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화장실도 허락을 받고 가야 하는 모양인데, 정말이지 기업 회장들을 초등학생 취급하는 것 아니냐."
6일부터 열리는 국회 최순실 국정조사 청문회에 대한 불만이 재계 일각에서 나온다. 오전 10시에 시작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여야 특위 위원들은 정해진 순서대로 번갈아가며 증인들에게 질문한다는점, 통상 각 위원에게 첫 번째 질의 7분에 추가질의 5분과 보충질의 3분 등 모두 15분의 질문시간이 주어진다는 것 등을 고려하면 물리적인 질문시간만 총 4시간30분 이상이 된다. 오래 대기해야 하는 증인 즉 대기업 총수들이 고령에 이것을 견딜 수 있을지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더 큰 문제는 질문만 하고 자리를 뜨거나 잠시 다른 일을 보러 나가도 되는 특위 위원들과 꼼짝없이 생중계를 위해 돌아가는 방송 카메라 앞에서 무한정 대기를 해야 하는 증인들의 입장이 다르다는 데 있다. 그야말로 화장실 핑계로 오래 자리를 비울 것에 대비, 엄격한 증인 관리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고 보면 곤욕이 보통이 아닐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고생을 하면서 대면해야 하는 이들이 그렇다고 우호적인 것도 아니다. 민주당의 쟁쟁한 인사들 즉 박영선, 박범계 의원 등이 대거 총수들을 기다린다. 이들은 현 정부와 기업들의 '저격수'로 꼽히는 의원들이다.
물론 도종환 의원 등 다른 의원들도 절대로 말랑말랑하지 않다. 시인 출신인 그도 제법 강력한 공격 능력과 순간 대응 능력을 발휘해 호평을 얻은 바 있다.
도 의원은 2013년 교학사 교과서 파동에서도 큰 역할을 했지만, 근자에 다시 국정 교과서 문제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그 스스로도 의정활동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과거 황교안 국무총리의 국정화 확정 담화 발표를 즉각 반박했던 장면을 꼽는다.
당시 황 총리는 대국민담화를 통해 현행 역사 교과서가 '좌편향'돼 있다며 국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도 의원은 담화가 끝나자마자 열린 규탄대회에서 황 총리의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순발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는 그가 '접시꽃 당신'이라는 시집을 쓴 인물이었다는 점을 회상하고 싶다. 큰 병을 얻은 아내를 돌보며 쓴 시를 묶은 스토리가 알려지자 국민들의 공감과 격려를 크게 불러모았다. 이 시집의 관련 이야기는 실로 감동적이어서 영화로까지 제작됐었다.
공격도 좋지만, '최소한의 시심'이 있는 청문회가 됐으면 한다. 그런 작은 틈새를 도 의원이 소화해줬으면 한다. 진상 규명도 좋으나, 팔순 노인 화장실 문제에까지 야박한 '철두철미한 국회'까지를 바라지는 않는다.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