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상대정당에 대한 도청 시도라는 초유의 사태인 '워터게이트' 사건은 지금도 회자될 정도로 파괴력이 컸다.
당시 닉슨 대통령을 하야시킬 정도였던 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친 언론은 당시만 해도 인지도가 지금처럼 높지 않았던 '위싱턴 포스트'였다. 또 이 사건을 맡았던 두 기자들은 신참과 6년차 기자 2인조였다. 그러니까 경력이 길지 않은 갓 서른, 29살짜리 기자 둘을 투입한 중간 크기 매체가 대어를 낚은 셈이다.
우드워드 기자와 번스타인 기자의 이 취재 케이스가 더욱이 아직도 신문방송학과나 언론대학원 등에서 이야기되는 것은 두 사람이 이 사건의 퍼즐 맞추기를 위해 오늘날 많은 기자들이 돌파법으로 활용하는 잠복근무와 취재원 야간방문 취재(한국 언론실무에서는 흔히 '뻗치기'라고도 한다) 등을 본격활용하는 선례를 만들었다는 데 있다.
이들이 이처럼 지난한 과정을 거쳐 퍼즐 맞추기를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이들이 사회부(수도권부) 기자들이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 안면이 있는 정치부 기자도 아니고, 백악관 출입 기자들도 아닌 이들은 다른 매체의 백악관 출입 기자들이 하지 않는 노동집약적 취재에 매달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런 방법 외엔 주특기도 없던 이들은 이 사건의 맥을 짚지 못하거나, 혹은 백악관 출입 기자직이 주는 여러 가지 달콤한 열매 때문에 더 깊은 취재를 꺼릴 때 '잃을 게 없기 때문에' 더 강한 취재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 결과, 'AP'가 이 사건이 단순 사회부 기사가 아닌 정치적 기삿거리임을 처음 짚은 것과, '뉴욕타임스'가 범인의 통장계좌에 공화당과 연관된 거래가 있다는 사실을 한 발 앞서 보도하는 등의 중간 레이스 결과와는 상관없이, 결국 이 사건의 고급 내부 고발자를 확보한 최종 금메달은 이들이 근무하는 '워싱턴 포스트'에 돌아갈 수 있었다.
노동부가 기자간담회를 준비했다가 출입기자단에게 거부당하는 해프닝이 일어났다. "기자들을 홍보부대, 박수부대쯤으로 생각한다"는 뒷말이 돌 정도로 기자들을 불쾌하게 만들어 일어난 일이라는 후문이다.
이 간담회는 임태희 노동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정부 취임 2주년 평가와 중점 과제'라는 주제로 열려던 것이었다. 하지만 노동부 대변인실은 기자간담회 하루 전(이라기보다는 몇 시간 전이라는 게 더 정확할 법한) 22일 밤 8시30분께 출입기자들에게 기자간담회 공지 문자메시지를 급히 보냈다.
원래같으면, 뉴스거리가 있으면 5분 대기조처럼 바로 뛰쳐 나가는 데에도 익숙한 기자들이 이 정도에 반드시 발끈할 리는 없다. 그러나, 전혀 급하지도 않은 간담회를 긴급하게 소집하는 등 배경이 문제가 됐다. 기자단 일각에서는 "긴급하지 않은 긴급 간담회냐"라는 지적이 나왔다.
MB정부 출점 2주년인 건 세상이 다 아는데 그걸 왜 전날 밤에야 갑자기 공지하는가? 사실 이같은 노동부 대변인실의 태도는 행정만능주의나 고압적 태도 정도로 넘길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독자도 있을 수 있겠다. 임 장관이 일하느라 너무 바빠 일정 조정이 정말 급하게 이뤄진 탓에 그랬다고 한다면 더더욱 뭐라 할 만한 일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88만원 세대의 고통 중 가장 큰 원인인 일자리 대책을 제대로 해결하지도 못하는 장관과 그를 모시는 정부부처, 그리고 그 부처 대변인실' 주제(?)에, 언론을 불러놓고 자화자찬을 해보자는 속내가 들여다 보이는 일을 해서는 안되었다는 생각이 기자들 사이에는 많았던 모양이다. 오죽해야, 이미 언급했지만, "언론을 홍보부대로 아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돌았을까?
아마도 임 장관 자신이 한나라당 대변인을 지낸 對언론 이력이 있으니 잘 알겠지만, 이렇게 언론 통제에 가까운 발상을 한다고 해서, 그리고 실제로 그런 힘이 있다고 해도 모든 출입 기자들이 원하는 기사만 써 주는 식으로 100% 통제되는 게 아니다.
문제는 또 있다. 이번엔 실제로 노동부 출입 기자들이 그렇게 순치된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나, 행여 그런 분위기가 노동부 출입기자단에서 형성되어도, 노동 정책을 비판하는 모자이크를 열심히 짜맞출 기자들이 노동부 출입기자단 밖에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결국 노동부 기자실 안팎으로, "노동부 출입증 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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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노동부 대변인실은 자신들이 모시는 장관의 부실한 업무 능력 비판 기사나 (정말 그에게 그런 구석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나 혹시나 만에 하나) 비리 기사가 사회부 기자들 손으로 씌여야 이런 간담회 기획, 언론 통제 논란을 낳을 법한 태도, 더 나아가서는 언론관을 철회하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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