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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강정원 대행·고건前대행의 차이점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10.07 11:39:03

[프라임경제] 지금은 뉴스메이커로 부각되는 인물이 아니지만, '행정의 달인' 고건 전 국무총리에 대해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고 전 총리는 서울대, 행정고시를 거쳐 장관과 총리직, 서울시장직 등을 두루 역임한 인물이다. 호남 출신에 대한 인사 차별이 있던 시절에도 승승장구하면서 '직업이 장관'이라는 평가도 따랐다. 이는 정권의 성격이 달라지는 '부침 현상'의 물결 속에서도 무색무취한 행정가 역할에 충실했기 때문으로 풀이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고 전 총리는 2007년 대선이 임박하면서 대선주자로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고,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각을 세우기도 했다. 이후 국가 비전을 제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평가로 고민하다 결국 대선 국면에서 나서지 않는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행정가로 알려진 고 전 총리가 세인들에게 강한 인상을 준, 그리고 그를 대선 주자급으로까지 한때 부각시켰던 대목은 긴 공직 생활 중에서도 대통령 권한 대행 시절의 행보라고 볼 수 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사상초유의 대통령 탄핵파문으로 63일간 권한대행을 수행하면서 고 전 총리는 '자기 정치'를 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얻었다. 대행이 갖는 권한은 '현상 유지'라는 가이드라인에 충실했던 것이다.

사실 이미 노무현 정권 전에도 총리직을 해 본 경험이 있는 데다, 공직 경험이 오래라 큰 실수를 할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혹시 정치적 야심을 발동했다면, 이때 상당한 임팩트를 국민들의 뇌리에 심어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고 전 총리는 대행 시절 이런 시도를 하지 않았고, 결국 보기에 따라서는, 이때문에 정치인으로 '뜨는' 데에는 실패했다고도 할 수 있다.

권한 대행이라는 자리가 마련되는 자체가 이례적인데, 근래에 금융부문에서 KB금융의 지주회장 대행이 탄생해 권한 자리에 대한 논의가 새삼 부각되고 있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지주회장을 대행하고 있는데, 최근 권한 대행의 인사가 화제를 모으고 있는 것이다. 강 행장은 이미 외국계 은행 경력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바 있고, 마지막 서울은행장으로 발탁되어 일하면서 하나은행과 서울은행간의 통합 과정이 원만히 이뤄지도록 포석을 깔았다는 평도 듣는다. 현재 KB금융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국민은행 행장직도 연임하면서 누구보다 실력과 지주 전반에 대한 파악능력을 갖추기도 했다.

더욱이, 외환은행 매각이 다시 부각되는 듯한 외신 보도가 나오고 경쟁자인 하나금융 역시 우리금융 인수 추진으로 입에 오르내리는 등 2006년 외환은행을 다 잡았다 놓친 강 행장으로서는 애가 탈 수 있는 상황이다. 강 행장의 이번 고위직 및 부서장 인사가 자기 사람 심기의 치졸한 구성이 아닌, M&A 전략에 기반한 큰 그림이라는 우호적 평가도 그래서 나온다.

   
   
하지만 아무리 그림이 좋다고 해도, 대행의 권한에 이런 큰 백년대계 구상까지 들어가는지에 대해 의문이 없지 않다. 즉 강 대행의 행보가 아무리 우수해도, '고건 대행'의 미덕을 연상케 하는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솔직히 고 전 총리가 故 노 전 대통령보다 행정력과 아이디어가 부족해서 그 긴 대행 기간 동안 '자기 구상'을 저지르지 않고 노무현 정부가 놓은 틀대로 현상유지에만 힘을 쏟았겠는가? 다만 대행이 그렇게 하는 것은 대행이 끝나고 넘겨받을 자리의 정식 주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고 전 총리 못지 않게 능력이 출중한 강 대행이 고 대행체제에서 눈여겨 볼 만한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임혜현 기자/프라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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