내외 소송을 제기하다 2019년 1월 ITC에 대웅제약을 제소했다.
ITC는 지난 7월 예비판결에서는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ITC 행정판사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보고, 나보타를 10년간 수입 금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후 대웅제약은 예비판결에 반발해 이의를 제기했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이 각각 두 차례 연기되면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불공정수입조사국이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ITC의 최종 판결을 앞두고 제출한 의견서. © 연합뉴스
ITC는 대웅제약의 이의 신청에 따라 재검토에 착수하면서 최종판결을 앞두고 원고, 피고, 불공정수입조사국(OUII)에 의견서 제출을 명했다. 지난달 OUII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 영업비밀을 도용했다는 기존 예비판결과 같은 의견을 냈다. 대웅제약은 OUII 의견서에 대해 예비판결 때부터 이어진 편향된 의견이라고 지적했다.
두 회사는 최종판결이 재연기된 데 대해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놨다. ITC가 예비판결에서 손을 들어준 메디톡스는 단순 일정 연기라고 봤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일정만 연기된 것일 뿐 변한 건 하나도 없다"며 "과학적 증거로 예비판결이 내려진 만큼 12월 최종판결에서 그 결정이 그대로 받아들여질 것이라 확신한다"고 했다.
ITC는 연기 배경이나 이유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으나 일각에서는 미국 내 코로나19 상황이 악화와 바이든 행정부로 최종판결을 미루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음 정권(바이든) 정권에 최종판결을 미룰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도 국회 임기 말에는 법안 통과 등 중요한 결정을 잘 하지 않는다. 다음 정권, 다음 사람이 결정해야 한다는 인식이 미국 내에서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종판결이 다음 달로 미뤄졌지만, 내년 1월로 재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트럼프 재임 기간인 12월16일에 최종판결이 이뤄진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 또는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최종판결을 앞두고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상황. 국내 투자자들과 업계 관계자들 또한 예측할 수 없다면서도 조심스럽게 메디톡스 승리를 점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메디톡스의 승리로 본다. 예비판결이 뒤집히는 경우는 거의 없고, 미국 대선과 코로나 악화 등 단순 일정만 연기된 것일 뿐 변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인 에볼루스가 트럼프 행정부에 로비했다는 기사도 나왔다. 미국에서 로비는 불법이 아니지만, 로비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의미도 된다. 대웅제약과 에볼루스는 로비를 통해 최종판결을 연기시키고, 다음 정권에서 결정할 수 있도록 최대한 시간을 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ITC가 대웅제약의 의견을 적극 검토하는 단계로, 예비판결을 뒤집을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대웅제약이 ITC에 추가 제출한 증거자료 이의신청서가 최종판결을 연기할 만큼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미국 현지 전문가들도 ITC의 결정에 대한 이의제기에 동참함으로써 대웅제약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LG화학 배터리 사업 분사에 따른 연기 가능성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보다 몇 개월 늦게 ITC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먼저 최종판결을 받을 예정이었던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소송전 역시 3차 연기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업계에 따르면, ITC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판결일을 구체적인 연기 사유를 밝히지 않은 채 오는 12월10일로 연기시켰다.
당초 ITC 최종 판결일은 10월5일로 예정돼 있었지만 같은 달 26일로 1차 연기됐다. 그러나 또다시 미뤄지자 ITC 최종 판결이 두 차례나 연기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된 것.
업계에서는 이번 ITC의 최종판결 2차 연기 결정에 대해 "양사 간 소송 결과에 따라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이 크다고 판단해 미국 대선 이후로 미뤘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보다 몇 개월 늦게 ITC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먼저 최종판결을 받을 예정이었던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소송전 역시 3차 연기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 프라임경제
반면 "최종판결이 2차 연장된 것은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순연된 것으로 보인다"는 시각도 있다.
양사 간 배터리 분쟁은 LG화학이 지난해 4월 미국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맞서 SK이노베이션 역시 같은 해 6월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국내서 제기한데 이어 9월 ITC와 연방법원에 LG화학과 LG전자를 대상으로 특허침해 소송을 걸었다. 여기에 LG화학이 특허침해 맞소송을 제기, 양사의 갈등은 증폭되고 있다.
LG화학의 주장은 이렇다. SK이노베이션이 2017년부터 2년 만에 LG화학 전지사업본부 연구개발·생산·품질관리·구매·영업 등 전 분야에서 핵심인력 76명을 대거 빼갔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2차 전지 핵심 기술이 유출된 정황들이 발견됐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 측 인력을 채용한 건 직원 개인 의사일 뿐이라면서 전면 반박하고 있다. 또한 경력직 채용 과정에서 투명한 공개 채용 절차를 밟았기 때문에 전혀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LG화학은 이번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와 있다. ITC가 올 2월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예비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통상 예비판결이 최종판결에서 뒤집힌 경우는 거의 없어 양사가 합의에 본격 나설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예비결정이 내려진 상황에서 소송을 더 진행해봐야 소송리스크만 발생될 것이라는 데 근거한 추측이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분쟁 해결의 핵심 중 하나는 '합의금 규모'다. 양사가 지난해와 올해 진행한 협상이 계속 결렬된 것은 입장차 즉, 합의금 액수에 대한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으로 의견이 모아진다.
합의금뿐만 아니라 명분과 자존심에 기댄 감정싸움으로 번졌다는 점도 양사가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결과적으로 이 감정싸움 역시 합의금 액수와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그러나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최근까지도 장외에서 날 선 공방을 펼치면서 양사 간 분쟁은 ITC 최종판결이 나야 끝날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ITC가 2차 최종판결 연기에 이어 3차 최종판결 연기를 결정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양사 간 배터리 분쟁의 결말은 안갯속이다.
먼저,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간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판결이 2021년으로 연기될 가능성과 같은 이유인 미국 내 코로나19 상황 악화와 바이든 행정부로 최종판결을 미룰 것이라는 게 가장 유력한 3차 연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ITC가 2차 연기 결정과 동시에 자료를 추가 요청한 것에 따른 자료 검토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과 LG화학 배터리 부문을 분사해 12월1일 공식 출범 예정인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도 3차 연기 가능성에 힘을 싣는 주요 현안 중 하나다.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부문 분사로 소송과 관련된 원고가 바뀌거나 추가돼야 하는 상황이다"며 "이로 인해 분사일에 맞춰 관련 서류 교체 작업 등이 이뤄지고, ITC가 이를 재검토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들 때문에 최종판결이 3차 연기될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