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금은 잊혀진 정치인이지만, 과거에는 가장 한때 강력한 실세이자 민주화 투사였던 인물로 최형우 전 내무부장관 일화를 하나 소개해 비교해 볼까 한다.
과거 YS계 실세이던 최 전 장관은 문민정부가 출범하면서 오랜 야당 생활을 접고 내무부장관으로 임명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아마 장관이 자기 차로 영동에서 압구정까지 가는 길에 보니, 극심히 막히는 상황에 나와서 수신호로 정리하는 교통경찰이 한 명도 없었던 모양이다. 경찰을 거느리는 내무부의 수장(심지어 지금처럼 경찰청이 독립청도 아니던 시절이니 경찰 입장에서는 더군다나 어려운 존재)이 이런 일을 겪었으니 경찰이 좌불안석이 된 것은 당연지사일 것이다. 그런데 최 전 장관은 아마, 이 문제로 직접 경찰 해당 부처에 불호령을 내리는 대신 간접적으로 이야기가 들어가게끔 한 모양이다(경향신문 1993년 12월23일자).
이렇게 하면 여러 가지 의미와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장관임을 드러내지 않고 다니면서도 늘 문제를 지켜보고 있다는(근래 유행한 ‘사장님이 지켜보고 있다’와 같은 효과) 오히려 더 강력한 메시지가 부하 직원들에게 전달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최 전 의원이 이른바 위세를 과하게 남용하지 않으려 조심한다는 뜻을 내외에 전달할 수가 있는 일이다.
더욱이 최 전 장관은 야당 시절 남대문경찰서 등과 여러번 마찰을 빚어 일명 ‘닭장차’로 연행도 된 경험도 있다. 문제는 이 교통 대란 때에 서울시경 교통지도부장을 맡고 있던 김모 경무관이 남대문경찰서장으로 근무하며 악연을 맺은 터라, 핑계김에 분풀이로 비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상급자로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경찰관이 교통 정리를 기민하게 못했다 해서 막바로 범죄로 연결짓기도 문제가 있으니, 어쨌든 경찰쪽에서 스스로 뜨끔하게끔만 하면 되는 것이다. 찾아보니 실제로 김모 경무관은 이 일의 여파로 큰 문제 없이 그 다음해 시경 경무부로 이동한 것으로 되어 있으니, 영전은 몰라도 좌천은 없었던 모양이다.
이제는 기억하는 이도 많지 않을 최 전 장관 이야기를 들추는 것은, 근래에, 남양주소방서 소속 소방공무원 2명이 연말에 좌천 날벼락을 맞았다 하는 데 있다.
이는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남양주의 모 노인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암환자 이송 등 관련 문제에 대해 문의하려고 휴대전화로 119에 전화를 걸었는데, 답변 방식이 규정에 어긋났다는 것이다. 아마 인사 이동에 이어 징계 절차도 진행될 모양이다.
김 지사는 위에서 언급했듯 환자 이송 체계 등을 물어보려 한 것인데 문제는 자신이 지사라고 신분을 밝히자, 전화를 받은 이들이 ‘장난 전화’로 이를 오인했고, 전화를 끊거나 몇 차례 전화를 받은 이가 누구인지 물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소속기관과 직위, 성명을 밝히고 공무에 임하지 않으면 해당 부서의 근무 규정에 어긋난다고 하니 이 부분에 주목해 징계를 하려는 게 하자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장난 전화로 오인받은 부분,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과연 도 내에서 여러 행정 작용이 빠짐없이 잘 움직이고 있는지 점검하는 태도면에서 보면 김 지사 쪽의 미흡한 부분도 전혀 없지는 않았나 싶다.
근래에 장난 전화에 시달리다 못한 소방 당국이(물론 여기에는 신고자가 중간에 의식을 잃는 등 위급한 경우를 상정하기도 하여) 비용을 감수하고 신고 전화의 위치를 추적한다는 것이 어느 정도 알려져 있다. 과거에 한나라당 유정현 의원이 관계 당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소방쪽에서는 장난 전화 방지를 위해, 걸려오는 전화마다 33~44원 비용을 내며 발신자를 추적하고 있다고 해 ‘낭비가 극심하다’는 탄식성 기사로 언론에 조명된 바도 있다.
그런데 과연 도지사라는 직함을 밝혔을 때, 이를 장난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과연 전혀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인지, 더욱이 저러한 위치 추적을 알고 있었다면 “지사가 남양주 노인센터에는 왜?”라는 식으로 오해를 살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인데 그런 문제가 일단 왜 제대로 응대를 않느냐고 질타성 통보로 이어지는 게 옳은 건지 의아한 감이 있다.
무엇보다 이러저러한 문제가 궁금하다고 익명의 시민으로서 물어보고, 그때 혹시 문제가 발견되면 그때 조용히 관련 당국에 알려 주었어도 될 일이 아닌가 한다. 혹자는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야당 국회의원 시절 교통위반 범칙금 스티커를 규정대로 발부하지 않은 의경을 경찰서로 데려가 처벌받게 한 예를 여기에 댈 모르겠는데, 이 경우는 세 차례나 “싼 것을 끊을지, 비싼 것을 끊을지” 이른바 ‘흥정하려는 태도’를 보여(언론에 따라서는 뇌물을 요구하려는 듯했다는 취지로 ‘직설적으로’ 보도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비로소 ‘의원 신분’을 밝히고 경찰서로 향한 경우라 단순한 직무 규정 위반건과 격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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