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기자수첩] 대구百 적자 성적표, 정말 읽어야 할 속살은?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7.06.26 17:50:42
[프라임경제] 대구지역 백화점 지형이 급격한 변동을 겪고 있다. 토종 백화점인 대구백화점이 매출 부진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이후 20년 만에 최악의 적자를 기록하고 대형 유통그룹 소속 신설 백화점이 뜨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26일 대구백화점이 발표한 당해 회계연도(2016년4월~2017년3월) 매출액은 1373억원으로 지난해 매출액 1582억원 대비 13.3% 감소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84억원, -70억원으로 대형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신세계백화점의 대구 진출에 따른 지역 유통업 경쟁이 눈길을 끌기는 했지만, '대백'의 추락이 이 정도일 줄 몰랐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임직원들에 대한 질타도 이어진다.  

아닌 게 아니라, 지난해 12월 문을 연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은 지역 대형소매점 매출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 대구 신세계의 1분기 영업이익은 -23억9600만원으로 분석되지만, 판관비 등 요소가 공개되고 있지 않아 이를 감안하면 실제로는 손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그렇다면 신세계를 위시한 경쟁사들의 분투에 대구백화점이 졌다는 식으로 간단히 요약하는 게 전부일까.

우선은 대구백화점이 신세계 대구점의 등장과 선전으로 그간 지역에서 누려온 '몫'을 뺏긴 것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둘째, 열심히 새로운 수요를 개척하면 더 이상 나올 것 없어 뵈던 지역에서도 새롭게 돈이 나온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두 요소를 고려할 때, 일명 KTX 효과(신세계 대구점은 동대구역에 붙어 있다) 등 '교통 효과'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해서도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덤으로 해 본다.

신세계 대구점이 개장 첫 주말에만 100만명, 개점 한 달에 500만명 효과를 누리는 등 쾌속 항진을 하고 있지만, 이 중 절반 정도는 대구 사람이 아닌 '외부인'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발표한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4월 대구 대형소매점 중 백화점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 증가했다. 한편 대형마트 판매는 3.3% 줄었다고 한다.

대구라고 갑자기 백화점 수요가 늘고, 없던 수요가 생기고, 특히 그것이 특정 대기업 계열 점포들의 노력만으로 이뤄지는 '창조경제' 해피엔딩이 얘기의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대구 백화점들로 대구 주변 사람들이 모이는 등 효과는 나오고 있지만, 막상 대형마트 매출 효과가 줄어들 정도로 '대구 시내 경제의 속살'은 어려운 게 아닌지 들여다볼 때다.

더욱이 그런 점에서 장차 대구 사람들이 어떤 쇼핑을 하고 싶어 하는지, 그 실질적인 속내를 읽어내는 것이 지역밀착 기업의 몫이고 그런 능력이 바로 향토업체의 장점이 아닐까. '대백'이 이번 성적표를 통해 이 같은 문제에 대해 고심하고, 또 틈새시장을 개척해 보길 기원한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