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연이은 악재로 CEO리스크를 겪었던 황창규의 KT(030200)가 임기 마지막까지 먹구름이 꼈다. 황창규 회장이 '탈통신'을 위해 공들여 추진해온 케이뱅크 대주주 지위 획득이 무기한 연기됐기 때문이다.

지난 1월2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KT그룹 신년 결의식'에서 황창규 회장 및 주요 임직원들이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은 정면 오른쪽부터 황창규 회장, KT노동조합 김해관 위원장, 신임 CEO 내정자 겸 커스터머&미디어(Customer&Media)부문장 구현모 사장, 미래플랫폼사업부문장 이동면 사장. ⓒ KT
이에 이달 30일 본격 출범하는 구현모호(號)에 시작 전부터 '적신호'가 켜졌다. 여기에 황 회장 취임 직후 그의 비서실장을 지내면서 불법정치자금 사건에 함께 연루된 구현모 사장의 정당성까지 논란이 되고 있어 'CEO리스크'는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최악의 통신대란' 아현국사 화재에도 재발방지 '미적'
황 회장의 CEO리스크가 가장 크게 논란이 됐던 사건으로 KT 아현국사 통신구 화재가 꼽힌다.

황창규 KT 회장이 2018년 11월25일 오전 전날 화재가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아현국사를 찾아 기자회견을 하고 화재로 인한 통신 장애 등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2018년 11월24일 발생한 KT 아현국사 통신구 화재는 최악의 통신대란을 일으켰다. 당시 화재로 인근 지역에서 KT가 제공하는 휴대전화, 초고속 인터넷 등에 통신장애가 일어나고 병원 전산망이 멈추는 등 재난상황이 발생했다.
특히 카드결제가 많은 점포나 주말 이용량이 급증하는 PC방 등은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황 회장은 이에 화재 원인규명을 위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가 지난해 4월17일 국회 본관에서 개최한 KT 아현국사 화재 청문회에서 진땀을 빼기도 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황 회장은) 경영전문가라면서 정치권 줄 대기와 회사 사유화에만 바빠 보인다"며 "정치를 할 분이 경영을 하고 있어 아현지사 화재가 발생한 것 아닌지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 검찰이 수사 중인 김성태 의원 딸 KT 부정채용 의혹을 언급하며 "관심이 오로지 다른 데 가 있는데 화재관리 체계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구심이 든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거센 질타에도 불구하고 제2 아현국사 화재를 막자던 KT는 정부에 제출한 통신재난관리계획에 미치지 못하는 이행실적을 보여 시정명령을 받게 됐다.

중요통신시설 통신망 이원화 계획 및 이행실적.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요통신사업자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아 확인한 2019년 변경 통신재난관리계획 이행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KT는 94개 시설 통신망 이원화를 추진한다고 했지만 51개 시설에 대해서만 이원화를 완료했다.
◆ '특혜채용부터 상품권깡까지' 권력형 비리 의혹 잇따라
지난 해 KT는 불법정치자금사건, 경영고문 부정위촉, 김성태 의원 딸 등 채용비리 사건 등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채용비리 사건의 경우 KT가 광범위하게 부정채용을 자행했음이 사실로 드러나 청년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줬음에도 부정채용에 가담한 KT임원들만 유죄판결을 받았다.
지난 1월17일 1심 법원(부장판사 신혁재)은 딸의 KT 특혜채용에 대한 김성태 의원의 뇌물수수 혐의, 이석채 전 KT 회장의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황 회장이 취임한 2014년 이후에도 임직원 자녀 채용비리 의혹과 정치인이 포함된 경영고문 부정위촉으로 KT는 몸살을 앓았다.
황 회장은 지난 2017년 미르·K스포츠재단에 18억원을 불법 지원하고, 청와대로부터 이동수 등의 채용 청탁을 받아 이들을 광고 업무 담당 임원으로 채용한 뒤 차은택 씨의 광고회사(최순실 실소유 회사)를 광고대행사로 선정해 67억원 상당의 KT 광고 물량을 몰아준 혐의를 받았다.
여기에 '상품권깡'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 국회의원들에게 불법정치자금을 기부했다는 혐의로 검찰과 경찰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에 KT새노조와 약탈경제반대행동은 지난 달 20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국정농단 부역자 황창규 KT 회장 고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황 회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지난달 20일 약탈경제반대행동과 KT새노조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박지혜 기자
이날 이들은 "황창규가 국정농단 세력에게 68억원 상당의 광고를 몰아 준 것은 '배임'에 해당하며, 이에 새로 고발 조치한다"며 "검찰은 이 사건을 정치자금 사건 등과 통합해 신속하게 수사를 해서 3월 황창규의 KT 회장 임기 만료 전에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이 사건 당시 KT 비서실장이었던 구현모 사장이 현재 차기 CEO 내정자인 점도 꼬집었다. 현재 구 사장은 황 회장과 함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선상에 있다.
이들은 "구현모 사장이 3월 주주총회에서 차기 CEO로 선임된 후 검찰이 기소하게 되면 KT 경영은 또 다른 CEO리스크로 큰 혼란을 겪게 되고, 그 피해는 국민이 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KT이사회는 '임기 중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한 중대한 과실 또는 부정행위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사회의 사임 요청을 받아들일 것'을 요구했고, 구 회장은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뱅크 정상 영업 무기한 연기
현재 피의자 신분인 구 사장이 차기 CEO로 선임되면서 정당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KT가 오랜기간 공들여 온 인터넷은행 케이뱅크의 경영정상화 해법을 찾는 데 실패했다.
지난 4일 여야합의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이 5일 열린 본회의에서 부결된 것.
이로써 케이뱅크에 대한 KT 자본 수혈을 통한 정상 영업이 무기한 연기됐다.
과거 공정거래법상 담합혐의가 있는 KT는 대주주 등극이 불가능해졌다. 이에 구 사장으로 수장이 교체돼도 시작부터 적신호가 켜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케이뱅크 정상화 뿐만 아니라 이달 말 취임하게 될 구 사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지난해 5G 마케팅비용, 네트워크 투자 등으로 타격을 입은 경영 실적 개선과, 합산규제로 막혀 지난해 이통 3사 중 유일하게 추진하지 못한 유료방송 M&A도 구 사장의 주력 과제로 꼽힌다.
수장이 바뀐 뒤에 KT가 각종 의혹을 해결하고 국민기업 이미지를 완전히 되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