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기자수첩] 소상공인 생존가격, 고대구리 단속 예외돼야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4.09.04 16:16:37

[프라임경제] 지금은 거의 사라진 조업 중에 '고대구리'라는 방법이 있다. 고대구리는 자루 모양의 그물로 바닥을 훑는 조업법이다. 그물코가 작고 어구 입구를 넓힐 수 있으므로, 일단 이 기법을 쓰면 걸려들지 않고 빠져나가는 고기가 없게 된다. 잔챙이들까지 죄다 잡아먹는 초토화 기법이라고 할까.

최근 소상공인의 '생존가격'이라는 생소한 개념이 등장했다. 소상공인들이 적자를 보지 않고 가게를 운영해 생계를 꾸릴 수 있도록 최저한도의 단가를 보장하자는 주장이다. 몇 년 전 1000원이던 피씨방 요금이 일부에서는 500원 경쟁을 벌이는 상황을 생각하면, 이런 개념의 도입을 주장하는 이유를 금세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시장논리라는 원칙도 좋으나 피튀기는 경쟁으로 모두 죽는 것은 지양하자는 지혜인 셈.

이는 아직 많이 알려진 개념은 아니다. 소상공인 문제에 관심이 많은 정치가로 알려진 이원욱 의원실에 문의하니, 해외에서 수입된 개념은 아니라고 한다. 국내에서 창조된 개념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여기에는 아직 큰 장애물이 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가격을 유지하기 위한 논의가 이뤄지면 담합으로 규제 철퇴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문제를 생각해 보면 고대구리식 규제가 아닌가 싶다.

당초 공정거래법 등 경제법 영역이 도입된 것은 일반 민사법이나 상사법 논리만으로는 독과점 등 경제 발전에 따른 꼼수나 폐해를 제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의 공정거래법 체계는 대기업의 일탈을 규제하는 데에는 솜방망이식 태도를 보이고, 이런 작은 문제 더욱이 생존 자체가 걸린 문제에는 원론적 적용을 우려해야 한다. 지나치게 잔챙이까지 훑어내는 고대구리식 조업이 생각나는 이유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이런 생존가격의 결정과 유지에 대해 이전까지의 엄격한 잣대를 대지 않도록 예외 조치를 해 줘야 한다고 말한다.

아울러 조만간 이런 필요성을 학술적으로 정리해 보려는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논리적으로 정치한 완성품은 아니겠으나, 10월말경 관련 토론회에 나설 소장학자들의 논리에 관심이 간다.

  이미지  
 
실물경제계의 하소연을 받아들여 학문적으로 가다듬는 작업이 추진된 좋은 사례 중 하나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잘만 하면 그야말로 '창조경제'의 실제 케이스가 탄생하는 역사적 장면을 우리 세대에서 목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도 든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