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올해도 어김없이 거리에 기이한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중·고등학생 대부분이 약속이라도 한 듯 너나없이 ‘노스페이스’ 패딩을 입기 시작한 것.
때문에 최근 ‘노스페이스’ 패딩은 중고등학생들의 ‘교복’이라고까지 불리고 있다. 유행에 민감한 어린 학생들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이해해볼만 하지만 올해는 예년과 달리 씁쓸한 평가가 지배적이다.
‘노스페이스’ 패딩의 경우 가장 저렴한 가격이 25만원에 육박하기 때문에 자칫 빈익빈부익부 현상을 부추길 수 있고, 해당 패딩을 구입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열등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게 기본적인 이유다.
게다가 최근 한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는 ‘노스페이스 패딩 계급도’까지 등장했다. 가격과 디자인별로 속칭 ‘찌질이’와 ‘일진’, ‘대장’까지 계급을 나눠 패딩을 입은 학생들 간에서조차 계급 차이가 뚜렷하다.
보다 자세히 나열하자면 계급도는 ‘찌질이-일반-중상위권(일진)-양아치-있는집 날라리-대장’ 순으로 나뉜다.
계급도상 가장 낮은 찌질이 계급의 패딩 가격도 25만원에 달하고 가장 비싼 대장 계급은 70만원을 호가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가격이 높아질수록 ‘등골 브레이커’라는 신조어가 함께 붙는다.
‘등골 브레이커’는 해당 패딩을 사기 위해서는 부모님의 등골이 휠 정도로 힘이 든다는 뜻으로 씁쓸함을 더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노스페이스 패딩을 입지 못하는 학생의 경우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이른바 ‘왕따’까지 성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학생들은 “너도나도 노스페이스 패딩을 입는 바람에 창피해서 입지 않는다. 패딩으로 계급을 나누고 잘난척 하는 자체가 찌질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실제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노스페이스 패딩을 입지 못하면 왕따’라는 말에 공감을 표했다.
노스페이스 패딩을 입는 아이들이 입지 않은 아이들과 일부러 어울리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패딩을 입지 못한 아이들 스스로 그들과의 어울림을 피한다는 얘기다. 자의든 타의든 동기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이 같은 현실이 알려지면서 부모님들의 고민도 늘었다. 금쪽같은 내 자식이 패딩 하나 없다는 이유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꼴을 보지 않으려 어려운 형편에도 불구하고 패딩을 구입하는 게 추세가 돼버렸다.
최근 기자의 고등학교 동기모임에서 더욱 놀라운 이야기가 오갔다. 유치원 교사로 재직 중인 동창은 “요즘 유치원생들 사이에서도 노스페이스가 인기다”며 “생일파티를 하는 날이면 아이들의 엄마들이 생일선물로 노스페이스 패딩을 선물한다”고 말했다.
고가의 패딩을 선물로 받은 이상 선물한 아이의 생일이 되면 다시 노스페이스 패딩으로 답례를 하는 이상한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시작된 노스페이스 패딩 열풍이 기류를 타고 점점 어린연령대로 퍼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우려가 앞선다.
사실 어른들은 교복을 입음으로써 동급생간 위화감 조성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가장 비싼 겨울용 외투는 자율 선택이다 보니 이 같은 현상을 야기한 것으로 보인다. 똑같은 교복을 입은 학생들 스스로 자신을 차별화 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비싼 외투’를 선택한 것이다.
이번 노스페이스 패딩 열풍을 겪으면서 일각에서는 가격거품을 뺀 겨울용 외투를 교복에 포함시켜 제작하는 방안도 고민해 볼 일이라고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먼저 생각해볼 게 있다. 학생 간 아웃도어 계급분류를 두고 어른들이 자성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는 게 원론적으로나 순서상 우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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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맥락으로 외제차를 타거나 명품가방을 메고 다니면서 그것을 통해 상대가 자신에게 적절히 행동해 주기를 바라는 어른들의 심리처럼 아이들 역시 그들만의 사회에서 외투의 계급화를 통해 소통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쉽게 지울 수 없다.
중·고등학생들의 노스페이스 패딩 열풍에 무조건 혀를 찰 수 없다는 데 자성을 동반한 공감대가 형성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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