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양심선언(良心宣言)은 감춰진 비리나 부정을 양심에 따라 사회적으로 드러내 알리는 일로, 대개 권력기관이 저지른 비리나 부정을 사회적으로 폭로하는 것을 일컫는다.
양심선언은 보통 상대적으로 약자인 개인 또는 집단이 취하는 행동으로 내용의 진위여부 파악에 따라 엄청난 결과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때문에 진위여부 파악은 양심선언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엄중한 수사는 반드시 필요하다.
지난 11월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이하 전자진흥회)가 임원들의 공금횡령 혐의로 현재까지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일부 언론을 통해서만 소개됐을 뿐 자세히 알려져 있지는 않다.
사건을 담당한 종로경찰서는 전자진흥회 임원들이 정부로부터 연구 과제를 받고 연구용역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용역비를 부풀리거나 전자산업 전시회를 개최하면서 특정 업체에게 커미션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혐의 당사자인 전자진흥회는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지만 무혐의로 증명됐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의 중심에는 ‘양심선언’이 있다.
전자진흥회 최영훈 상무이사는 앞서 지난 2007년 1월 양심선언을 통해 현재 전자진흥회 핵심 고위직 A 씨의 조직 내 비리를 고발, 40년 전통의 전자진흥회를 마치 개인 사업체처럼 좌지우지 하며 실제로는 자신의 개인적 욕망을 채우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 상무가 밝힌 양심선언에 따르면, A 씨는 전자진흥회 이사회를 변칙으로 운영, 4억3000만원 상당의 법인골프 회원권 구입 시 이사회 보고 및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또 외부 용역과제 수행 시 제반 비용 즉, 골프비용 1000만원, 주류 및 식대 8000만원, 상품권 2000만원, 면세점 200만원 등을 과제 수행이란 명목으로 지출했다.
이 뿐만 아니다. A 씨와 같은 직책의 전임자의 경우 연봉이 상여금 포함 1억원 미만인 반면, A 씨 본인은 지난 2005년 12월 추가로 2000만원 인상해 1억7000만원으로 책정하고 적용, 매년 연봉과 성과급으로 3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수령했다.
최 상무에 따르면, 이 모든 행위는 A 씨가 최 상무를 철저히 배제시킨 가운데 이뤄졌다. 최 상무는 지난 2004년 5월 이사회 결의로 이 부회장과 함께 선임됐지만 A 씨는 최 상무를 경영의 핵심 부문인 조직, 예산, 인사에서 철저히 배제했으며, 임기가 6개월이나 남은 시점에서 명예퇴직을 강요하기도 했다.
기자는 이번 사건에 엄중한 잣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정 기관의 단순 비리가 아닌, 전자·IT업계의 발목을 붙잡는 오래된 ‘고질병’의 단면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전자·IT업계 간 가교 역할을 표방하는 진흥회에서 불거져 나온 이번 ‘비리의혹’은 비단 전자진흥회뿐만의 관행이라고 볼 수 있을까. 국민의 혈세로 마련된 정부 기금을 무수히 많은 각 기관들이 대체 어떻게 쓰고 있는지 무척 궁금하다.
이번 사건과 관련, 지난 2004년 2월부터 진흥회를 이끈 윤종용 회장은 취임 당시 “전자진흥회는 중소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양심선언이 어느 정도 사실이라면, 윤 회장의 ‘강조’는 한낱 겉치레일 뿐인 셈이 된다. ‘말 따로 행동 따로’인 조직에 무슨 미래가 있을지 답답하다.
기자는 전자진흥회 관계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보다 자세한 입장을 듣고 싶었지만, 관계자들은 ‘양심선언’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관계자들은 최근 전자진흥회가 종로경찰서에 탄원서를 제출한 내용은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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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원재 기자 |
전자진흥회 관계자들의 태도를 보면서, 기자는 최 상무의 양심선언에 대한 명확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가졌다. 조직의 핵심인사가 조직 내부의 비리에 대한 양심선언을 했는데, 수사기관이 이를 얼렁뚱땅 수사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번 양심선언의 핵심은 ‘국민의 돈이 이상하게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수사당국은 전자진흥회의 비리 의혹을 낱낱이 파헤쳐 썩은 관행을 예리하게 도려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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