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外修和好(외수화호) 內圖富强(내도부강) 或可漸有轉機(혹가점유전기).
이 문장을 마지막 상소문에 썼던 청나라 말기의 실력자 이홍장은 나라를 팔아먹은 매판 정치가라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청불조약에서는 프랑스에 베트남을 보호국으로 내줬고, 청일전쟁 패배 후 맺은 부관조약을 비롯해 청불전쟁 8국 연합군에 대패한 뒤 1901년 강화 조약에 서명하는 등 청나라가 기울면서 서양 각국에 시달리는 동안, 이홍장은 많은 패배와 그 뒷수습의 중심에 서 있었다. 더욱이 그는 천진에 조계로 만들고 선진 문물을 받아들이는 데 앞장선 개화된 인물이었다.
그러니, 그런 액면만 보면, “밖으로는 다른 나라와 평화롭게 잘 지내고, 안으로는 부유하고 강해지도록 애쓴다면, 점점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저 문장은 외세에 유화적이기 짝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관료이자 군인이면서 금융가요 정치인이었다는 그의 다채로운 이력에서 보듯, 중국이 약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패배한 경우가 많았다는 평 또한 망국의 매판이라는 평판 못지 않게 이미 생전에 유력했다.
이홍장은 영국에 패배해 홍콩을 떼어 주게 됐을 때도, 영원(보통 동양에서는 100을 완전체로 봄)과 유사한 1999년은 어떠냐는 식으로 기지를 발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콩은 그가 길고 긴 안목과 기다림의 수를 둔 덕에, 중국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보기에 따라서는, 영국이 작은 변방 어촌을 전력을 다해 한껏 풍요롭게 만들어 중국에 반환이라는 명목으로 비싼 선물을 한 셈이 됐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치욕적으로 패전 수습을 한 것도 그의 몫이지만, 그 전에 어느 전쟁에서도 용감히 맞서 싸우도록 전쟁을 이끈 것도 이홍장이었다.
점점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던 표현은 그렇게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피동적인 표현이 아니고, 그렇게 만들자는 적극적인 결의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외환은행 매각 문제로 시끄럽다. 하나금융이 론스타와 가격 조건 협상을 마쳤지만, 여전히 산업자본인 론스타에 은행을 팔았던 자체가 무효이니 모든 걸 뒤엎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교보증권에서는 하나금융과 관련 “론스타에 대한 경영권프리미엄 제공 등이 정치적 이슈화가 될 가능성이 커 중장기적으로는 주가의 추가 상승 여력이 약해질 것”이라고 전망할 정도로 그 바람의 세기는 쉽게 볼 만 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행여 무효 사유에 해당한다고 해도 몇 년이나 지난 이제 와서 원천 무효로 돌리는 것은 무리라고도 하고, 징벌적 매각론에 대해서도 외국 자본이 앞으로 들어오는 데 두고두고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도 반격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의 사상적 배경의 기저에는 외환은행을 외국 펀드에 팔았을 때에는 우리가 힘이 약했으니 어쩔 수 없었던 게 아니냐, 외국과 친하게 지내고 안으로 살찌우면서 차차 앞으로는 잘 하면 된다는 생각이 있는 듯하다.
하지만 잘못된 일을 모두 눈감아 주면서까지 외국과 친하게 지내면서 구해야 할 번영이란 대체 무엇일까? 그리고 그렇게 해서 앞으로 받을 외국의 투자나 협력들이란 결국 또 원칙을 접어줘야 하는 논란거리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외국의 주요 정치인, 중국에 방문한 서양 외교관들은 이홍장을 어렵게 생각했다고 한다. 친하게 지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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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외환은행 처리 문제라는 갈림길에 서서 충신 이홍장의 실체를 ‘온고이신’하는 게 아니라 이홍장의 매판 역적 부분만 정교하게 ‘코스프레’ 하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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