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막된 2009 서울 국제금융컨퍼런스는 우리 나라의 경제력과 국제적 위상에 걸맞게 뜨거운 열기를 발산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서울과 부산을 국제금융허브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은 터라 이번 행사에 쏠리는 시선과 관심이 더 뜨거운 것으로 보인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은 서울시의 차세대 캐시 카우로 금융업이 떠오를 것이라는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는 시의 입장을 분명하고도 정제된 언어로 전했다.
오 시장은 서울은 홍콩이나 싱가포르보다 탄탄한 산업자본이 뒷배경으로 있음을 성공 밑천으로 꼽았다. 제조업 등 산업자본이 발전하지 못한 상황에서 금융자본이 금자탑을 쌓아올린다 해도 그것은 발전이 아니라 사상누각일 수 밖에 없음을 우리는 금융강국 아이슬란드가 외부 충격 한 방에 순식간에 무너진 사례에서 생생하게 배웠다. 그런 맥락에서 오 시장은 경제 강국인 한국의 저력을 배경으로 삼으면 아시아 금융허브의 후보로 먼저 앞서 나가고 있다고 꼽히는 홍콩, 상하이, 싱가포르 등을 제압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고 긍정적으로 본 것이다.
오 시장은 이런 맥락에서 서울을 금융허브로 키우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특히 영어 사용 환경이 좋은 편은 아닌 우리 나라의 상황에서, 여의도를 금융중심지로 키우면서 영어 사용의 편의성을 최대한 지원해 줄 가능성을 언급했다. 아울러 외국 금융업과 그 직원들이 서울에 진출할 때 애로 사항 중 하나로 꼽히는 높은 주거 비용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한 흔적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울러 오 시장은 외국인들이 서울에서 금융관련업에 종사할 때 주요 관심사로 부각될 교육문제에 대해서도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등 서울 금융허브화의 야전 사령관으로서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인 대목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좀 더 나아가 금융강국의 꿈 말고도 도덕성까지 갖춘 금융중심지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꿈을 강하게 어필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말을 부연하고 싶다.
따지고 보면 이번 세계 금융위기는 모럴 헤저드에 기인한 것이다. 이미 많은 월 스트리트의 금융인들은 언젠가 파생상품의 거품이 일을 벌일 것이란 점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미국과 영국의 수많은 인재들이 놓은 '금융공학'의 틀은 결국 정교한 사기술에 다름 아니었다는 지적은 그래서 영미식 금융 산업뿐만 아니라 이런 산업의 과실을 즐겨운 영미 국민들 모두에게 크나큰 트라우마로 남을 전망이다.
특히 비밀 준수를 이유로 돈세탁과 비자금 창구 역할을 충실히 해 오던 스위스 금융권도 (미국과 독일 수사기관들의 연타 공격에 기인한 바 크나) 검은돈 관련 정보는 보호하지 않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수정하고 있다.
세계 금융의 기조가 이러할진대, 우리만 금융산업을 끌어들이겠다고 성과 중심, 하드웨어적인 면의 발전에만 매달리는 게 아닌가 하는 기우가 드는 것이다. 아울러, 경우에 따라서는 마치 선진국 금융기관들이 각종 문제점을 면피할 좋은 도피처쯤으로 우리 나라의 금융허브 추진 노력을 악용하지나 않을까 하는 점도 있다. 오 시장은 '비지니스 프렌들리'라는 MB정부의 구호까지 차용해 가면서 금융허브의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발전 과정에 끼기 쉬운 거품과 부정을 방지할 책임은 모두 사정기관에 미룬 듯 하여 이런 우려는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본다.
아울러, 서울이 국내외 금융업의 정수를 모아들여 허브로 발돋움하고, 이 허브가 도덕적인 선진 금융의 발원지로 커 가려면 여기에 터를 마련해 주고 이를 독려할 서울시 역시, 중앙정부 못지 않게 '스스로 청렴할 의무'를 진다고 하겠다.
서울시는 최근 청렴도 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고, 최근 몇 번 지방자치단체 중 청렴도 1위를 차지하는 등 일부 성과도 거뒀다. 그러나 갈 길이 아직 멀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1990년대 초반 서울시 하수도국에서 비리가 발생했을 때 서울시측에서는 업무의 방대성에 비해 조직이 작아 부패가 싹틀 여지가 있다고 보고 상수도국과 하수도국을 키워 본부를 신설하는 등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최근 상수도사업본부에서 서울시 공무원 부정이 또 불거져 나왔으니, 도로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다. 아울러 골프 금지령이니,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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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아직도 서울시 일선 자치구에는 하지도 않은 야근을 한 것으로 꾸며 수당을 부정 수급하거나, 소외 계층에 돌아가야 할 예산을 중간착복하는 공직자도 존재하고, 이런 소식들이 종종 언론에 보도돼 공분을 사고 있다. 솔직히 이런 수준의 도시에서 금융허브 운운하는 것 자체가 우습다고 할 외국인도 있을 것이다. 서울시는 금융허브를 그저 돈을 벌 차세대 먹거리 사업 쯤으로 보지 말고, 국가 백년 대계라는 식으로 접근해 주기 바란다. 그리고 남에 대해 휘슬을 부는 심판관 역을 어느 정도 하기 위해 스스로도 이번 기회에 자정을 하기 바란다.
임혜현 기자 / 프라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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