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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물총리' 아닌 '생수총리' 되길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3.01.24 18:08:50

[프라임경제] 군사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나폴레옹은 역설적이게도 법에 밝은 참모들을 선호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자신이 갖고 있지 못한 정통성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꼭 그렇게 볼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참모들 중 하나인 제2통령이었던 캉바세레스다. 판사 출신으로 프랑스 최고의 법 이론가였던 그는 온건파였지만 의외로 나폴레옹이 급부상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그의 가장 큰 힘은 세심한 행정처리 능력과 온화한 성격이었다.

캉바세레스는 고집이 세고 불 같은 나폴레옹이 내놓은 생각들을 균형감 있게 조율했다. 캉바세레스의 법률적 지식은 시스템과 충돌하는 나폴레옹의 여러가지 결단들을 틀 안에 끌어들이거나 적어도 무리없게 새 길을 찾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는 게 이저 월로치 콜럼비아대 역사학 교수(그의 '나폴레옹의 싱크탱크들'은 국내에서도 출간됐다) 등의 평이다.

더욱이 캉바세레스는 욕심도 없었다고 전한다. 같은 공신이자 외무장관 역할을 무척이나 잘 했지만, 욕심이 많고 기본적으로 모사를 꾸미는 데 능했던 탈레랑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인물이었다.

김용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차기 정부의 국무총리감으로 발표됐다. 일각에서는 일명 '책임총리감'으로는 약하다거나, 법조인 출신인 그의 이력상 무리없는 관리자형으로 역할을 주문받은 인선이 아니냐고도 우려한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캉바세레스 같은, 법조인 출신이면서도 유능한 2인자 역할까지 할 수 있는 총리가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고 박정희 대통령과 갈등을 빚던 끝에 갇히는 신세가 된 고 송요찬 장군을 구속 적부심에서 풀어준 인물이 바로 젊은 날의 김 위원장임을 아직 기억하는 이들도 많다. 군사정권 시절, 정통성 없는 정권의 법률참모 취급에 만족했던 많은 법조인과는 다른 이력이다.

   
 

또 '생수 시중 판매'를 금지하던 당시 보사부 고시가 위헌이라고 판단했던 것도 그의 중요한 작품이다. "조문에 얽매이지 말고 상식적으로 판단하라"는 그의 소신이 잘 발휘된 사례다.

그런 점에서 차기 대통령이 될 박근혜 당선인을 위해 궁색한 논리를 개발해 내는 데 그치고 방탄 총리 역할이나 하는 힘없는 총리에 머물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 또한 나온다. '물' 총리가 아닌, 상식적인 판단으로 경제위기 속에 새 정부의 뒤를 받칠 '생수' 총리가 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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