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005380)가 불확실성이 커진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도 2030년 판매 목표를 낮추지 않았다. 현대차와 제네시스를 합쳐 연간 555만대를 판매하겠다는 기존 목표를 그대로 유지했다.
대신 목표에 도달하는 방법은 한층 세분화했다. 북미에서는 하이브리드차(HEV)와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를 확대하고 유럽에서는 전기차(EV)에 힘을 싣는다. 인도에서는 현지 생산과 부품 조달을 늘리는 식이다.
하나의 전동화 전략을 모든 시장에 적용하기보다 지역마다 다른 수요와 정책 환경에 맞춰 상품·파워트레인과 생산 전략을 달리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대규모 신차 투입과 생산능력 확충에 원가절감까지 묶어 판매 성장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가 '2026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중장기 사업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 현대자동차
현대차는 2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서울호텔에서 '2026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중장기 사업·재무 전략을 공개했다.
이날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현대차의 펀더멘탈(기초체력)은 그 어느 때보다 튼튼하다"며 "더 많은 모델을 출시하고 더 많은 파워트레인 선택지를 고객에게 제공하면서 신규 차급과 신규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겠다"고 말했다.
2030년 글로벌 판매 목표는 555만대다. 올해 목표인 415만8000대보다 139만2000대 많다. 전동화차량(xEV) 판매 비중 역시 2030년 60%라는 기존 목표를 유지했다.
현대차가 장기 목표를 유지하는 배경에는 현재 실적에 대한 자신감도 깔렸다. 올해 상반기 HEV 판매는 36만3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8% 늘었고 같은 기간 매출은 95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 속에서도 하이브리드 판매가 늘고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면서 중장기 성장 목표를 유지할 자신감을 뒷받침한 셈이다.

2030년까지 현대차는 전 세계 시장에서 100개 이상의 신규 차종(완전·부분변경 모델, 파생모델 등)을 출시할 계획이다. ⓒ 현대자동차
외형 확대의 첫 번째 축은 신차다. 현대차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전 세계 시장에 완전변경과 부분변경, 파생모델 등을 포함해 100종 이상의 신차를 투입한다. 특히 18개 이상은 현재 판매 차종이 없는 신규 차급에 진입하는 완전 신차로 계획했다. 기존 시장에서 모델 교체만 반복하는 대신 새로운 세그먼트까지 판매 기반을 넓히겠다는 의미다.
차를 생산할 기반도 함께 키운다. 2030년까지 글로벌 생산능력을 127만대 확대한다. 북미에서 50만대, 인도에서 32만대, 국내에서 20만대를 추가하고 반조립(CKD) 생산능력도 25만대 늘린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늘어난 생산능력을 시장별로 서로 다른 상품 전략과 연결했다는 점이다. 북미에서는 HEV가 전동화 확대의 중심 역할을 맡는다. 제네시스 GV80 하이브리드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HEV 신차 10종을 내놓고 전체 판매에서 HEV가 차지하는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현대차가 범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글로벌 신차를 출시하고, 지역별 파생모델이나 특화모델로도 확장한다. ⓒ 현대자동차
충전 부담을 낮춘 EREV도 가세한다. 내년 상반기부터 싼타페 EREV를 미국에 판매한다. EREV는 전기모터로 주행하면서 배터리 잔량이 부족해지면 소형 엔진이 발전기 역할을 맡아 배터리를 충전하는 방식이다.
반면 유럽에서는 EV 확대에 보다 선명하게 무게를 싣는다. 지난해 11만6000대였던 유럽 EV 판매를 2030년 42만대까지 늘린다. 4배에 가까운 규모다. 다음 달에는 유럽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3도 정식 출시한다.
인도에서는 현지화가 성장과 수익성을 동시에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현대차는 현지 전략형 SUV를 추가해 2030년 SUV 판매 비중을 80%까지 확대하고 부품 현지화율도 90%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다. 동시에 인도를 생산기지로 활용해 수출 비중을 최대 30%까지 끌어올린다.
부진이 이어졌던 중국 역시 현지화 전략을 강화한다. 내년 소형 SUV EV와 준중형 EV·EREV 겸용모델 등 2종을 추가하고 현지 업체와의 기술 제휴도 확대한다. 중국 법인은 중국 이외 지역 수출을 포함해 2030년 판매 50만대를 목표로 잡았다.

GV80 하이브리드는 내연기관차 대비 연비효율(복합연비 기준)을 약 25%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 현대자동차
제네시스의 외연 확대도 555만대 목표를 뒷받침한다. GV80 하이브리드와 EREV SUV를 추가하고 고성능 브랜드 마그마의 판매지역도 넓힌다. 스페인을 시작으로 오스트리아, 덴마크, 폴란드, 포르투갈 등에 추가 진출한 뒤 인도와 아세안까지 영역을 확대한다. 목표는 2030년 40여개국 35만대 판매다.
판매 확대만큼 중요한 것은 수익성이다. 현대차는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위기와 중국 업체의 공세에 더해 미국 관세 부담에도 올해 영업이익률 가이던스 6.3~7.3%를 유지했다. HEV 판매 증가와 하반기 신차 효과를 통해 단기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2030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 목표는 기존 8~9%에서 9% 이상으로 높였다. 영업이익 규모도 기존 계획보다 11%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유럽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3는 다음 달 정식 출시한다. ⓒ 현대자동차
이를 위해 매출원가율을 기존 계획보다 3%포인트 낮춘다. 구체적으로 차량 전 주기 원가혁신으로 1.5%포인트, 재료비 절감으로 1%포인트, 현지화로 0.5%포인트를 각각 낮춘다.
결국 생산 현지화는 판매량을 늘리는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관세와 물류비 등 외부 변수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는 동시에 비용까지 낮추는 수익성 전략으로 연결된다. 지역별 파워트레인 다변화 역시 시장 변화에 따라 판매 조합을 조정할 수 있는 여지를 넓힌다.
현대차가 이번 인베스터 데이에서 새롭게 제시한 것은 555만대라는 숫자 자체보다 이를 만들어낼 실행 방식이다.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중국 업체의 공세에 더해 전동화 시장의 속도가 달라지는 상황에서도 목표를 낮추는 대신 시장별 상품과 생산 구조를 더 촘촘하게 나눴다.
신차 100종과 127만대 생산능력 확대를 외형 성장의 기반으로 깔고 HEV·EV·EREV를 지역별로 달리 배치한 뒤 현지화를 통해 비용까지 낮추겠다는 것이다. 결국 2030년 555만대와 영업이익률 9% 이상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느냐는 이 전략을 실제 판매 확대와 원가 개선으로 연결하는 실행력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