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세제 개편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는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 연합뉴수
[프라임경제] 정부가 '실거주 중심'을 내세워 마련한 부동산 세제개편안이 발표 3주 만에 일부 조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같은 1주택자라도 실거주 여부에 따라 세 부담을 달리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직장·취학 등 불가피한 사유로 살지 못하는 1주택자까지 과도한 부담을 질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다.
특히 여당이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차등 과세 재검토를 공식 요구하면서 정부도 관련 내용 검토에 착수했다. 다만 비거주 1주택자 기본공제를 어느 수준으로 조정할지 등 구체적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을 통해 부동산 세제 무게중심을 '보유'에서 '거주'로 옮기는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종부세는 거주 1세대 1주택자 기본공제를 14억원(현행 12억원)으로 높이는 대신, 비거주 1주택자는 9억원(현행 12억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실거주 1주택자는 우대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세 부담을 높여 주택을 투자보다 거주 대상으로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공정시장가액비율도 2027년 70%(현행 60%)로 높이고, 비거주 1주택자 세 부담 상한도 200%(현행 150%)로 상향하는 내용이 담겼다.
양도소득세 역시 같은 방향으로 설계됐다. 현재 1세대 1주택 장기보유특별공제는 보유기간과 거주기간에 각각 연 4%, 최대 40%를 적용해 합계 최대 80%까지 공제한다.
정부안은 2028년부터 이를 '장기거주소득공제'로 개편한다. 2028년에는 보유기간 연 2%·거주기간 연 6%를 적용하고, 2029년 이후에는 보유기간 공제를 없애고, 거주기간에 연 8%를 적용한다. 최대 공제율은 80%로 유지된다.
아울러 장기거주소득공제에 공제금액 한도를 신설해 2028년 20억원, 2029년 이후 10억원으로 제한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반면 10년 이상 거주한 양도가액 30억원 이하 1세대 1주택자에 대해서는 양도소득 기본공제를 연 2500만원(현행 250만원)으로 확대한다. 장기 실거주자에게 혜택을 집중하는 대신 단순 장기보유에 따른 혜택은 줄이는 구조다.
문제는 '비거주 1주택자'를 일률적으로 세제상 불리하게 취급하는 게 옳지 않기 때문이다. 주택 1채만 갖고 있더라도 취학이나 △직장 변경·전근 △질병 치료 △해외 체류 △부모 봉양 등 이유로 해당 주택에 직접 살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세제개편안에서 일부 불가피한 비거주 사유를 인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불구, 현실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유를 포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3일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여당은 이런 반발에 공식적으로 보완을 요구하고 나섰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3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해서는 현실의 다양한, 부득이한 비거주 사유를 폭넓게 인정하면서 사각지대가 없어져야 한다"라고 밝혔다.
종부세 역시 "현 제도를 유지하더라도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비거주자의 세 부담이 자연 증가하는 측면이 있다"라며 "비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를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추고, 세 부담 상한을 200%로 높이는 방안에 대해 충분한 숙의가 필요하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민주당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갔다.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고위당정협의회 결과 브리핑에서 종부세와 관련해 "민주당은 1주택자에 대해 거주·비거주 구분을 두지 않기로 강하게 요청했다"라고 강조했다.
물론 이는 여당 요구 사항일 뿐, 정부가 거주·비거주 구분을 폐지하기로 결정한 건 아니다. 당정은 "비거주 1주택자의 실거주 인정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라는 데에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구체적 제도 변경 범위는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태다.
세제당국도 재검토에 들어간 분위기다.
관계당국 등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제기된 의견 바탕으로 비거주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 범위 등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
현재 시장과 정치권에서는 정부안(9억원)을 현행(12억원) 수준으로 되돌리거나 실거주 1주택자와 같은 14억원을 적용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세 부담 상한 역시 정부안(200%) 대신 현행(150%) 유지 방안 등이 검토 대상으로 꼽힌다.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변수다. 민주당은 종부세 외에도 1주택자 장기보유특별공제를 거주 중심으로 개편하는 방안 역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럼에도 불구 현 단계에서는 정부가 제시한 '실거주 우대'라는 큰 방향 자체가 폐기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오히려 '실거주 중심' 원칙을 유지하면서 비거주 1주택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과도한 세 부담과 제도 사각지대를 어느 정도 보완 가능할 지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비거주 1주택자 기본공제 현행(12억원) 유지시 실거주자는 14억원, 비거주자는 12억원으로 차등을 두면서도 정부 원안(9억원)보단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 반대로 거주·비거주 모두 동일한 기본공제를 적용한다면 정부가 강조한 '실거주 우대' 원칙은 그만큼 약화될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도 정책 수정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비거주 1주택자 과세 강화가 완화될 경우 집주인이 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주택을 매도해야 할 유인이 줄어들 수 있다"라며 "반면 임대주택을 계속 보유할 여지가 커져 전월세 공급 측면에서는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결국 이번 논의 핵심은 1주택 보유와 실거주 사이에서 발생하는 세제상 차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안은 '1주택자 보호'에서 나아가 '실거주 1주택자 보호'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발표 3주 만에 "비거주 1주택자의 현실적 사정을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한다"라는 요구가 당정 차원에서 본격 제기됐다.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 '종부세 기본공제'와 '세 부담 상한'을 실제 조정할지, 나아가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까지 손질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정부가 세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 전까지 추가 조율이 예상되는 만큼 당초 개편안 '보유보다 거주 원칙'이 어느 정도 유지될지가 1주택자 세제 개편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