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KT(030200)가 지난달 25일 발생한 네트워크 장애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실제 장애 시간 10배가량인 15시간분의 요금 보상을 약속했다. 실제로는 기존 대비 1.25배 수준이지만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세운 계산식으로 혼선을 야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KT는 1일 광화문사옥에서 설명회를 열고 최근 발생한 장애 관련 재발방지대책 및 고객보상안을 발표했다.

KT 주요 임원들이 사과를 하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고객경험혁신본부장 박효일 상무, 네트워크혁신TF 박현진 전무, 네트워크혁신TF 서창석 전무, 네트워크전략담당 권혜진 상무. ⓒ KT
먼저 재발방지대책을 조속하고 철저하게 실행하기 위해 '네트워크혁신TF'를 가동했다고 밝혔다. 기존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확대(가상화 테스트베드)해 사람의 실수로 인한 장애를 완벽히 차단한다는 것.
또 현재 모든 센터망과 중계망 및 일부 엣지망에 적용 중인 라우팅 오류 확산방지 기능(정보전달 개수 제한)을 모든 엣지망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유선과 무선 인터넷 장애가 동시에 발생하지 않도록 다양한 형태의 백업망을 구성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특히 삼중의 '현장작업 자동통제 시스템'을 도입해 체계적인 재발방지에 나선다. 이번 인터넷 장애는 기본을 준수하지 않은 작업이 원인이었던 만큼 KT는 각 단계별로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원점부터 세밀히 검토하고 있다.
원칙에서 벗어난 작업을 원천적으로 방지하는 데 핵심 키가 될 현장작업 자동통제 시스템을 구성해 재발 방지에 힘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점심 장사 날려도 8000원 보상…책정 기준은?
이날 KT는 개인고객과 기업고객의 경우 최장 장애 시간 89분의 10배 수준인 15시간 요금을 보상한다고 밝혔다. 다만 요금의 25%를 할인 받는 '선택약정'의 경우 요금 할인 전 금액을 기준으로 보상금이 책정된다.
박현진 KT 피해보상TF장(전무)은 "요금이 5만원이면 1000원 조금 넘는 수준"이라며 "개인 무선요금의 경우 15시간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하루치가 조금 안된다"며 "이런 피해에 따른 요금산정 기준은 본인의 할인 부분을 제외하고 마지막에 청구되는 금액으로 산정한다"고 말했다.
특히 인터넷과 IP형 전화를 이용하는 소상공인에게는 해당 서비스 요금의 10일분을 보상하기로 했다. 서비스 장애 시간이 점심시간과 겹친 탓에 피해가 극심했던 소상공인에는 일반 고객 대비 16배 시간을 피해 기간으로 산정한 것이다. 이들은 기존 서비스 이용약관과는 관계없이 고객 보상안을 마련했다고 KT는 설명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기존 KT 약관이 사용자 피해를 충분히 보상하기에 부족하다는 사실을 사측이 인정한 모습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애초 약관 자체가 기업 입장에서 설계된 '기울어진 운동장'이었으며, 이번 전국적인 네트워크 장애와 같이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에서는 불합리한 약관이 눈에 더 잘 띄기 때문에 이를 무시했다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소상공인 피해 보상액은 1만원도 채 되지 않는다.
박 TF장은 "소상공인은 평균 7000~8000원 수준으로 감면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부연했다.
현재 KT 개인상품 이용약관을 보면 '연속 3시간 이상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거나 1개월 누적시간이 6시간을 초과할 경우 서비스를 제공 받지 못한 시간에 해당하는 월정액과 부가사용료의 8배에 상당한 금액을 기준 손해배상 한다'고 명시돼있다.
또 'KT 초고속인터넷서비스' 이용약관에 따르면 KT는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한 시간에 해당하는 청구금액의 6배에 상당한 금액을 기준으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이날 발표된 보상 기준으로 산정한 금액의 6~8배를 감면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모이기도 했으나 기존 약관과는 무관하다는 게 KT 측 설명이다. 예상에 현저히 못 미치는 보상 금액에 실망여론이 들끓고 있다.
KT는 이날 최장 장애 시간의 10배를 보상한다고 발표해 눈길을 끌었으나 기존 약관 대비 1.25배에 그치는 수치다. 기존 보상안을 적용했을 때와의 보상금액 차이는 200원 수준에 불과하다.
'10배'라는 수치는 실제 발생된 피해 시간을 기준으로 삼은 것이지만, 기존 KT 약관에 따라 사용자가 받을 수 있던 보상금에 비하면 1.25배인 셈이다. 과도한 자의적 해석으로 소비자가 보상안을 이해하는 데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평가다.
◆실효성 없는 보상, 분노만 가중
현재까지 집계된 KT의 전체 보상대상 규모는 약 3500만 회선으로 전체 보상 금액은 최대 400억원으로 추산된다.
KT의 올 상반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은 92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6.3% 증가했다. 반면 설비투자비(CAPEX)는 2019년 3조2570억원에서 2020년 2조8720억원으로 3850억원이 줄었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8641억원이 설비투자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져 올해 총 설비투자비는 2조원이 채 안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본업인 통신에 대한 설비투자는 지속적으로 줄이면서 수익성 확보를 위해 ABC(인공지능·빅데이터·클라우드) 사업을 비롯한 비통신 사업에 역량을 집중한 결과 전국적인 이용자 피해를 낳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처럼 내실 없는 성장만을 쫓는 KT의 보여주기식 경영이 이번 보상안에도 그대로 반영됐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모든 고객에게 보상하는 것도 좋지만 네트워크 마비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본 이용자에게 별도의 보상을 추가하는 합리적 보상안을 마련하는 시도라도 했어야 한다는 질타도 피할 수 없다.
박효일 KT 고객경험혁신본부장(상무)은 "지난 일주일간 1만건 정도 피해 문의가 있었고 이를 통해 보상과 관련한 기준을 추정해보려 했지만, 불편 유형과 피해에 대한 기준·범위가 다양해 이를 기준으로 보상 기준을 산정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검증의 문제, 형평성, 투명성 등을 고려해 개별적 접근은 어렵다고 생각해 일괄 보상안을 최선책으로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결과적으로 이용자 입장에서 실효성 있는 보상안을 내놓지 못 했다는 책임에서는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KT는 고객들의 개별 문의와 신청의 번거로움을 최소화하고 보상 누락을 방지하기 위해 접수절차 없이 12월 청구되는 11월 이용 요금분에서 보상금액을 일괄 감면한다고 발표했다.
고객 편의를 위한 것이라는 KT 측 입장에도 당장의 위기 모면을 위해 고객의 실제 피해는 외면하고 있다는 불만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용자별 사용 요금제와 할인 규모 등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아직 확정된 수치는 없으며 배상 규모는 추후 KT가 별도로 안내할 예정이다.
◆IPTV 보상 제외…2차 피해 '나몰라라'
KT 네트워크망 먹통 사태 당시 IPTV 서비스망 역시 장애가 발생했으나 보상 대상에서는 제외된 점도 눈길을 끈다.
KT의 IPTV와 음성전화 및 문자 서비스망은 이번에 사고가 난 인터넷 서비스망과 별도로 구성돼 있다는 이유다. 해당 서비스들이 일시 장애를 일으켰던 것은 인터넷 서비스 장애로 인해 전화와 문자 이용이 늘면서 단말 전원을 리셋한 이용자 증가로 인한 트래픽 부하가 가중된 탓이라는 것.
당시 IPTV 서비스 장애는 실질적으로 전국 네트워크 장애에 따른 2차 피해임에도 KT는 이에 대해 "IPTV 서비스 망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말로 선을 긋고 있다.
이들 주장대로 문제가 나타난 서비스 망과 별도로 구성된 음성전화 및 문자 서비스가 포함된 스마트폰 요금제에 대해서는 보상 계획을 밝힌 상태다. 관리 미흡으로 전국적인 네트워크 장애를 일으킨 데 이어 보상안마저도 뚜렷한 기준 없이 마련돼 원성을 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