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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서울아산병원,'아산'간판 떼야할때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10.30 09:21:17

[프라임경제] 신종플루가 단연 화제가 되고 있다. 직원용으로 쓰겠다며 발빠르게 타미플루(치료제)를 대량으로 비축한 은행이 있다느니 확진검사 진단 시약이 동이 날 지경이라느니 연일 신문 지면을 플루 관련 소식이 채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거점병원에 대한 소식이 빠질 수 없다. 거점병원인 서울아산병원이 최근 2개월간 신종플루 외래환자들에게 '응급진료비'조로 총액 2억여원을 청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그런데 이에 대해 당국이 부당성 여부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다.

당국은 병원이 응급실 안에 신종플루 진료실을 설치하고 주간시간대에 찾아오는 신종플루 외래환자들에게 응급의료관리료 3만원을 부담시켰다는 점에 대해 이것이 '보험급여 기준 위반'이 아니냐는 의혹을 갖고 있다. 이 병원은 보통 검사를 받을 경우 검사비, 응급진찰료 2만원, 응급의료관리료 3만원 등 평균 약 18만원을 청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보통 응급의료관리료는 응급실의 높은 설치비용을 보상해주는 한편, 응급실의 혼잡을 막기 위해 비응급환자의 응급실 진료를 줄이기 위한 정책적 차원에서 부과된다.

그런데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별도의 신종플루 외래진료실 없이 응급실 안에 진료실을 설치함으로써 비응급환자의 응급실 진료를 사실상 '유도'한 부분이 있다는 게 당국의 감시망에 문제점으로 걸려든 셈이다.

물론 서울아산병원으로서도 애로점이 없지 않았을 것이고, 나름대로 검토를 해 내린 판단이었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이 와중에 한 가지 제안하고 싶다. 서울아산병원은 이제 현대가의 영원한 '왕회장'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아호를 간판에서 떼고, 새롭게 발전하라는 것이다.  

"건강한 사람들의 힘으로 쌓아올린 현대의 재산을 모든 사람들이 건강해지는데 쓰겠다"는 게 지금은 망인이 되셨으나 여전히 한국의 가장 존경받는 경제인 중 하나로 남아있는 고 정 회장의 병원 설립의 변이었다.

1977년 7월 1일 고 정 전 현대그룹 회장은 아산사회복지재단 출범에 부쳐 이같이 언론을 통해 국민들에게 '공약'하고, 본인의 현대건설 지분 50%를 재단에 출연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병치레 때문에 가난할 수 밖에 없고, 가난하기 때문에 온전한 치료를 받을 수 없는 괴로움이 악순환하는 현실을 깨고 싶었다는 망인의 소박한 발언에 많은 이들이 감동했다.

당시만 해도 온 나라가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경제개발에 힘을 쏟았지만, 농어촌 지역 대부분은 의료 사각지대로 남아 있었다. 소외된 이웃들이 의료 혜택에 국가도 사실상 힘에 겨워 일정 부분 방치하던 시기였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자 고 정 회장은 건물을 올리고 도로를 닦아 모은 재산을 쾌척했다. 1978년 7월부터 1979년 3월까지, 고 정 회장과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전북 정읍과 전남 보성, 강원 인제, 충남 보령, 경북 영덕에 종합병원을 잇달아 열었다. 그리고 나서 10년을 준비해 1989년 완성한 것이 지금의 서울아산병원이다. 고 정 회장 자신이 가난한 농군의 자식으로 태어나 이러한 결단을 할 수 있었다는 게 대체적인 인식이다.

한국 대기업이 세운 최초의 병원이자 최고의 병원. 아산병원의 역사는 이렇게 시작됐다. 아산병원의 역사는 삼성가가 세운 삼성의료원보다도 5년이 앞서며, 이러한 주춧돌을 놓은 고 정 회장의 높은 뜻을 기억하는 많은 이들은 아직도 아산병원을 삼성의료원보다 좀 더 높게 평가하기도 한다.

그런 와중에 플루 정국에 이렇게 청구를 하니, 법적으로 하자를 다퉈보는 것은 어떨지 몰라도, 이미 서울아산병원은 첫 설립 취지부터는 너무도 멀리 이탈한 듯 싶다. 신종플루 외래진료실을 따로 만들지 않고

   
   
응급실에 플루 진단 공간을 만든 것이야 그렇다 칠 수 있겠으나, 2층 매점을 임시로 치워버리고 '임시응급실'로 썼다는 부분에 이르고 보니 아무래도 기자같은 갑남을녀의 이해의 폭을 확실히 넘어서는 것 같다.

결국 응급실 만들 공간은 있어도 임시외래실 만들 생각은 없다는 것인지, 아리송하기도 하다. 어쨌든, 아무래도 설립자의 정신을 생각하면 지금과는 다른 판단을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그러니 그냥 서울아산병원은 국민 건강과 복지 증진을 위해 사회공헌을 하시겠다던 고 정 회장의 거룩하나 무거운 뜻에서 자유로워지는 게 낫겠다. 그러니, 고 정 회장의 아호인 '아산'은 떼시고, 일부 의료계 인사들이 오매불망 국내 도입을 바란다는 미국식 개념 '영리병원' 추진에 매진하셔서 그걸 하셨으면 한다.

임혜현 기자/프라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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