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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동관의 입, 홍사덕의 말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03.01 16:02:55

[프라임경제] 언론계에서 이름을 날리던 인사 중에 정치권으로 몸을 옮긴 이들이 많이 있어 왔다. 근래에 가장 관심을 모으는 인사 중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과 홍사덕 의원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정치부 기자로 주로 문명을 날리다가 논설위원을 거쳐 이명박 캠프에서 활동, 이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변인과 '이명박 청와대'의 대변인, 홍보수석 등을 역임한 이 수석. 그와 비교 대상이 되는 홍 의원은 중앙일보 시절 특히 국제경제에 관련, 두각을 보였다는 평이 여전히 따라붙는다. 자료실의 책을 많이 읽기로도 유명했던 홍 의원은 정치권에서 활약하다 지난 대선 국면에서는 박근혜 캠프에서 분골쇄신했지만, 한나라당 당내 후보 경선의 패배감을 곱씹은 바 있다.

하지만 이렇게 주요 경력과 정치권에서의 위치, 입장차이 못지 않게 시선을 당기는 것은, 두 사람의 화법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기자가 다른 매체에서 지난 번 대선 무렵 그리고 인수위 시절 가까이서 혹은 멀리서 겪어 본 바로는 그렇다.

물론 이 수석도 "요새 추측성 기사가 많은데 직접 뭐라고 이야기하긴 어려우나 갑 기사는 이렇게 쓰면 B, 을 기사…는 C"라고 후배 기자들의 기사들에 학점을 매겨 대응하는 등 브리핑룸에서 유머러스한 발언을 한 적이 있고, 홍 의원 역시 인터뷰 중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지칭하면서 "사무사의 정치인(사악한 생각, 사사로운 생각 등이 없다는 뜻)"이라고 격상시키는 등 과도한 진지함을 드러낸 바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홍 의원은 유머가 있는 편, 이 수석은 반듯하고 진지하고 가파른 언어를 쓰는 편이었다.

이 수석이 1일 'X 발언'으로 다시금 논란의 중심에 설 전망이다. 지난 번 자신의 개인문제에 관련된 국민일보 기사 삭제 시도로 곤욕을 치르는 등 언론과 악연을 맺은 바 있지만 이번 논란은 그보다 파장이 더 큰 전망이다. 이 수석은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TK(대구경북) ×들, 정말 문제 많다. 이건 기사로 써도 좋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구·경북 언론에 대해 불만이 많다"고 말한 것으로 경북일보와 뷰스앤뉴스 등이 보도하고 있다.

이 수석은 이어 "이 대통령이 대구·경북에 얼마나 신경을 쓰는 데 그렇게 하느냐"고 말하기도 해 은공을 베풀면 여론 지지도가 높아져야 한다는 '딜' 인식을 정면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홍 의원은 최근 세종시를 둘러싼 친박과 친이간 '강도론' 설전 국면에서 친이 일부 인사들에게 칼을 겨누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았다. 홍 의원은 "대통령 곁에서 '세종시 관계를 이렇게 이렇게 바꿉시다, 바꿀 자신이 있습니다, 양력으로 작년 연말 전에 여론은 완전 달라질 거다' 그렇게 대통령을 오도했던 사람들이 눈에 보이지 않나? 이런 분들, 그리고 대통령의 말씀 자료를 작성하는, 정말로 1급 참모들"이라고 지적했다. 이른바 살생부 작성으로까지 받아들여질 법한 대목이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홍 의원은 "그 중의 일부, 이런 분들은, 애를 많이 썼으니까 어디 일선 부처나 이런 데 한 계급 올려서, 영전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대통령 주변에서 떨어지도록 해야하지 않을까"라며 재치있게 매듭을 지었다.

이 수석의 X 발언이 갖는 위험성은 여느 정치권 요직과도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그가 MB의 의중으로 받아들여질 말을 내뱉을 수 있다고 많은 이들이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그이기에 유머 감각이 돋보이는 발언 대신 강경한 발언에 욕설을 섞었다는 점은 유머감각 없다 이상의 비판 대상이 된다. 단순히 홍 의원과 비교해서 화법이 왜 그러냐는 가십거리로 끝날 일이 아니다.

문제는 또 있다. 친이계이자 이재오 전 의원의 복심으로 알려진 바 있는 진수희 의원이 "어느 X 좋으라고"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이 X은 박 전 대표를 가리킨다 논란이 붙어 곤욕을 치른 게 불과 며칠 전이

   
 
   
다. 이런 터에 또 X 발언을 하는 게 예사롭지 않다. 반대파에 서는 이들에 대한 척살 의지까지 품지 않고서야 이렇게 연이어 강경 발언을 내놓을 리 없다고까지 해석을 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이는 청와대의 입 역할을 하는 고관에게는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 화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친박과 친이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홍 의원과 이 수석의 차이가 더 두드러져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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