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반전세’라는 얘기가 전세시장에서 들렸을 때쯤으로 기억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만 있는 전세문화가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해보진 않았다. 당시 기자가 살던 집은 강서구 인근 월 45만원짜리 오피스텔. 월세에 살면서 전세로 갈아타기를 시도한 기자는 업무시간을 쪼개서 발품 팔던 때 부동산 업자로부터 ‘반전세’ 얘기를 처음 들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전셋집을 구하긴 쉽지 않았지만, 부족한 보증금 일부를 다달이 내고 살 수 있는 ‘반전셋집’은 꽤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후 2012년 1월 현재, 적절하게 섞여있던 전세, 반전세, 월세 등 임대상품이 불과 몇년 사이 월세 쪽으로 빠르게 기울고 있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집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이 내집마련이 아닌 전세로 머물고, 아파트 시세차익을 노리던 투자자도 매달 용돈 벌이가 가능한 월세형 상품에 발길을 돌리고 있다.
넘쳐나는 전세수요와 함께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저렴한 전세물건은 줄어들고, 기존 전세를 놓던 집주인도 재계약 시점에 맞춰 가격을 더 올리거나 아예 월세로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전세문화는 전 세계 유일한 한국형 임대상품으로 집주인, 즉 임대인이 ‘갑’이다. 또한 세입자 역시 금융기관을 거칠 필요 없이 집주인과 중개인을 만나 서로 합의를 통해 계약하고 이사만 하면 최대 2년 동안은 자기 집처럼 살 수 있다.
특히 과거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던 당시에는 전세가 인기였다. 당시 부동산 투자자들 대부분이 다주택자였는데 이유가 있다. 집값이 떨어질 걱정이 적었던 터라 그들은 집 한채에 세입자를 받고 전세보증금을 은행이 아닌 주택매입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이집, 저집 사들이고 받은 전세보증금으로 시세차익을 실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랬던 집주인들이 지금은 월세에 집착하고 있다. 물론 전세에서 월세로 바뀌는 현상은 무엇보다 저금리 영향이 크다. 낮은 금리로 인해 전세보증금의 기대수익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 집값까지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전세를 놓던 집주인은 월세로, 은퇴를 바라보는 베이비부머 세대들도 월세형 수익형부동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런 수익형부동산은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 등으로 아파트에 비해 공사기간이 짧다. 올해나 내년이면 입주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급속도로 증가한 수익형부동산에 대한 과잉공급 우려도 나오고 있지만, 지금처럼 내집마련 수요도 없고, 전셋값은 천정부지로 오르는 상황에선 월세형 상품으로 짓고 있는 수익형부동산이 전세난의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
![]() |
그러면 이들이 대학가에서 더 떨어진 곳에서 전셋집을 얻을 수 있을까. 지금은 있던 전세도 월세로 돌리는 세상이다. 10년 전 당시 주택점유 형태 중 전세 비율은 28%였다. 그러나 작년(2010년)엔 21%까지 떨어졌다. 그런데 같은 기간 월세 비율은 12%에서 20%로 올랐다.
지난해에만 총 네 번의 전·월세 안정화 방안이 나왔다. 급증하는 전세수요에 맞춰 소형 오피스텔 등을 공급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월세형 수익형부동산은 공급자에 맞춰진 상품이다. 전셋값이 올라서 전셋집이 없으니 월세를 내고 살라는 얘기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 역시 큰일이다. 계약만료 시기만 생각하면 답이 안 나오는 전셋집에서 1년이 넘는 시간을 연명하듯 살아가고 있다. 올해 첫번째로 나올 전·월세 안정화 방안.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 즉, 서민들을 위한 올바른 대책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c) 프라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