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때 우리 나라 관광 산업을 설명하는 말로 '요정 관광', '기생 관광'이라는 말이 통용되던 시절이 있었다. 아마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하면 "그게 언제적 이야기인데"라는 소리가 나오고, 청년층에서는 아예 들어보지 못했다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겠으나,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리 오래된 시대도 아니다.
산업이래야 별 볼 일이 없던 전쟁 직후부터, 80년대 초반까지도 이런 류의 관광 행태가 암암리에 이뤄져 왔다. 때때로 검찰 등 사정기관에서 단속을 하기도 했으나, 당시 이를 완전히 근절하는 데엔 사실상 실패했었다. 이런 음성적 문화를 사실상 버려둔 결론은 단 하나 외환을 벌어들이는 데 유용한 수단이었기 때문이었다는 게 정설이다.
그러다 우리 나라의 경제 규모가 발전하고, 관광 산업의 초점도 외국인들에게도 우리 5000년 문화의 우수성을 부각시키는 등으로 맞춰져 점차 근본적인 발전이 이뤄지면서 이런 단어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듯 했다.
그런데 최근, 한국관광공사가 지분을 투자하고 있는 세븐럭 카지노의 국정감사 과정에서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유치 활동엔 아직도 이런 기생 관광, 요정 관광식의 잔재가 남아 있는 게 아닌가 우려하게 됐다.
민주당 조영택 의원은, 세븐럭 카지노가 KTC 한국관광카드(Korea Travel Card, 즉 선불형 전자상품권)를 고객에게 무료발급하거나, 콤프 마케팅카드(Complimentary CARD, 이 카드는 포인트 차감방식임)를 직원들이 1대 1로 고객과 함께 이동하며 결제 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는 데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무료로 제공되는 이런 카드들은 예를 들어 세븐럭카지노(그랜드코리아레저)에서 1억원을 이용하면 500만원의 콤프 포인트 및 전자상품권이 발생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 카드의 상당액이 안마시술소, 룸살롱, 노래방 등 유흥업계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세븐럭 카지노는 고객 사은 차원에서 카드를 만들어 주면서, 룸살롱이나 안마시술소 등 유흥향락 우려가 높은 업종에서도 사용할 길을 열어주고 있는 셈이다.
이 문제는, 최근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의 법인 카드에 대해서는 유흥업소에서 사용이 안 되게 하는 '클린 카드 운동'과도 배치되는 것이라고 보여진다.
아울러 경우에 따라서는 직원이 같이 간다는 것도 문제다. 유흥업소에 고급 고객을 모시고 가는 한국형 접대 문화의 전형적 방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관광공사 이강길 감사실장은 "지난해 국감에서도 같은 문제로 질타를 받은 바 있어 올해 안마시술소, 룸살롱, 노래방 등 출입을 제한하라는 지적에 대해 그랜드코리아레저를 정기 감사를 실시했다"면서도 모회사인 한국관광공사가 자회사인 그랜드코리아레저에 세부적인 경영침해까지 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내놔 우려를 높이고 있다.
한편 조 의원측에서는 관광공사 감사 당시 직원이 외국인 고객과 함께 안마시술소에서 카드를 사용해 두 건이 적발됐다고 확인했으나 갑자기 말을 바꿨다며 문제가 되자 말을 바꾸려는 태도에 대해 감사원 감사 청구 등을 할 태세다.
물론, 이런 한국관광공사와 세븐럭 카지노의 접대 태도가 막바로 불법인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안마를 받으러 가서 성매매를 하지 않겠느냐고 100% 단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외국인 관광객이 어떤 형태와 방식과 과정으로든, 하물며 안마시술소이든 룸살롱이든 간에 외화를 떨구고 가는 일에 대해 너무 심각히 백안시하지 말라는 지적도 있을 수 있겠다. 아울러, 이런 그냥 유흥업소들에서 카드가 사용됐느니 하는 부분을 보면서 과거의 음습한 요정 관광을 막바로 떠올려 연결짓는 것에도 일말의 무리수가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굳이 고객에게 사은품 형식으로 각종 유흥업소에 갈 수 있는 카드를 만들어 주고, 이런 실태를 알아채고 어떤 개선을 일찍이 하지 못한 것은 실망스럽다. 카지노에 들렀다가 여자 접대원이 나오는 룸살롱에서 양주를 마시고, 노래방 들러 노래 한 곡조 뽑고 안마를 받고 돌아간다면, 그 외국 관광객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과연 무엇으로 남을까? 아마 과거 우리 나라를 요정 관광 가는 나라 정도로 보던 시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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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런 문제에 다름 아닌 한국관광공사와 그 자회사가 우려의 기본 골격을 제공하고 있음이 걱정스럽다. 그렇잖아도 신임 이참 공사 사장이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교회 출신이라고 말이 많고, 이 대통령께서도 한때 '마사지 걸 발언'으로 곤욕을 치르신 바 있다. 대통령과 각별한 인연이 있는 이 사장이 새 공사 사장으로 와서 개선이 안 된다는 식으로 가십 기사가 추가로 나오지 않도록, 빠른 개선이 필요하다고 당부한다. 한국관광공사와 자회사들이 관광 수입 올리기와 우수 고객에 대한 사은행사 못지 않게, '한국의 품위유지와 고양'라는 대전제에도 각별히 마음을 써주길 바란다.
임혜현 기자/프라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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