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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K-배터리 '자신감' 속 숨겨진 메시지

 

조택영 기자 | cty@newsprime.co.kr | 2026.04.21 14:50:43
[프라임경제] "범인 잡으려고 치킨집 하는 겁니까, 아니면 치킨집 하려고 범인을 잡는 겁니까." - 영화 극한직업 김영호(배우 이동휘) 대사

마치 한국 배터리 산업에 대해 얘기하는 듯하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장기화하면서 업계는 사업 중심축을 옮기고 있다. 생존을 위해서다.

영화 속 마약반 형사들과 반장은 열악한 환경 속 실적 바닥에 사고로 큰 어려움에 봉착하면서 반장의 후배이자 상사가 속한 강력반의 공조 부탁을 거스를 수 없게 된다. 실적 없인 팀 해체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한다. 마약 거물을 잡기 위해선 조직 아지트 맞은 편 망해가는 치킨집을 인수해야 했다. 윗선의 지원도 없었기에 사비를 털어 위장 창업한다. 갑작스럽게 장사가 잘되기 시작하면서 형사의 본분을 잊고 치킨집 사업에 매진하게 된다.

우리 배터리 산업이 딱 이런 상태다. 중국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됐다. 무려 작년 글로벌 판매량 62%.

특히 중국 정부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전기차·배터리에 들이부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지난 2009년부터 2023년까지 전기차·배터리 산업에 투입한 자금은 총 2309억달러(한화 약 339조원)에 달한다.

반면 한국 업체들은 턱없이 부족한 지원 속 살길을 찾고 있다. 전기차 캐즘 장기화에 대응하기 위해 에너지저장장치(ESS), 휴머노이드 로봇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꼽은 것도 이 이유다.

업계가 전기차 배터리를 아예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생존을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실적 추락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국내 배터리 3사는 올해 1분기 일제히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신감은 여전하다. '기술력'이란 무기를 내세우면서 말이다. 그러나 내포된 '우리가 부족한 정부 지원에도 이만큼의 성과를 내고 있다'라는 소리 없는 절규와 메시지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무배(마약 조직 두목) 떴습니다. (따라가 보니) 양 갈래 길이 나옵니다. 어느 쪽이 이무배인지, 우회전인지 좌회전인지. (지원이 없어 놓친) 참담하고 막막했던 그 심정을 아세요?!" - 김영호(배우 이동휘) 대사

현재 업계는 이 대사와 동일한 심정일 것이다. 공격보단 생존에 더 포커스를 맞출 수밖에 없는 환경 때문이다.

그럼에도 영화에서는 형사들의 괴물급(?) 능력으로 위기를 돌파해 범죄 조직을 일망타진하지만, 현재 우리 배터리 산업 상황에선 장밋빛 미래를 그리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업계엔 정부의 더욱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한 형국이다. 전기차 전환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 "버티기 수준"이라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는 까닭이기도 하다. 이대로라면 중국의 폭발적인 성장과 시장 잠식에 대해 더더욱 손을 쓸 수 없게 된다. 

국내 배터리업계 맏형인 LG에너지솔루션의 김동명 대표이사 사장은 현재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경쟁사들이 각종 정책 지원을 기반으로 한 양적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위기론이 고조되는 만큼, 중단 없는 전진을 위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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