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국선수에 대한 베이징올림픽 편파판정 논란으로 국내에서는 '반중정서'가 급격하게 확산되는 분위기다. 반중정서가 확산과 함께 대중외교정책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올라가고 있다. 이에 여야 대선 후보들은 너나할 것 없이 중국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 상위 3인인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모두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외교정책 공약을 제시했다. 하지만 방법론은 서로 상이하다.
◆尹·安 "대중 '원칙' 외교 강조"…李, 중국 비판 수위 높여
베이징올림픽 편파판정 여파로 반중정서가 악화되면서, 중국과 외교에서 국익을 강력하게 내세울 수 있는 대통령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각 후보들 역시 이를 의식한 대중외교 기조를 밝히고 있다.

지지 호소하는 윤석열·이재명·안철수 대선후보 ⓒ 연합뉴스 제공·프라임경제 편집
윤석열 후보는 '한·중 외교'에 대해 '원칙'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다. 윤 후보는 "상호존중에 기반한 한·중 관계를 구현하겠다"며 "상호 핵심 이익과 정책 기조를 존중하는 가운데 안보 문제와 경제 이슈를 분리하는 원칙을 정립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중 고위급 전략대화를 발전시켜 공동이익에 기반한 호혜적 관계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장영일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상근부대변인은 "호혜적이고 상호 존중하는 한중관계를 위해 당당한 대중 관계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안 후보 역시 윤 후보 공약과 같은 궤를 그린다. 안 후보는 "우리는 중국이 존중해야 하는 우리의 주권 사항 및 원칙을 스스로 확립해야 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면서 "군사적 주권을 침범하는 행위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현 정부 대중외교 정책을 비판했다.
현 정부의 '대중국 3불 정책'을 즉각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3불 정책은 비합리적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자주성을 해치는 매우 잘못된 정책"이라며 "대중국 레드라인을 제도화하고, 중국의 군사 도발 행위에 신속하고 원칙 있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대중국 3불 정책은 △사드 추가 배치 불가 △미국 미사일방어체제 불참 △한·미·일 군사협력 불참을 뜻한다.
이재명 후보는 좀 다른 입장이다. 미국이나 중국 중 한 곳에 우선순위를 두기보단 국익중심으로 실용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밝힌다. 그는 "혐오와 증오를 부추기고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구태정치"라고 주장한다.
지난 3일 TV 토론회에서는 '반미친중 아니냐'는 안 후보 질문에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를 무시할 수 없다"며 "중국과 가급적 우호관계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아울러 '대중국 3불 정책'이 적당하다고 발언하는 등 친중에 가까운 입장을 밝혀왔지만 최근 반중정서가 확산되자 중국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 예로 지난 8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동서 해역의 북한이나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은 강력하게 단속하겠다"며 "불법으로 영해 침범인 만큼 그런 건 격침해버려야 한다"고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실용외교에만 집중할 뿐, 대중외교에 관한 별도 공약을 제시하지는 않고 있다. 공약을 따로 내지 않은 이유는 국내에 팽배해진 반중정서와 현 정부의 대중관계를 모두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14일 이 후보 직속 실용외교위원회는 '신경제·신안보 시대 대한민국 실용외교'란 주제의 세미나를 통해 "미국이나 중국을 택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정체성에 따라 주체적으로 나갈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尹·安 "흔들림 없는 한미관계" 李 "한미동맹 고도화 동의"
윤석열 후보는 세 후보 중 가장 강력하게 '한·미동맹 재건'을 주장한다. 윤 후보는 미국 현지시간 지난 8일,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를 통해 "견고한 한·미동맹을 구축하는 것이 곧 한국 외교의 중심축을 튼튼히 하는 것"이라며 "양국의 협력관계는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진화해야 된다"고 밝혔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달 24일 외교·안보분야 비전과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그는 "지난 5년간 무너져 내린 한·미동맹을 재건해 '포괄적 전략동맹'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동맹간 신뢰 회복을 통해 아태지역과 글로벌 질서의 미래 비전을 함께 설계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미동맹 재건을 위해 현 정부에서 축소 시행한 한·미간 전구급 연합연습(CPX), 야외기동훈련(FTX)을 정상 시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세부적으로는 △한·미 외교·국방(2+2)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실질적 가동 △경북 성주 사드기지 정상화 △전략폭격기·항공모함·핵잠수함 등 전략자산 전개 △정례적 연습 강화를 통해 한미 확장억제(핵우산) 실행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장 부대변인은 "한국의 외교·안보는 굳건한 한·미동맹에서 출발한다"며 "공고한 한·미동맹 기반 위에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후보는 '한·미동맹'으로 한국과 미국 양국 연대를 공고히 하려는 의지를 보인다.
안철수 후보 역시 윤 후보 의견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안 후보는 "한·미동맹은 대한민국 외교 안보 정책의 기본 축"이라며 "기본 축이 튼튼해야 흔들림이 없으며, 유연하고 탄력적인 대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이재명 후보는 "한미동맹이 유일한 안보 동맹이라 고도화하고 발전해야 한다"면서도 뚜렷한 외교정책은 밝히지 않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패권 경쟁을 하고 있는 가운데 '실용외교' 기조로 이득을 취하자는 입장일 뿐 '어떻게'에 대해선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尹·李·安 "김대중-오부치 선언 정신 되새겨야"
지난 1일,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하기 위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추천서를 제출했다. 일본의 사도광산 등재 추진 소식에 대선후보들은 하나같이 강력 비판했다. 과거사 문제로 촉발된 한일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대일관계를 악화하자는 건 아니다. 여야후보 모두 방법엔 차이가 있지만 일본과의 관계 개선 필요성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과거사 문제로 촉발된 한일갈등은 여전히 냉랭한 관계이다. ⓒ 연합뉴스
윤석열 후보는 "한일관계가 과거사 이슈에 매몰돼 있는 반면, 현안 해결을 위한 정책적 노력 없이 악화된 관계가 무책임하게 방치된 상태"라며 현 정부의 대일외교 기조를 비판했다. 이어 "한일관계가 전략적 협력, 지역 및 초국경 이슈 협력기회를 상실한 채 표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구축이 필요하다며 "한일관계 미래상을 포괄적으로 제시한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기본 정신과 취지를 발전적으로 계승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한·일 셔틀외교를 재개하며, 양국 간 제반 현안의 포괄적 해결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지난 1998년 한일 정상이 발표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이다. 일본은 반성·사죄를, 한국은 미래지향적 노력을 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안 후보 역시 '김대중·오부치 선언' 정신에 기반해 미래지향적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고 공감했다. 안 후보는 "일본의 진정한 참회를 촉구하되 한일관계의 발전을 위한 '투 트랙' 접근방식을 통해 미래 지향적 협력관계와 역사문제를 분리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 준수가 필요하다는 데는 이 후보도 동의했다. 이 후보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한일관계 개선의 교본'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는 "일본이 통절한 반성과 사죄라는 기조를 지킨다면 한일관계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 "실용적인 입장에서 조건 없는 한·일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한·일이 상호 이익을 공유하는 관계로 발전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일본이 과거사 문제에 진정성 있는 사과가 선행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세 후보 모두 "국익이 최우선이다"라는 큰 틀 속에 저마다의 방법으로 외교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윤 후보와 안 후보는 '한·미 동맹'을 축으로 한미 연대 강화를 하겠다고 밝힌 반면, 이 후보는 국익 중심 실용적 외교만 강조할 뿐 구체적인 미중 외교정책 공약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