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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두산·SK, '미워도 다시한번'생각할때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02.19 14:35:22

[프라임경제] 노세일 브랜드로 이름났던 '폴로'가 세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유통계에서는 이를 둘러싸고 뒷말이 많다. 지난해 7월 주요 백화점 3사에서 최고 50% 세일에 들어 간 이후 두번째 단행되는 데다, 지난 1월 한차례 열린 시즌오프가 끝난 직후에 바로 진행되는 점도 이례적이기 때문이라는 것.

이를 둘러싸고, 두산의류BG가 폴로와 결별을 하게 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돌고 있다. 두산은 지난 1998년 폴로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와 5년마다 판권을 갱신해왔으며 올해가 재계약 시점이다. 그렇다면, 연이은 세일 행진은 두산은 세일을 통해 재고를 처분해 현금을 확보하려는 행동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안 팔리는 경우 노세일 브랜드라도 염치불구 할인에 나설 수 있고, 계약을 더 이상 잇기 어려운 경우 보유 물량을 부득이 (인수를 요청했다가 거절을 당한다든지) '땡처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또 하나 주목할 변수가 있다. 두산의류 BG는 지난해 2500억원으로 전년대비 16% 신장한 성적을 거뒀으나 올해는 계약시점 만료를 의식해서인지 영업목표를 2100억원으로 영업목표를 낮췄다. 하향 조정한 영업목표 달성도 버거울 정도라 할인에 나선다면, 목표 수립이 잘못됐거나 기초 체력 자체에 문제가 있지 않은가하는 우려를 낳을 수도 있다.

더욱이, 행여나 두산측이 결별 수순을 밟게 된 파트너 폴로에 대한 불만으로 이미지 깎기를 감수하고 이같은 현찰 확보 행보에 나선 것이라면, 한국 대표 대기업 계열사로서 체면이 말이 아닌 것이라 더 우려를 낳기도 한다.

이런 국내 대기업 계열사와 해외 브랜드가 결별 국면에서의 잡음으로 서로 낯을 붉힌 사례는 이번 폴로 케이스가 처음은 아닌 것 같다.

볼보 코리아를 통해 현재도 국내 시장에 활발히 차를 팔고 있는 볼보. 볼보는 우리 나라 유명 대기업인 SK의 계열사(SK네트웍스)와 손을 잡았다 결별한 적이 있다.

SK네트웍스는 수입차 시장의 활성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환율 등 여러 문제가 복합돼 결국 순차적으로 몇 개 수입차 브랜드의 딜러권에서 손을 뗐다.

한편 볼보와의 이별 과정은 몇 가지 잡음을 남겨 지금도 회자된다. 볼보는 SK네트웍스가 공식 딜러권에 만족하지 못하고 병행 수입을 추진한다는 점에 불쾌감을 드러낸 바 있다. 물론 우리 법제상 병행 수입이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제3자도 아닌, 다름아닌 공식 딜러가 직접 병행 수입을 하겠다고 나서는 경우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당시 상당히 많았다. 딜러 계약 자체에 이같은 병행 수입 금지 조항이 있거나 하다면 문제가 확실히 커질 것이다. 이에 따라 2007년 무렵부터 양사는 내용증명이 발송되는 등 마찰을 빚다가 결국 SK네트웍스가 볼보 보유 차량 100대 가량을 원가 판매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풀어 버림으로써 메울 수 없는 골을 남기고 끝났다.

물론 SK네트웍스로서는 볼보 측에 계약 종료 전에 남은 차량을 인수해 달라고 요청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이같은 고육책으로 갔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인수 거부라는 상황을 초래한 상당 부분 책임이 병행 수입 강행이라는 문제에서 기인한 점에서 문제라는 지적이 없지 않다.

무엇보다, 남은 차를 정리할 길과 기한이 전혀 여유가 없지 않은 터에 이런 방식을 택했다면 상도의상 '메이커 이미지 깎기'를 어느 정도 미필적 고의로 일으킨 게 아니냐는 점에서 여태 회자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폴로와 두산의 결별 가능성과 세일, 그리고 볼보와 SK의 이별 과정에서 불거진 원가 판매 논란 등에서 보듯, 외국 기업들은 한국 기업이런 '손을 잡았다가 끝을 보는 경우 땡처리로 이미지를 망치고 떠나는 걸 당연시하는 회사들'이라는 '오해'를 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리고 이런 오해 가능성이 다름아닌 한국에서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인지도가 있는 대기업 계열사들에 의해 높아진다는 점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과거 우리 나라 기업인들은 손해를 다소 보더라도 거래를 튼 인연을 소중이 여기고 이미지를 심기 위해 공을 기울여 왔다.

   
 
   
태국에 고속도로를 닦으러 패기 만만하게 나갔다가 손해를 보고 돌아온 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일화는 그렇다치더라도, 열사의 땅에서 '제 나라 일처럼' 수도관 공사를 성공시켜 이름을 날린 동아그룹의 기억 등이 그런 예이다. 지금은 온갖 비판을 다 받고 있는 실패한 기업인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도 창업 초기에 외국인 거래선과의 돈독한 관계로 이름이 높았다.

SK네트웍스-볼보의 거래나 두산 의류BG-폴로 거래에서 벌어진 이같응 잡음들과 겹쳐보면 새삼스러운 일화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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