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 및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정부가 서울·수도권 '주택 공급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수도권에 23만호+α를 추가 공급한다. 신규 공공택지를 확보하는 동시에 3기 신도시 등 기존 공공택지 착공 시기를 앞당기고, 재개발·재건축 등 도심 공급에도 속도를 내는 방식이다. 단순 공급 물량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택지 조성과 인허가, 보상 등 주택이 실제 착공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국토교통부가 13일 발표한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에 따르면 공급 시차를 단축하고, 가용한 공급 역량을 활용해 수도권에서 총 23만호+α의 추가 공급 효과를 확보한다. 이를 통해 기존 공급대책 이행력을 높이는 동시에 실수요자 주거 선택지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공급 물량은 크게 공공택지와 도심, 민간 부문에서 나온다.
공공택지 공급 확대가 16만호+α로 가장 많으며 △도심 공급 확대 1만4000~2만4000호+α △민간 공급 금융·세제 지원과 규제 완화 5만9000호+α다. 이를 모두 합하면 수도권에서 23만호+α 상당 공급 확대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게 정부 측 추산이다. 기존 9·7대책과 1·29 공급방안과 비교해 2026~2030년 추가 착공으로 이어지는 물량은 12만호+α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공공택지는 새로운 택지를 확보하는 것과 기존 택지 사업속도를 높이는 방식을 함께 사용한다.
우선 정부는 공공택지 조성에 걸리는 기간을 대폭 줄인다. 현재 신규 공공택지는 후보지 발표 이후 주택 착공까지 평균 68개월이 걸린다. 이를 37개월 수준으로 단축하는 '최단기 착공모델'을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택지 규모와 사업 여건에 따라 21~34개월 안에 착공할 수 있도록 지구별 특화모델도 마련한다. 이를 통해 3기 신도시 등 주요 공공택지 착공 시기를 기존 계획보다 1~2년 앞당긴다.
정부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 공공택지에서 8만9000호를 신속 착공할 계획이다. 이중 2031년 이후 예정된 물량을 2030년 이전으로 당기는 물량이 4만1000호, 기존 2030년 이전 착공 예정 물량 가운데 일정을 추가로 앞당기는 물량이 4만8000호다.
신규 공공주택지구도 공급한다. 정부가 제시한 신규 공공주택지구 지정 검토 물량은 10만호+α다. 이 가운데 입지가 공개된 물량이 2만7000호이며, 향후 7만3000호+α 규모 추가 물량도 검토한다.
여기에 장기간 활용되지 않은 상업·업무 등 비주택용지를 주택용지로 전환해 1만5000호, 군사시설보호구역 규제 완화를 통해 4000호 공급 효과를 추가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이처럼 '속도'에 무게를 둔 배경에는 주택 수요와 공급 사이 시차 때문이다. 금리나 소득 변화에 따라 주택 수요는 빠르게 움직이지만, 주택 공급은 장기간이 필요해 수요가 늘어날 경우 가격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 '3기 신도시 최초 입주단지' 인천계양은 후보지 발표부터 입주까지 약 8년이 소요됐으며, 서울 재개발·재건축의 경우 정비구역 지정부터 준공까지 평균 약 13년이 걸린다는 게 정부 측 계산이다.
공공택지와 함께 서울 등 도심 주택 공급도 확대한다. 신규 택지를 확보할 수 있는 땅이 제한적인 만큼 재개발·재건축과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소규모 정비사업 등을 활용해 기존 도심에서 주택을 추가로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는 2030년까지 수도권 재개발·재건축 약 23만4000호 정상 착공을 지원한다. 기본계획과 정비계획 수립 절차를 병행하고,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인가 관련 절차를 줄이는 등 사업기간 단축을 추진한다.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정비사업장에는 세제·금융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더불어 재개발 조합설립 동의요건을 완화하고, 정비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분쟁에 대한 조정도 강화한다. 이주비 대출과 PF 금융지원, 공공기여 과정에서 조합이 제공하는 임대주택 인수가격 현실화 등도 사업 추진 과정 부담을 줄이는 수단으로 활용한다.
서울시는 이번 정부 '정비사업 제도 개선'에 대해 일정 부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대책에 시가 건의한 △재개발 조합설립 동의율 75%에서 70%로 완화 △이주비 대출 LTV 산정방식 개선 △시공사 선정시 수의계약 조건 완화 △공원·녹지 의무확보 기준 일부 완화 등이 포함됐다"라며 "PF 금융지원 확대와 공공기여 임대주택 인수가격 현실화 역시 정비사업 자금 부담을 낮추는 데 도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추진하는 정비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면 오는 2031년까지 서울 253개 구역에서 최대 31만호 착공이 가능하다. 기존 주택 멸실분을 제외해도 약 8만7000호가 순증한다는 계산이다.
실제 최근 3년간 서울에서 준공된 정비사업 59곳에서도 기존 주택보다 재개발은 약 7000호(27.4%), 재건축은 약 1만3000호(44.2%) 늘어 전체적으로 약 2만호가 순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전문가들도 이번 대책과 관련해 신규 공급 물량뿐만 아니라 실제 착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함께 다뤘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이번 대책에 대해 "단순히 신규 공급물량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PF 금융과 정비사업 이주비, 사업성 개선, 용도규제 완화 등 실제 착공을 지연시킨 병목요인을 함께 손보려 했다는 점에서 이전 대책보다 실행 측면이 강화됐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서울과 수도권은 신규 택지 확보에 한계가 있는 만큼 재개발·재건축과 소규모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고, 기존 도시공간을 주거용으로 활용하는 방향도 현실적 접근"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대책에서 제시된 공급 물량이 곧바로 입주물량 증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상당 부분이 '입주'가 아닌 '착공' 기준으로 한 공급 목표이기 때문이다. 공공택지 역시 지구지정과 △토지보상 △주민협의 △기반시설 조성 등을 거쳐야 실제 주택 공급으로 연결된다.
양 전문위원은 "신규 공공택지의 경우 공급 규모 자체보다 보상에서 착공까지 걸리는 시간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라며 "또 이번 공급목표 상당 부분이 착공 기준인 만큼 당장 2026~2027년 부족한 입주물량을 채우거나 전월세 가격을 안정시키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정부 이번 대책은 새로운 주택 공급계획을 추가하는 동시에 이미 계획된 물량을 얼마나 빨리 시장에 공급할 것인지에 방점을 찍은 대책으로 요약된다. 공공택지부터 3기 신도시, 재개발·재건축까지 공급 과정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고 신규 택지와 도심 내 가용부지를 추가로 확보해 중장기 공급 기반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향후 시장에서는 정부가 제시한 '23만호+α 공급계획'과 함께 각 사업장 착공 일정이 계획대로 앞당겨지는지가 주요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