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급기야 9일 아침 서울 아침 기온이 영하 2도까지 떨어지는 등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찬바람이 본격적으로 불면 대관령 인근의 황태 덕장이나 무청을 다듬어 시래기를 말리는 광경을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 터다.
이맘때 동해안 일부 지역에서는 바람에 꽁치나 청어를 말리는 손길도 분주할 시기다. 바야흐로 다시 과메기 철이 다가온 것이다.
과메기의 본산으로는 단연 포항 구룡포가 꼽히는데 지난 2007년 지식경제부 '포항구룡포과메기산업특구'로 지정을 받는 등 집중 육성이 추진 중이고, 이미 생산업체수가 400개를 돌파한 바 있다.
올해 구룡포 과메기의 매출 목표는 지난해보다 300억원 늘려 잡은 900억원에 달한다. 특히나 올 과메기 생산 테마는 '명품화 선언'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과메기를 명품 식도락의 상징물로 끌어올리기 위해 지역에서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라 한다.
이런 노력 이면에는 지난 2013년 연초 과메기에 부정적 이미지를 덧칠한 한 방송사의 고발이 있었다. 당시 과메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일부에서 아이디어 상품으로 녹차 등을 첨가한 기능성 과메기 상품을 개발해 새 부가가치 창출을 도모했던 것.
그러나 브라운관을 통해 녹차 과메기를 만드는 업소가 세척수를 자주 갈아주지 않고 제품을 만들고, 유통 판매상들이 임의로 일반 과메기를 녹차 과메기로 둔갑시켜 판매한다는 의혹이 소개되자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기에 이르렀다.
당시 지역 사회, 특히 구룡포과메기조합이 중심이 돼 수습 노력을 기울였다. 실태파악, 대대적인 점검에 나선 결과 문제 업체가 녹차 과메기 출하 및 생산을 중단토록 하고, 판매상들에게도 녹차 과메기는 취급하지 못하도록 했다.
아울러 포항시와 합동으로 점검반을 가동하고, 녹차나 한방 등 기능성 과메기의 부정적 이미지를 해소키 위해 과메기조합 차원에서 생산을 하지 않도록 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도 해 언론에 후속보도가 되기도 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극히 일부에서 물의를 일으키는 미꾸라지 같은 업체 때문에 지역 특산품 전체가 피해를 봐서야 되겠느냐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또 부정적인 요소만 집중해 보도를 하는 언론의 속성에 대한 원성도 나올 법하다.
이에 뒤따라서는 그래도 이 같은 쓴소리 덕에 미리 문제 점검과 도약을 할 수 있었던 게 아니냐는 반론도 가능하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예방접종을 미리 했다는 것.
어찌 됐든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선제적 검토와 준비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
당시 문제가 부각되면서 알려진 것이지만, 꽁치를 단순 가공해 건조하는 과메기의 경우 명태를 건조하는 북어와 마찬가지로 식품위생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따라서 생산시설의 설치 규격 및 기준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녹차 과메기 등은 일반 과메기에 첨가물이 포함되므로 일정한 시설 및 위생 기준을 갖춰야 하는 식품위생업 허가 대상으로 볼 수 있다. 영세성 등을 이유로 별다른 투자를 할 여력이 없다며 의무를 외면하면서 '창조경제'를 했던 셈이다.
여기서 전통식품, 지역 특산물의 명품화가 쉽지 않다는 점을 느끼게 된다. 지역을 먹여 살리는 역할을 하는 상품인데, 새롭게 가미된 아이디어 상품이 출시되는 상황에 이 같은 제도적인 새 보완점을 미리 지도하는 사령탑 기능이 100% 완전히 가동되지 않았던 것이다.
본격적으로 시대 조류와 소비자 보호 방침 등에 맞춰 새 틀을 준비하고 이를 준수하도록 철저히 관리하는 역할은 비단 관, 지방자치단체나 식품위생 당국의 감독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해당 품목의 조합이나 생산자 단체 등도 이런 생각과 검토를 꾸준히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많은 특산품이 명품화를 외치고 있다. 녹차 과메기 사례에서 명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노고가 많다는 점을 다시금 상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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