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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중국고섬의 허풍과 거래소의 무능

 

이정하 기자 | ljh@newsprime.co.kr | 2011.09.22 13:57:23

[프라임경제] 햇빛이 눈부시게 내리쬐는 화창한 봄날 양치기소년은 사람들을 놀려주기 위해 소리쳤다.

“도와주세요! 늑대가 나타났어요. 늑대가 양들을 모조리 잡아먹고 있어요.”

마을사람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헐떡거리며 쫓아왔지만, 거짓말임을 알고 괘씸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진짜 늑대가 나타났을 때 아무도 그를 도와주지 않았고 결국 양들은 늑대에게 잡아 먹혔다. 양치기소년의 이야기는 거짓말을 하면 아무도 자신을 도와주지 않는다는 교훈을 주는 동시에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최근 반복된 거짓말로 투자자들을 불편하게 하는 상장사가 있다. 상장 폐지 위기에 있는 ‘중국고섬공고유한공사(중국고섬)’가 주인공이다. 중국고섬의 차오샹빈(한국명 조상빈) 대표는 상장을 앞두고 연 기자간담회에서 “중국고섬의 뛰어난 수익성과 중국 섬유시장의 빠른 성장속도를 믿고 투자해달라”라며 올해 3.3% 수준의 배당을 계획하고 있다며 투자를 적극 권했다.

심지어 양치기소년의 그럴듯한 거짓말에 증권사들이 힘을 보태주기도 했다. 신한금융투자 류주형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화학섬유 육성책에 힘입어 고성장이 기대된다”며 “중국고섬이 생산설비를 증설하고 원재료를 직접 만드는 등 선도적인 지위를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올 3월 한화증권 차홍선 연구원은 “7000원으로 상장한 중국고섬 주가가 3월4일 기준으로 약 40% 하락했다”며 “이는 한국 주식시장에서 중국고섬에 대한 이해도 부족”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고섬 주가는) 본질 가치 대비 현저하게 저평가 된 상황이어서 과다 물량 보유가 주가 상승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은 높다”고 평가했다. 차 연구원의 긍정적 전망에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중국고섬은 9.51% 급등했다.

그러나 거짓말이 들통 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 3월22일 중국고섬의 자회사에 회계상 문제가 있는 걸로 드러나 주식 거래가 일시정지 됐다. 중국고섬은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상장폐지도 거래 재개도 아닌 상태로 머물러 있다. 사업보고서 제한기한을 차일피일 미루며 시간을 끌자 투자자들은 더 이상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었다. 고섬 피해자들은 주관사를 대상으로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중국고섬 상장 당시 기업공개(IPO)가 졸속으로 진행됐다며 대우증권이 비싼 상장 수수료를 챙기는데 급급했다고 비난했다.

해외기업의 경우 팔지 못한 공모주에 대해 리스크를 그대로 떠안아야 한다는 부담 등이 작용해 5~7%의 어마어마한 수수료를 증권사가 챙기게 된다. 문제는 한국거래소에도 있다. 중국고섬이 싱가포르에서 매매거래 정지를 당했음에도 공시가 늦어 투자자들이 그 손해를 그대로 입은 것이다. 거래정지는 이미 전날 저녁에 알려졌으나 한국거래소는 이 사실을 하한가를 친 다음에서야 알렸다. 정보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개인투자자들은 쪽박을 차게 됐다. 한국거래소는 늦장공시에도 외국거래소와 중요 정보 공유를 검토하겠다고 밝힐 뿐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 중국고섬의 상장 폐지 소문은 이미 지난 5월부터 돌았다. 그러나 중국고섬 측은 모든 공시를 미루며 상장폐지만은 막아보려 노력하고 있다. 작년 재무제표에 이어 5월에는 1분기 재무제표도 미뤘으며, 한달 후 또다시 정기 주총을 연기했다. 지난 14일에 주총 시한을 내달 31일로 추가 연장했다. 상장폐기 위기에서도 일정을 미루면서 목숨을 이어지고 있는 중국고섬의 능력이 놀라울 뿐이다.

   
 
대표 상장증권사인 대우증권은 중국고섬 문제에 안타깝지만 주주들 보상문제에 대해서는 불가하다는 입 장이다. 대우증권은 중국고섬이 폐지될 경우 보유주식으로 582억원 상당의 피해를 입게 됐다며 앓는 소리를 하지만 최근 1조원이 넘는 유상증자를 통해 투자자를 물 먹이는 등 ‘뒷구멍으로 호박씨 까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양치기소년의 거짓말에 투자자들은 신뢰를 잃었다. 정말 늑대가 나타났을 때 아마도 도와주지 않는 일이 생기기전에 해당증권사와 거래소는 스스로를 반성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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