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삼성생명 상장으로 연일 금융권이 뜨겁다. IPO(기업공개) 주관 업계 주변에서는 삼성생명 건으로 1분기 순위가 이미 판가름났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고, 3일 청약 열기에 엄청난 자금이 몰린 점도 눈길을 끌었다. 부산은행은 삼성생명 청약 건으로 움직이는 달러 자금 때문에 당국의 환율 방어 의지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가능성을 전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중에서 삼성생명과 관련, 이야기의 범위를 다음과 같이 좁혀 보려고 한다. 근래 삼성생명에 관한 공시를 몇 가지 접했다.
하나는 삼성생명이 26일 낸 투자의견서에 실린 '주1) 본 공모는 100% 구주매출이므로 공모로 인해 유입되는 자금은 없으며 이에 따라 구체적인 자금의 사용목적을 기재하지 않는다'라는 부분이고, 다른 하나는 제이튠엔터테인먼트가 30일에 낸 단일판매·공급계약 공시로, '가수 비가 삼성생명 모델로 6개월간 활동하는 조건으로 6억6000만원짜리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이다.
구주매출이란 무엇인가? 오는 5월 12일 상장하는 삼성생명의 공모가격이 11만원(액면가 500원)으로 정해졌다. 이로 인해 삼성생명의 공모 규모는 4조8881억원으로 결정됐다.
하지만 구주매출이란 방식을 택한 것 때문에 이 중 삼성생명이란 회사 몫으로 남는 돈은 한 푼도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구주매출이란 기존 주주들의 보유 지분 중 일부를 일반인들에게 공개적으로 파는 것을 뜻하며 새로운 자금 유입을 위한 수단은 아니다. 통상적으로 주식의 가치 희석을 꺼리는 경우에 택하는 방안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구주 매출에 참여해 주식을 내놓은 신세계와 CJ제일제당이 각각 5500억원씩 가져가고, 과거 삼성자동차 손실 보전 명목으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를 제공받았던 채권단은 이번 공모가가 11만원으로 결정되면서 삼성차 부채 원금을 11년만에 '극히 다행스럽게도' 모두 회수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연체이자의 이율 논란은 다음 기사 참조: http://www.newsprime.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0299 ), 결국 이건희 회장, 삼성계열사, 신세계 등 범삼성가와 삼성차 채권단이 수혜자가 되는 대신, 막상 삼성생명 자체가 자금 유입 효과를 당장에 누릴 일은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상장 자체에 의의를 둔다면 이는 논외다.
미국계 계리기관 밀리먼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EV(내재가치)는 약 16조5000억원으로 삼성생명의 지난해 말 순자산 10조8507억원의 1.5배 수준이다. 이를 토대로 업종 평균 상장 프리미엄을 포함한 내재가치 비율(P/EV) 1.25배를 곱하면 예상 공모가는 10만원 정도가 된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결국 이번 상장은 삼성의 각종 가치, 프리미엄 등 미래 자산을 모두 뽑아낸 최대치를 긁어서 해묵은 삼성차채권단을 정리하고 삼성가가 돈을 좀 챙긴 뒤, 울며 겨자먹기로 삼성생명 주식을 샀던 우리사주에 그간의 기회비용을 물어주는 선에서 정리된다고 하겠다.
'그나마 선방한 빚잔치'라고 표현하면 심한 것일까?
그나마, 삼성차 채권단과의 2라운드를 뺀 게 이렇다. 삼성 측이 책임져야 할 지연 이자율이 6%인가 19%인가를 결정해야 한다는 논란은 공모가가 얼마나 되는가(행여 액수가 적으면 삼성생명 상장 건은 마이너스 장사일 뻔 했다)보다 더 피말리는 논리 공방이 될 전망이다.
이런 와중에 삼성생명은 7억에 육박하는 광고를 계획하고 있다. 불경기에 미리 좋은 시절을 위해 하는 게 광고이고, 스타 모델을 쓸 수록 효과가 높다는 게 업계 상식이라지만, 이 지경으로 엉망인 상장 장사를 해 놓고 광고를 대대적으로 하는 건 심했다.
그 돈은 어디서 나오나? 이번 상장으로 득을 조금이라도 볼 범삼성 일가들의 개인재산에서 나오진 않을 것이고, 보험가입자들의 주머니에서 나올 것이다.
일례로 같은 계열사인 삼성카드만 해도,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자 광고를 줄인 사례가 있다.
삼성카드는 2008년 창립 20주년을 맞았지만,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와 이건희 회장 등 그룹 주요 간부들에 대한 불구속 기소라는 상황에 직면해 자숙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형 모델인 탤런트 장동건 씨를 TV 광고 모델로 활용하다 삼성카드 홈페이지내 동영상 홍보로 활동영역을 축소시켰다. 신상품출시, 고객사은잔치, 연중켐페인 등 40여가지의 이벤트 역시 조용히 진행하였던 바 있다.
삼성생명의 이번 상장과 CF 전략은 그래서 우려스럽다. 삼성생명은 이건희 일가에 돈을 벌어주는 것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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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잔치 잘 했다고 고액 CF를 기획하는 정서는 공적 자금으로 살아난 지 얼마 안 되는 회사에 고액 연봉을 바라는 월가 금융인의 정서에 다름 아니다. '이건희 퇴진'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불러온 특검 수사에서 불과 몇 년도 지나지 않은 오늘날, 삼성 계열사의 정서는 월가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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