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600년을 한결같이 수도 서울을 지켜온 한민족 문화의 정수인 국보 1호 숭례문이 전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면서 국민들은 사실상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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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의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소방 당국과 문화재청, 지자체, 경비 담당 회사 관계자들은 연일 “자신들은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고 주장할 뿐, 어느 누구하나 책임 지지 않는 현실과 정치권은 이번을 기회로 여론 몰이로 나아가려는 꼼수까지 보이고 있어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번 사건을 바라보면서 역사를 전공한 본 기자로서는 세계 10위에 경제대국을 자처하는 대한민국의 역사의식과 문화재에 대한 개념 자체는 ‘경제 우월주의’와 ‘전시행정’에 이미 ‘사형선고’를 받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번에 소실된 숭례문을 비롯해 경복궁, 창덕궁, 불국사 등 국보급 문화재 복원에 참여한 인간문화재 신응수 대목장과 일본 고건축 문화재에 대한 심도 있는 탐방을 한 적이 있는데, 이번 참사로 인해 그 당시의 일본에서 받은 문화적 충격이 새삼 떠 올랐다.
지난 2002년 여름, 신응수 대목장과 국내에서 손 꼽히는 문화재 복원 전문가들과 함께했던 당시 탐방은 우리의 문화재에 대한 인식과 정부 및 지자체의 시스템을 비교해 볼 수 있었던 기회였다. 석조 문화재가 대부분인 우리 나라에 비해 상당히 많은 건축물이 목조 건축물이 있는 일본에서 수 백년간 문화재가 이어져 온 비결은 너무나 간단했다. “선조가 남긴 문화재는 후손의 것”이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 일본 고대사의 핵심 지역인 나라(奈良)시에 위치한 당초제사(唐招提寺)에서의 답사는 잊을 수 없었다.
당일 답사를 끝 마칠 무렵, 길 가다가 우연히 복원 수리 중인 당초제사를 보고 일행들은 일본의 문화재 복원 수준을 한국과 비교하자는 의견이 나와 불시에 찾아가게 됐는데, 당시 복원 책임자는 한국에서 온 복원 전문가를 한 식구처럼 맞아 줬던 광경이 눈에 선하다.
이들이 복원 수리를 하던 건물은 당초제사의 핵심 건물인 금당이었는데, 대략 300여년 정도 된 건물이라는 설명과 복원 수리 기간 30년, 총 복원비 500억원이라고 전하면서 우리 일행을 충격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건물 하나에 30년 이라니...’ ‘500억원의 공사비는 어떻게 조달하나’ 등 수 많은 질문이 쏟아지는 상황에 책임자는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복원에 따른 지역민의 자원 봉사는 물론 복원 책임자는 30년을 꼬박 투자한다”는 말에 당시 한국의 내노라하는 전문가들을 숙연케 만들었다.
즉, 일본에서의 고건축 전문가라고 한다면 평생 3~4개 정도의 건물을 맡아 평생을 보내면서 재정 및 인력에 대한 시스템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이게 바로 한국과 일본의 문화재에 대한 인식 차이다. 이번 사건을 바라보면서 당시에 받았던 충격들이 이제는 국가 전체 시스템상의 문제로 확대해도 결코 무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은 일본에 대한 경쟁의식과 우월의식이 가장 높은 나라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경제와 스포츠에 국한된 이야기일 뿐 국가 시스템이나 문화 의식을 말할 땐 애써 외면해온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일본의 것이라도 해도 배울 것은 배우고 뜯어 고칠 것은 고쳐야한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문화재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과 국가 시스템 재정비를 위해 민족의 자존심을 걸고 후손들에게 다시는 부끄러운 일을 저지르는 못난 조상이 되지 말아야 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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