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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국증권금융 주차장 바닥에 열선 깐다고?

 

이정하 기자 | ljh@newsprime.co.kr | 2011.12.16 17:26:03

“난방비를 아끼려고 낚시용 버너에 불을 붙여 놓은 게 그만…”

지난 12일 저녁 6시 해가 거의 다 지고 깜깜해질 무렵 서울 성북구 월곡동 무허가 단칸방에서 화재가 났다. 기름값을 감당하기 힘들어 켜놓은 가스버너가 화근이었다. 치매를 앓고 있던 원모 할머니(83)와 손자 박모(19)군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시각장애로 앞이 잘 보이지 않았던 박군은 이내 숨을 거뒀다.

채소 장사를 했던 박군의 아버지(51)는 몸이 불편한 아들과 노모를 보살피기 위해 일을 그만둔 상태였으며, 기초생활비와 고등학교를 졸업한 큰아들(20)이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해 버는 돈으로 생활을 근근이 이어갔다.

숨진 박씨의 아버지는 경찰 조사에서 “난방비를 아끼려고 집안에서 낚시용 버너에 불을 피워 뒀다”고 진술했다. 뉴스를 통해 접한 사건사고 소식이었지만 박씨의 안타까운 사연에 가슴 뭉클했다.

그러나 증권가 일부 유관기관에서는 도를 넘는 에너지 사용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한국증권금융은 내부 난방에도 모자라 건물 밖 주차장에 열선을 깔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주차장 부지까지 보일러를 설치하기 위해 공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증권금융 앞 주차장은 열선을 까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이에 행인들은 인도가 아닌 일반도로로 길을 지나다니고 있다.
전기 열선은 눈이 올 경우 자동으로 녹게 해 자동차가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되며 주로 경사면이나 장애인이 드나드는 램프 등에 사고 예방이나 특수한 목적을 위해 사용된다. 그러나 평면 주차장에 설치되는 경우는 아주 이례적이다.

한국증권금융 측은 “주차 시설 노후화와 장기적인 폭설을 대비해 설치하게 됐다”고 밝혔지만 건설업계에서는 평면 주차장에 굳이 열선을 설치해야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갸우뚱했다. 더구나 기자가 직접 찾아가 본 증권금융 주차장은 도로 바로 옆에 위치해 있어 주차가 수월해 보였으며, 열선 공사로 인해 행인들은 인도가 아닌 도로로 길을 지나다녀 아슬아슬해 보였다.

증권가의 무신경함에 정치권도 질타의 목소리를 냈다. 한나라당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16일 국회 본경에서 열린 주요 당직회에서 “원전 가동이 멈추는 등 전력 수급이 비상이 걸렸는데도 열선을 깐 주차장이 있다”며 “도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전일(15일)부터 동절기 강제절전에 들어갔다. 날이 추워지면서 전력사용이 증가했지만 전력 상황은 이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고리와 울진원전이 잇따라 가동이 중단되는 등 전력 수급에 큰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한국증권금융은 증권시장에 자금과 증권을 공급하는 고유 업무를 하고 있다. 정부 산하기관은 아니지만 업무의 성격이 독점적이고 공적이기 때문에 일반 증권사들 보다 더 공정하고 엄격함을 요구받는다. 하지만 '하늘에서 숨은 신의 직장'이라 불리면서 직원 1인당 평균급여가 8100만원에 이른다.

   
 
같은 서울 하늘 아래 한 켠에서는 난방기가 없어 목숨을 잃기도 하지만 한 쪽에서는 자동차까지 따뜻하게 난방해 주고 있다. 대대적인 열선 주차장 질타 속에서도 증권금융은 열선을 판자나 담요로 덮어놓고 공사를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다. 전혀 주변 눈치를 보지 않는 그들의 무신경함이 놀라울 뿐이다. 그래서 증권금융은 신의 직장이라 불리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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